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베갯잇만 빨래를 하는데, 이번에는 베갯속까지 다 빨았다. 메모리 폼 베개인데 속이 뭘로 만들어져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스펀지라면 가벼울텐데 이렇게 묵직한 걸로 봐서는 그건 아닌 듯하고, 솜인가 싶다가도 그렇다면 어떻게 형상 기억이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그렇다면 고무인가? 그런데 고무도 물을 먹나? 아무튼 물을 부으니 그렇잖아도 무거운 베개가 거짓말 좀 보태서 다섯 배쯤 무거워진 것 같다. 물을 먹어도 이렇게까지 많이 먹나... 세탁기에 넣어 돌리려다가 괜히 멀쩡한 베개 망가지면 어쩌나 싶어 큰 대야에 넣고 발로 밟았는데 이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몇 번 뒤집으니까 숨차서 못하겠다. 불광천 달리기보다 더 힘들다.

원래 베갯잇만 빨려고 했는데 요즘 베개를 완전히 적셔놓는 머리의 땀 때문에 속까지 완전히 누렇게 변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냥 버릴까 했는데 메모리 폼 베개 값이 꽤 비싸기도 하지만 주위에서 쓰던 베개를 버렸다는 얘기도 들은 바 없거니와, 심지어 전래동화 같은 데에서도 베개를 버린 이야기는 본 적이 없어, 이런 걸 버리는 게 무슨 패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버릴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번에 빨래를 해도 안 되면 그때 버려도 늦지 않다.

물론 베개 빨래 이거 해 보니 자주 할 만한 일은 절대 아니다. 정말 힘들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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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개려고 거실에 널어놓은 다 마른 빨래를 아침부터 질겅질겅 씹는 작은 딸.
보통 때처럼 '에비, 그럼 못 써요...' 라고 딸을 말릴까 하다가, 맛있게 빨래를 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마른 빨래가 맛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몰랐던 맛이 빨래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그래... 실제로 먹어 본 적은 없잖아...'
나도 빨래를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자꾸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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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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