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쉬는 사람도 많겠지만 빨간 날 기준으로는 어제가 연휴 마지막 날인데다가 오늘 두 딸이 어린이집에 가는 고로 우리집으로서는 어제가 연휴 마지막날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주말에는 또 쉬고...

아침부터 큰딸이 산책 나갈 생각 없냐고 물어보는 것도 있고, 그렇잖아도 연휴 중에 하루쯤은 애들 데리고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하던 차에, 비 갠 후에 하늘도 눈이 부시도록 맑은 이 시점에 나들이 안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사실 엄마 아빠 모두 나들이할 몸상태는 아니었다. 아빠는 간밤에 잠을 못 자서 헤롱헤롱하고 있었고, 엄마는 두 딸들과 씨름하느라 오후에는 슬슬 지쳐 있었다. 하지만 집에 있는다고 그렇게 편할 것 같지도 않고, 애들에게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라고 하기엔 미안한 맘도 있었다.

평소에도 가끔씩 오는 월드컵공원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때는 없었다. 주차장은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꽉 찼다. 물론 이 넓은 공원에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촘촘히 서 있는 건 아니지만 주차장만 놓고 본다면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을 초과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햇볕은 선글래스를 끼고도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하지만 공기는 꽤 차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만 반소매로 나왔나 보다. 애들 껴입을 거 가지고 오길 잘했다. 두 딸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신났다. 이런 곳에 나오는 걸 엄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건 작은딸이 걷거나 유모차를 타지 않고 자꾸 엄마더러 안아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엄마가 없을 땐 아빠한테 안기기도 하지만 엄마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는 거의 안 간다고 봐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곳에 놀러 오면 집에 돌아갈 때까지 안아 줘야 하는데, 딸의 몸무게가 점점 엄마가 감당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오늘도 역시 큰딸의 주된 관심사는 놀이터. 여기까지 와서 그곳을 빼놓을 수는 없다. 붐비는 놀이터는 놀기에 적당하지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함께 뛰어노는 애들이 많아서인지 큰딸은 다른 날보다 더욱 정신없이 논다.

오랜만에 나왔으니 오래 놀고 싶어도 바람이 차서 그럴 수 없었다. 은평 마포 주민들 다 나왔는지 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다. 일단 주차장 빠져 나가는 일도 그렇고, 길 위에도 차가 주욱 늘어섰다. 작은딸은 차를 타자마자 피곤해서 곯아떨어지고... 이번 주말엔 차 타고 나오지 말고 그냥 가까운 동네 놀이터에 가야겠다.

Posted by 도그마™
,

어제 추석날 낮잠을 좀 잤다. 한 시간만 잘 생각으로 누웠는데 일어나 보니 무려 네 시간이 지나 버렸다. 이러니 밤에 잠이 오겠나. 하지만 새벽 4시까지 못 자는 건 좀 심하다. 자리에서 뒤척이는 것도 지겨워서 운동복을 입고 불광천을 나섰다. 이 시각에 안 자고 달밤에 쌩쇼를 하는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려나.

지난밤에는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잘 안 보이더니, 새벽에 서쪽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은 정말로 크다. 큰딸은 어제 구름에 가려진 달이라도 그걸 보며 뭔가 빌었는데 난 이 달을 보고 뭘 빌까. 모르겠다. 이런 것도 평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나 보다.

잠이 올 때까지 잠깐만 돌고 오겠다고 맘 먹었으나 너무 많이 와 버렸다. 응암역에서 월드컵경기장까지 왔다.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아득하다. 평소에 운동 안 하다가 이렇게 하루 미친듯이 몰아서 하면 무슨 효과가 있겠나.

돌아오는 길에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온다. 남들은 이제 시작하려는 하루를 난 지금 마감하러 들어간다.

Posted by 도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