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 고가차도 공사때문에 광화문까지 버스로 가는 길에는 아빠와 딸이 멀미로 고생하고, 그때문에 돌아오는 길은 지하철과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돌아왔더니 집에 도착할 때에는 둘 다 완전히 지쳐 쓰러졌다. 응암동과 광화문, 거리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도 실제로는 제법 멀구나. 이래서야 어디 자주 시내 나갈 마음이 들겠나.

오랜만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장을 넘겨보고 싶은 마음에 다녀오긴 했는데, 역시 주말 교보문고는 별로 현명한 선택이 아닌 듯. 사람이 너무 많다. 딸이랑 음료수 한 잔 마시려고 구내 음료 코너에 무려 세 번이나 들렀는데 모두 실패. 자리가 없다. 어디 먹는 것만 그렇겠나. 화장실 한 번 이용하려고 해도 10분, 책을 골라들고 계산대 앞에서 10분,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아무튼 나왔으니 책을 사긴 사야겠는데 인파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책 고를 기분이 영 아니어서 딸 책만 두어 권 사들고 왔다. 다음엔 주말은 피하거나 교보보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영풍쪽으로 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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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책을 보러 오랜만에 종로에 나갔다. 그동안 책을 전혀 안 산 건 아니지만, 서평이나 목차만 보고 온라인으로 서점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이 아직은 매장에 나가서 직접 책을 펼쳐보고 사는 것에 비할 순 없다.

그런데 그간 꽤 오랜 기간 매장에 나가지 않아서일까. 슬쩍 둘러보기만 했는데도 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주체할 수 없다. 이 책도 보고 싶고 저 책에도 눈길이 가고, 또 다른 책도 재밌어 보이고, 심지어 사전 같은 책도 정말 멋지다. 분야를 막론하고 보고 싶은 책이 널리고 또 널렸다. 요즘은 다들 편집을 선정적으로 잘해서 그런 건지...

어쨌거나 큰딸에게 나중에 사 줄 초등용 국어사전을 봐두고 문구 코너를 발길을 돌렸다. 수첩을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이었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메모 같은 것도 다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다. 아무렴 펜을 잡고 손으로 쓰는 것보다 빠를 수 있으랴. 요것도 스마트폰 없는 자의 합리화인가. 아무튼 그래서 지하철에서 앉아 졸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거나, 책을 보다가 옮겨놓고 싶은 문구를 발견했을 때 뭔가 적어놓을 만한 게 예전부터 필요했다. 지금 쓰고 있는 건 너무 작은 수첩이라 글씨를 쓰기에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아 좀 넉넉한 크기의 수첩을 하나 마련하고 싶었다. 매장을 둘러보니 적당한 수첩이 눈에 들어왔다. 줄이나 모눈이 없는 흰 종이에다가 A5 정도 되는 크기. 그렇다 이런 걸 원했다. 그런데 뒷면에 적힌 가격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26400원? 2640원이 아니고? 아니 수첩에 무슨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닌데 이런 가격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단 말야? 백주 대낮에 이런 날강도를 만나도 되는 건가? 놀란 가슴 진정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수첩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옆에 있는 다른 브랜드의 수첩도 그 정도의 가격이다. 게다가 한 눈에 봐도 싼 티를 팍팍 풍기는 동시에 실용성까지 없어 보이는 다이어리도 1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그렇구나. 요새 수첩이 원래 이 정도는 하는구나. 하드커버 같은 거 하나 붙이면 26400원도 충분히 가능하겠구나.

물론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구매로 이어질 수는 없다.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는다면 모르겠거니와, 가격표를 본 이상 그걸 산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하드커버가 없으면 글 쓰는 데 많이 불편하겠지만, 그냥 다음에 할인점에 갔을 때 문구 코너에 들러서 3천원 짜리 무지노트 하나 사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나로서는 도저히 2만원을 넘어가는 가치의 생산적인 글쓰기를 할 자신이 없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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