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예전에 수첩에 써 놓은 글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큰딸. 무슨 내용인지는 본인도 잘 모르겠단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요샌 딸들 사진 찍어주는 것도 예전보다 훨씬 뜸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얼마 전 일어난 하드디스크 사고 당시 앞으로 더 많은 사진을 찍어줘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지만...

마지막 사진은 딸이 찍은 것. 이 달 25일이 딸에게 무슨 중요한(?)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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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주말이 더 피곤한 아이 둘의 부모는 널부러져 낮잠을 청하는데 두 딸들은 힘이 넘치는지 도무지 잘 생각을 앉는다. 그런데 보통은 자기들 안 자면 엄마도 못 자게 난리를 치게 마련인데 오늘따라 웬일로 조용하다. 첫째를 키울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둘째 이후로 생긴 원칙, 시끄럽지 않고 위험하지 않으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둔다는 거다. 그렇다 해도 엄마 아빠 둘 다 자 버리면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늘은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작은딸에게 언니를 내리신 거 아니겠나.

어쨌거나 엄마 아빠는 거실이 조용하니 그동안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고 낮잠에 들었다. 물론 큰딸이 엄마에게 동생이 지금 거실 바닥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소상히 아뢰지 않은 건 아니지만, 피곤하고 졸려 죽겠는데 귀에 잘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나마 큰딸이 엄마에게만 알렸으니 건넌방에서 기절해 있는 아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

애들 외할아버지 생신 모임에 가려고 일어났더니 세상에나, 바닥에 작은딸의 창작물이 선명하게 놓여있다. 오 지쟈스. 시끄러운 일도 없었고 위험한 일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줄이야... 작은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에게 작은딸이 해 놓은 일을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휴일 오후 낮잠 앞에 그깟 바닥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마도 자기 눈으로 딸의 작품을 못 본 상황이라 하는 말이기도 하다.

바닥 치우는 거야 무슨 큰 일이겠는가. 다만 주중보다 오히려 더 피곤한 주말, 일거리가 뭐 하나라도 더 늘어나는 게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잖은가. 어쩐 일로 엄마 아빠 자도록 내버려두나 했더니 작은딸이 요런 작품을 만들고 있었구나.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도 이렇게 다르다. 큰딸은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하지만 낙서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연필을 잡을 수 있을 무렵부터 아빠가 마련해 준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사실 처음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연필 잡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작은딸은 언니보다 훨씬 빨리 연필을 잡는다. 아마 언니의 영향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 주위에 보고 배울 대상이 없었던 언니와 달리 동생은 언니를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 물론 언니와 다른 것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무 곳이 마구잡이로 연필을 갖다댄다는 거다. 이미 거실에 굴러다니는 어지간한 책은 표지, 속지 할 것 없이 한 번씩 작은딸의 손이 거쳐가지 않은 게 없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은 거실 바닥까지...

아내가 일어나서 거실 바닥을 보면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건 당사자인 작은딸도, 방관자인 큰딸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런 게 바로 characteristic인가 하는 생각에 애 키우는 게 좀 재밌기까지 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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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현관문을 여니 큰딸이 카드를 막 완성하여 아빠에게 건넸다. 이럴 때는 다 키운 것 같은데, 시선은 아빠가 들고 있는 생일케이크에 꽂혀 있는 걸 보면 역시 아직은 애일 뿐이다. 자기 생일도 아닌데 케이크는 꼭 쵸코케이크로 사 와야 된다고 주장하는 큰딸. 애 키우는 집은 다 그런지 몰라도 엄마 아빠의 생일은 아이들을 위한 날이다. 그래도 좋다. 딸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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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젖을 끊지 못해서 엄마를 힘들게 하던 둘째딸이 요즘 다른 방법으로 엄마를 힘들게 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젖을 끊어서 이제부턴 애 키우기가 한결 수월해질까 했더니 전혀 아니다. 그랬더니 이젠 밤에 잠을 제대로 안 잔다. 밤에 딸을 재울 때도 힘들거니와 새벽에 어쩜 이렇게 자주 깨는지. 게다가 한 번 깨면 그냥 우는 정도가 아니라 엄마더러 일어나서 자길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새벽에 엄마 혼자 몸을 일으키기도 어려운데 자길 안고서 일어나라니... 애 엄마는 요새 이것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다. 어차피 옆에 있어 봐야 잠만 깨지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핑계로 아빠는 매일밤 건넌방에 도망쳐와서 자고 있지만, 둘째딸 우는 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내어야 하는 엄마와 언니를 생각하면 맘이 편하지 않다.

남들은 아이 쉽게 키우는 것 같던데, 아닌가? 다들 남모르는 애환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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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에 큰딸의 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의 작품 발표회라는 걸 해서 다녀왔다. 아이들이 평소 미술 시간에 만들어놓은 작품을 전시해서 부모님들 보시라고 이런 걸 만들었단다.

바람이 꽤 불어 가벼운 옷을 입고 간 걸 후회할 정도였는데도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논다. 작품 전시뿐 아니라 쿠폰을 사서 유용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장터도 열었다. 아이들에게 시장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데, 괜찮은 생각이다.

걸려있는 작품들의 솜씨를 보건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아마도 선생님들이 많은 부분 도와 주셨겠지. 어린이집에서 하는 행사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준비하는 교사들이 정말 고생이 많다.

다 좋은데, 발표회 시간이 금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다. 평일 낮에 시간을 낼 수 없는 맞벌이 부모들은 어떻게 참관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주말엔 당연히 어린이집 관계자들도 쉬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부모들이 와서 구경한 아이들의 작품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유심히 살펴보니 역시 낮에 시간을 내지 못한 부모들이 많았다. 이럴 땐 평일에 시간을 팍팍 낼 수 있는 내 상황을 감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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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앞니가 아프다고 하길래 이번에 살펴봤더니 벌써 젖니 밑에서 새롭게 이빨이 올라오고 있었다. 영구치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엄마 아빠가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치과에 갔다. 딸이 벌써 젖니를 갈아치울 나이가 되리라고는...

평소 병원이라면 끔찍하게 싫어하는 딸, 커감에 따라 눈치까지 빨라져서 이번 병원행을 앞두고 미리 두려움에 떨더니, 병원 문을 들어서자마자 아주 진저리를 치며 울어댄다. 오늘은 아프게 치료하지 않고 그냥 이빨 상태가 어떤지 보기만 할 거라고 둘러댔는데도 아무 소용 없다. 의사 선생은 당장 빼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꺼이꺼이 울어대는 딸을 보자니 오늘 굳이 이걸 빼야 하나, 다른 날 빼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하지만 여기서 집으로 철수하면, 다음에는 병원 얘기만 꺼내도 이빨 빼러 간다는 걸 알아버린 딸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 같다. 그래서 좀 울더라도 병원에 온 김에 빼고 가자고 결심했다. 엄마가 딸을 꼭 안고 얼마간 달래고, 마취하면 하나도 안 아프다고 딸을 설득해서--물론 절대 믿을 수 없다는 걸 딸도 알고 있다--간신히 이빨을 뽑았다. 이럴 때는 옆에서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아빠가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아랫니 두 개가 빠진 자리에 구멍이 뚫렸다. 아이들은 두려움도 많이 느끼지만, 고통도 빨리 잊는 것 같다. 뽑기 전에는 죽을 것처럼 난리를 치더니, 뽑고 나서 30분이 지나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고 한다. 이빨 빠진 딸을 보고 있자니 내가 어릴 때 어머니가 이빨 빠진 나를 보고 놀리던 노래가 생각난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빨 빠진 아이들 보고 '앞니 빠진 개우지'라고 놀려댔다. 개우지 뒤에 오는 노래(?)들은 지방마다, 동네마다, 심지어 집집마다 다른 모양이던데, 우리집에서는 "앞니 빠진 개우지, 삼 년 묵은 술값 내고, 오 년 묵은 떡값 내라" 라는 뭔가 아이들 정서와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듣기 따라서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노래였다. 아니 애들한테 술값을 왜 내라는 거지... 그 맥락을 알 길이 없다.

어쨌거나 큰딸은 어제 크게 울었으니 앞으로 나올 이빨은 예쁘게 자리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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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의사 선생 말 안 하기로 유명하다. 오늘도 딸의 아픈 곳을 보여주었는데, 그저 보기만 할 뿐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묻지도 않았지만 내가 그간의 사정을 다 읊어야 했다. 아픈 건 3주 전부터였으며, 처음엔 단순한 기저귀 발진으로 알았는데, 아무래도 낫질 않아서 지난 주에 소아과에 갔더니 이런 약을 처방해 주더라. 그런데 낫질 않더라. 그래서 오늘 왔다... 이렇게까지 얘길 했는데 의사 선생의 대답은 "연고를 처방해 드릴게요" 라는 딱 한마디밖에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 딸이 아픈 원인은 뭔지, 이 증상의 이름은 뭔지, 약을 쓰면서 주의사항은 있는지 등등 궁금할 게 많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걸까.

"선생님, 단순한 기저귀 발진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병이 대체 뭡니까."
"아 예. 피부병이예요."

뭐라고, 피부병? 아니, 이런 일반명사를 듣자고 그렇게 장황하게 내가 떠들었단 말인가. 이것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용어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럼 피부과에 피부병으로 왔지 두통으로 왔을까. 마치 내과에 가서 병이 뭐냐고 물었더니 '배가 아프다'라는 말을 해 주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버럭 화를 내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손님을 앞에 두고 이렇게 쿨한 선생이 있다니. 피부병. 피부병이란 말이지... 물론 이 선생의 성향(?)을 평소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다른 의사 선생이 이렇게 말했다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텐데, 원래 이런 캐릭터라는 걸 아는지라 예사로운 대답은 안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는 간파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딸 아픈 게 나아야 된다. 그러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내일부터 지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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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딸들의 머리를 보니 둘 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예쁘게 묶어주신 모양이다. 큰딸의 머리는 양갈래머리라고들 하는 것 같은데, 작은딸처럼 저렇게 묶으면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갈래머리인가.

아무튼 머리모양이 예쁘길래 사진으로 남겨두려 했는데, 작은딸은 영 협조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듯, 카메라를 자꾸 외면한다. 간신히 몇 장 찍긴 했는데 썩 맘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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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에게 떠먹는 요구르트를 하나씩 먹이려 했는데, 최근 들어 무엇이든 혼자서 해 보겠다고 우기는 작은딸, 이번에도 숟가락을 달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옷 갈아입힐 요량으로 숟가락을 쥐어 주었더니 입가에, 옷에, 바닥에 요구르트를 흘리면서도 잘 먹는다. 그 와중에 한 숟가락 떠서 엄마에게 먹어보라고 하기까지...

그래, 다 좋은데, 그러면서도 또 깔끔을 떠는 건 뭔지, 자기 몸에 묻은 건 닦아달라고 엄마에게 조른다. 남들은 애들 발달을 위해서 옷 버리는 이런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데, 난 맘 먹은 만큼은 잘 안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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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쉬는 사람도 많겠지만 빨간 날 기준으로는 어제가 연휴 마지막 날인데다가 오늘 두 딸이 어린이집에 가는 고로 우리집으로서는 어제가 연휴 마지막날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주말에는 또 쉬고...

아침부터 큰딸이 산책 나갈 생각 없냐고 물어보는 것도 있고, 그렇잖아도 연휴 중에 하루쯤은 애들 데리고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하던 차에, 비 갠 후에 하늘도 눈이 부시도록 맑은 이 시점에 나들이 안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사실 엄마 아빠 모두 나들이할 몸상태는 아니었다. 아빠는 간밤에 잠을 못 자서 헤롱헤롱하고 있었고, 엄마는 두 딸들과 씨름하느라 오후에는 슬슬 지쳐 있었다. 하지만 집에 있는다고 그렇게 편할 것 같지도 않고, 애들에게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라고 하기엔 미안한 맘도 있었다.

평소에도 가끔씩 오는 월드컵공원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때는 없었다. 주차장은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꽉 찼다. 물론 이 넓은 공원에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촘촘히 서 있는 건 아니지만 주차장만 놓고 본다면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을 초과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햇볕은 선글래스를 끼고도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하지만 공기는 꽤 차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만 반소매로 나왔나 보다. 애들 껴입을 거 가지고 오길 잘했다. 두 딸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신났다. 이런 곳에 나오는 걸 엄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건 작은딸이 걷거나 유모차를 타지 않고 자꾸 엄마더러 안아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엄마가 없을 땐 아빠한테 안기기도 하지만 엄마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는 거의 안 간다고 봐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곳에 놀러 오면 집에 돌아갈 때까지 안아 줘야 하는데, 딸의 몸무게가 점점 엄마가 감당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오늘도 역시 큰딸의 주된 관심사는 놀이터. 여기까지 와서 그곳을 빼놓을 수는 없다. 붐비는 놀이터는 놀기에 적당하지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함께 뛰어노는 애들이 많아서인지 큰딸은 다른 날보다 더욱 정신없이 논다.

오랜만에 나왔으니 오래 놀고 싶어도 바람이 차서 그럴 수 없었다. 은평 마포 주민들 다 나왔는지 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다. 일단 주차장 빠져 나가는 일도 그렇고, 길 위에도 차가 주욱 늘어섰다. 작은딸은 차를 타자마자 피곤해서 곯아떨어지고... 이번 주말엔 차 타고 나오지 말고 그냥 가까운 동네 놀이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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