해가 나도 바람이 차가워서 그동안 애들 데리고 나들이하기가 쉽지 않았다. 덕분에 주말 이틀 동안 애들이랑 집에서 씨름하느라 지치고 늙어가는 엄마 아빠. 이번 주말엔 일요일에 날씨가 좋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나들이하리라 맘먹고 있었는데, 마침 나가기 좋은 날씨를 만났다.

할인점에 가는 것도 좋아 죽는 딸들인데 공원에 가자고 하면 어떻겠나. 아주 방방 뜨고 난리가 났다. 간신히 진정시켜 옷 입히고 나섰다. 공원에 조금 일찍 도착했나?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적다. 따스한 햇살 속을 걷는 게 좋은 엄마와는 달리, 월드컵공원이라 하면 바로 놀이터가 생각나는 큰딸의 성화를 이길 수 없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뛰어노는 언니, 놀이터에서 놀기엔 좀 어리지 않나 싶었지만 제법 미끄럼틀도 잘 타는 동생. 귀찮아서 그렇지 막상 이렇게 밖에 나오면 집안에서 애들이랑 밀고 당기는 것보다 훨씬 맘 편하다. 물론 조금 걷다가 바로 엄마에게 안아 달라는 둘째 덕분에 엄마의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이제 날이 추워서 외출 못한다는 핑계는 대기 어려우니 별 일 없으면, 아니 별 일 있더라도 휴일에는 애들 데리고 나와야겠다.

뛰어놀았으니 배고픈 것은 당연지사. 집에 오는 길에 늘 가는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까지 먹고 나니 적당히 배부르고 또 적당히 피곤하다. 집에 도착하여 먼지 뒤집어쓴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나니 벌써 남자의 자격 할 시간이다. 일요일 하루 정말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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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다시 두통이 슬금슬금 온다. 그런데 때마침 사다 놓은 두통약이 떨어졌다. 할 수 없이 종합 진통제를 한 알 먹고 작은방에 드러누웠다. 막내와 엄마는 하절기의 주서식지인 침대가 있는 큰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큰 딸은 컴퓨터방에서 주니어네이버를 열심히 하고 있는 이 시간, 비어있는 방은 작은방. 지금은 큰 딸의 인형들이 이곳에 살고 있고, 바로 어젯밤에 내가 깨먹은 선풍기 하나가 방을 지키고 있다.

잠을 청하러 누웠는데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 대신 햇살이 창가에 비친다. 창의 열린 틈으로 바람도 적당히 들어와 줘서, 꽤나 반가운 마음에 몇 컷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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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비록 집안 꼴은 엉망이지만, 치워 봐야 그때뿐이라는 것, 그래서 엄마 아빠가 청소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점이 문제지만...

물론 작은 딸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해서 기분까지 주욱 좋은 건 아니다. 분 단위로, 하루에 몇 십 번씩 변하는 작은 딸의 기분 상태를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식구들이 거기에 따라 일희일비할 순 없다. 열 안 나는 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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