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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7 검진과 처방은 달라요

    오늘 드디어 여름방학 숙제 중의 하나인 건강검진을 받았다. 원래는 지난 달에 마누라랑 함께 가려 했으나 하필이면 그 때 한바탕 싸우고 내가 청주에서 잠수타는 사연이 있었던고로 귀찮게스리 혼자 병원에 다녀왔다. 마누라는 나를 혼자 병원에 보내기를 꺼려했는데, 그 이유는 검진 받는 병원이 일반 종합병원이 아니라 산부인과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반 외왜 손님은 물론이거니와 건강검진 대상자 또한 아줌마들이 대부분인지라 나 혼자 가면 적응하기 어려울까 걱정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어디 그런 걸 두려워할 사람인가...

    확실히 남자 손님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탈의실에서였다. 탈의실과 옷을 넣어두는 캐비닛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탈의와 동시에 옷을 보관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캐비닛이 3개 밖에 없었다. 즉 이 병원은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남자 손님은 동시에 3명 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걸로 보아, 아침 9시 현재 이 넓은 병원에 나 말고는 남자 손님이 없다는 얘기다.

    아무튼 안내하는 의사 선생이 시키는 대로 했다. 문진표 작성하고 소변 받아오고 피 뽑고... 그러다가 초음파 검사실에 이르렀다. 나로선 초음파 검사가 본의 아니게 이번 건강검진의 하일라이트였는데, 그것은 애초에 검진을 받으려는 목적이 뇌 혈류량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계속되는 투동의 원인이 혹시 뇌에 문제가 아닐까 해서 검진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검사 절차가 생각 외로 싱거웠다. 난 나름대로 TV에서 보아오던 둥그런 통에 들어가서 뭐라도 찍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초음파로 목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혈관을 검사하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약간 실망... 그 외에는 이렇다할 건 없었다. 검사를 다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의사 선생이 한마디 한다.

"심장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뇌 혈류량도 이상 없구요."
"예..."
"지방간입니다. 중증이네요..."
"예... 그럼 어떻게 하면 되죠?"
"어떻게 하다뇨?"
"아니, 지방간이라면서요. 지방간을 없애려면 어쩌면 되냐구요."
"아 그건... 기본적으로 운동은 하셔야겠구요... 술도 삼가하시고... 여기선 검진만 하구요, 자세한 건 결과 나오면 아마도 따로 말씀 드릴 겁니다."
"..."

    검진하는 하는 의사 선생은 설마 지방간이 뭔지 모르나? 이런 당연한 질문에 당황하면 환자보고 어쩌라는 건가? 증상은 아는데 치료법은 모른다는 건가? 아무튼 재밌는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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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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