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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5 월드체인징?
  2. 2008.03.22 중세의 사람들
  3. 2008.03.19 왕권이 곧 부국강병?
    "세상을 바꾸는 월드체인저들의 미래코드"라는 어마어마한 부제목을 가진, 2009 신년 벽두에 갓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다. 무려 703쪽이나 되는 만만치 않은 분량에, 요새 워낙 책값이 비싸서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책 소개만 보고 덜렁 사서 보기엔 부담스러운 가격, 게다가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책답지 않게 하드 커버에 종이 질은 또 엄청나다는 모순까지. 다행히도 학교 도서관에 들어왔다길래 잽싸게 달려가서 봤는데...

     아무튼 책의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정말로 많고 많은 얘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내용은 간단하다. 착하게 살자, 그리고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전부이다. 얼마나 좋은가... 단순히 어떻게 살자는 것을 넘어서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내용이 전부는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추가해 달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는다. 그런데 이놈의 성격 또 나오는지는 몰라도, 딴죽 걸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들에 직면했다. 중국의 GDP는 1978년 이래 두 배가 되었고, 1990년대에 경제는 연간 10퍼센트씩 성장했다. 이 성장의 시기를 '중국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기적은 끔찍한 대가를 치렀다. ......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 열 곳 중 일곱 군데가 중국에 있다. 도시 용수의 90퍼센트가 오염된 것으로 보이고, 국토의 3분의 1 가량에 산성비가 내린다. ...... 또한 중국은 세계에서 둘째로 온실 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중국 2004년 자료)
    중국은 이미 지구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중국이 완벽하게 변신하지 않고서는 지구의 밝은 친환경 미래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중국은 그저 서구를 따라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

(월드체인징, pp.342-343, 바다출판사)

    구구절절 옳은 얘기다. 그런데 중국더러 서구를 따라 하지 말라고 서구인들이 말하는 건 좀 웃기지 않은가? 아니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것이 누구인가. 물론 중국에 강제로 저들이 공장을 지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 분업 체계 속에서 임금 경쟁력 하나 보고 굴뚝 산업은 모조리 중국으로 몰려가지 않았던가. 자국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몰리건 말건, 실업자가 되어 굶어죽건 말건, 생산의 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전세계의 자본이 중국으로 몰려가지 않았던가. 좋다. 생산비가 절감된다는데 못 갈 것 없다고 치자. 그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울 때 처음부터 환경을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중국의 변신 운운할 필요가 있었을까.

    신자유주의를 말할 때 선진자본주의의 행태를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에 비유하곤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친환경, 지속가능성 운운하는 논리 속에도 똑같은 철학이 숨어 있다.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으로 무장한 그들은 후발 개발도상국들에게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기준을 강요한다. 중국에 마구잡이로 공장을 짓던 그들은 이제 다시 중국의 임금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하자 또다른 공장을 찾아나섰다. 이미 동남아시아라는 새로운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슨 화전민 보는 것 같지 않나? 한 곳의 지력이 떨어지면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물론 나도 누구보다 중국이 친환경 산업 구조를 갖추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내 자식이 지금 마시는 공기가 중국 어느 공장에서 뿜어낸 매연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괴롭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담론까지 새로운 장벽으로 삼는 서구의 행태를 보면 월드체인징 어쩌고 하는 꼴이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역시 이놈의 성격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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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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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val people
    다음주에 가는 고적답사 기간 동안 읽을 책이 없나 하고 도서관을 훑었다. 이동하거나 잠시 짬이 날 때 볼 책이므로, 무엇보다도 가벼운 내용과 책 크기가 미덕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적당해 보이는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 바로 지금은 고인이 된 영국의 아줌마 역사학자 아일린 파워(Eileen Power)의 'Medieval People'이다. 이 책의 부제가 'The story of six ordinary lives in the middle ages', 즉 중세의 평범한 여섯 사람의 이야기다. 앞주머니에 넣어 보았더니 쏙 들어가는데다가, 이번 학기 수강하고 있는 서양중세사와 적당히 어울리겠다 싶어서 더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들고 나왔다.

    어렵쇼, 재밌잖아... 집에 오는 길에 어떤 내용인가 하고 읽었는데 의외로 재밌다. 내용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선택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영어 수준도 그렇게 빡빡하진 않다. 쓰잘데기 없이 어려운 단어들만 잔뜩 동원해 글을 써 놓으면 아무래도 진도가 안 나갈텐데, 내가 보기에도 그럭저럭 무난하다.

    역시 사회경제사의 강점은 정치사에 비해 옛날 이야기 같은 느낌이 팍팍 묻어나 준다는 거다. 지금 여섯 명의 주인공 중에서 아직은 첫 번째 '샤를마뉴 시대의 프랑크족 농부 보도(BODO)' 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정치사에서 만날 수 없는 9세기 유럽의 농촌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낭만주의 식의 '돌아가고 싶은 옛날'은 절대 아니지만, 지금도 육체노동으로 살아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나이지만, 그래서 당시의 농부로 살아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만, 오늘날 프랑스에 사는 아무개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 아버지는 저렇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해 보면, 당시가 그렇게 비현실적인 세상도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서 별 생각 없이 아일린 파워 관련 정보를 찾으려고 검색해 봤더니, 옴마야, 어느새 우리나라에 번역본도 나와있다. 아주 잠깐 원서를 포기하고 번역본으로 갈까 생각했으나, 새로 책을 사는 것도 귀찮은 일이고, 지금의 책으로서도 충분히 재밌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발하는 답사 기간에 따로 볼 책도 지금으로선 떠오르질 않고... 그래서 그냥 읽던 책 마저 읽기로 했다.

중세의 사람들(히스토리아 문디 09) 상세보기
아일린 파워 지음 | 이산 펴냄
정통 역사서를 추구하는『히스토리아 문디』시리즈. '히스토리아 문디'는 라틴어로 세계의 역사, 인간의 역사라는 뜻이다. 각국사, 지역사, 문명사, 문화사 등을 담아내며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전해준다. 제9권 <중세의 사람들>은 서양중세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입문서이다. 중세의 민초들을 통해 서양중세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서양의 중세시대에 살았던 평범한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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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 지음 | 살림 펴냄
조선왕조 500년 역사가 말하는 통치 리더십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누구인가? 통치 리더십의 조건을 조선 역사에 묻는다 <조선의 왕과 신하, 부국강병을 논하다>는 조선의 왕과 신하를 통해 통치 리더십의 조건을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속된 왕권과 신권 사이의 협력과 견제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조선이 패망한 근본 원인을 왕권이 미약하고 신권이 강한 '군약신강'의 왜

    이번 학기에 쓸 논문에 필요할까 하여 어제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다. 책을 고를 때 최소한 머리말이라도 읽어 봐야 하거늘 목차만 보고 골랐더니 역시 이런 쓰레기를 건지게 된다. 집에서 와서 출판사를 보니 역시 살림에 일말의 보탬이 된 책이라고는 낸 적이 없는 '살림'이다.

    대학 동기 T와 이름이 한 끝 차이 나는 이 책의 저자는 조선이 패망한 것이 왕권보다 신권이 강했기 때문이란다. 얼핏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폭군으로 기억되는 임금들은 대부분 신권을 누르고 왕권 강화를 위해 노력한 과감한 개혁가들이었다'는 말을 보는 순간,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냐' 이런 생각이 딱 든다.

    왕권 강화가 개혁이란 말인가. 갑자기 유럽의 절대왕정시대 수준으로 역사가 퇴행하는 순간이다. 왕에게 권력이 가면 선善이고 신하에게 권력이가면 악惡이라는 이런 순진하고 철부지같은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오나. 선조가 조선 왕조사에서 다섯 명만 받았던 조祖의 묘호를 받았던 명군이란다. 조祖의 호를 받으면 명군名君이라고? 이 사람 역사 시간에 졸았나? 그럼 인조는 무슨 명목의 명군이란 말인가. 인조가 부국강병과 무슨 관련이 있나. 삼전도에서 당한 치욕이 설마 조선 백성의 생존을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싶은가.
 
    머리말까지만 읽고 책을 덮으려다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본문까지 가보자 싶어 한 번 읽어 봤더니 역시나다. 제발 역사적 사실에 무지하면 역사 관련 책은 쓰지 말자. 그게 독자들에 대한 도리 아닌가. 대체 18,000원이나 하는 책에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단 말인가. 무려 600 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혹시 왕정복고를 꿈꾸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박정희식의 철권 대통령제를 말하고 싶은가. 저자 당신이 보기에 조선이 당파싸움으로 망했다면 대한민국도 민주주의 때문에 망할 거라는 거 아닌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책값이 만만찮은 관계로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볼 것 같지는 않다. 역시 도서관이라는 시설은 좋다. 이런 책 사서 안 봐도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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