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큰 사진은 아니고 결혼식 때 찍은 스냅사진이다. 당연히 있을 줄 알고 찾았는데 의외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저녁 나절에 갑자기 온 집안을 다 뒤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혹시 부산 할머니 댁에 갖다놓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럴 리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데 다른 건 다 나오는데 왜 그건 안 나오냐고... 분명이 찍었을텐데... 이윽고 혹시 우리 결혼식에 스냅사진 같은 건 안 찍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무렵에야 사진이 기어나왔다.

10년 전의 얼굴들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당시에는 우리 부부도 꽤 젊었구나... 오랜만에 보니까 꽤 어색하다.

앨범도 없이 집안을 돌아다니는 사진들. 이러다가 이사갈 때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앨범을 사거나 스캐너를 사서 파일로 저장하거나 둘 중의 하나는 조만간 해야겠다. 귀찮아서 이렇게 버려두는 만큼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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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딸이 아프면 맘이 아픈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화가 났다. 내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길래 이놈이 이렇게 내 인생을 가로막나 하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의 부족함과 그에 따르는 조급함을 딸에게 덮어씌웠던 거였다. 그냥 인정하면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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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언니가 타고 놀던 장난감을 이제 동생이 가지고 놀게 되었다. 그동안 사촌동생네 집에 출장 가 있던 말이 며칠 전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몸을 흔드는 놀이는 누구라도 좋아하는 법인지, 처음 보는 장난감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잘 가지고 논다. 그런데 엄마의 자동차 열쇠는 왜 가지고 있는지...

언니는 TV를 보는 모습이 영 힘이 없어 보인다. 어린이집에 다녀오자마자 아빠한테 혼나서 그런가 했는데, 나중에 감기 기운 탓이었음 밝혀졌다. 처음에는 앉아서 보더니 그 다음엔 누워서 보고, 어느 순간 스르르 잠에 빠져 버린 딸. 이마에 손을 갖다 내니 아니나 다를까 열이 난다. 해열제를 먹었으니 부디 내일 아침엔 멀쩡한 얼굴로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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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 수제비 먹으러 가는 건 어제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다. 오늘 비만 오지 않는다면 나가기로 말이다. 역시 오늘 아침에 보니 날이 쨍한 정도는 아니지만 구름 정도야 아무리 많아도 상관없다.

집에서 삼청동으로 바로 가는 대중교통 수단은 없다. 그래서 어디선가 갈아타야 되는데, 우리가 주로 가는 길은 세종문화회관 맞은 편에서 11번 마을버스를 타고 경복궁 동쪽 담을 타고 올라가서 총리 공관을 지나는 길이다. 또 하나는 종로2가 YMCA에서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안국역을 끼고 가회동 쪽으로 올라가서 감사원 앞길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이쪽으로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가회동 길을 택했다. 그런데 정확히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를 몰라 그만 감사원 앞에서 내리지 못하고 한 정거장 더 가서 말로만 듣던 통일부 앞에서 내렸다. 그래서 통일부를 왼쪽에 두고 다시 감사원으로 내려왔다. 다른 건 모르겠고 통일부 담장은 정말 높다. 한눈에도 위화감 충만이다.

감사원 쪽에서 삼청동으로 내려오면 된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 가 보는 길이라 확신 없는 걸음이었다. 감사원은 이렇게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 있구나. 꿈의 직장이로고... 그 맞은 편의 베트남 대사관저의 담은 담쟁이로 덮여 있는데 꽤 멋지다.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오니 삼청공원 입구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아는 길이다. 전에 밥먹고 이곳에 놀러왔었다. 공원 입구를 지나 좀 더 내려오니 삼청공원으로 들어가는 차가 줄을 섰다. 삼청동이 원래 그렇게 조용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도 없었다. 오늘 가 본 삼청동은 사방이 공사판으로 귀가 따갑다. 디자인 서울 어쩌고 하면서 보도 블럭을 바꾸나 보다.

삼청동 수제비는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 먹으러 오는데, 그 날이 우리 부부의 삼청동 행차날이다. 꼭 수제비를 먹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아가 반드시 뭘 먹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이왕 나가는 길 뭘 먹으면 좋잖은가. 그리고 여기서 수제비 말고 다른 걸 먹어 봤는지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 떠오르지 않는 걸로 보아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수제비 집에 대한 평가도 다양한데, 원래는 맛있었는데 어느 순간 주방장을 갈았는지 맛이 변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우린 모르겠더라. 그냥 먹을 만하다. 그리고 사실 이 넓은 서울에서 우리 부부가 알고 있는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수제비집은 이곳뿐이다. 그러니 우린 수제비를 먹고 싶을 때는 별 고민 없이 이곳에 간다. 오늘도 나온 수제비를 국물까지 비우고 배를 두드리며 나섰다.

점심은 해결했는데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을 어느 쪽으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경복궁 쪽으로 내려갈 것인가. 올라가는 길은 아까 내려오면서 한 번 훑었다는 것과 이 더운 날씨에 오르막길을 걷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삼청공원에서 쉴 수 있다는 것과 마을버스를 타고 오면서 봤던 길을 걸어내려가면서 새로운 구경거리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복궁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내려가서 집으로 가는 것뿐이다. 물론 그렇게 심심하기 때문에 종로로 가서 영풍문고에서 책 좀 보다가 가자는 얘기를 해 두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삼청공원에서 좀 쉬었다 가자는, 즉 올라가자는 것.

전에 공원에 왔을 때에는 해가 다 져서 껌껌했다. 오늘은 오후 2시, 가장 환하고 더울 때이다. 게다가 오르막길을 올라왔더니 온몸이 땀에 절었다. 공원은 대체로 시원하다 할 수 있지만 여기도 공사판 소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나무 그늘이 꽤 깊어서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면 견딜 만했다. 공원 안쪽으로는 큰 딸이 놀기 좋은 미끄럼틀과 그네도 있고 서울 성곽까지 연결된 등산로도 있다. 더위가 물러가면 딸들 데리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원에서 가회동으로 내려오는 길이 말로만 듣던 북촌한옥마을이란다. 그런데 첫인상은 좀 실망스러웠다. 한옥이 몇 채 안 보이더란 말씀. "길 가에 있는 한옥들, 이게 다야?"라고 내가 말했더니 아내가 그건 아닐 거라면서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좀 더 있지 않겠냐고 한다. 안국역까지 거의 다 내려와서 표지판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옥마을이라고 해서 민속촌처럼 모두 한옥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곳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한옥이라고 해서 다 들어가 볼 수 있는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이 동네 양옥들이 다들 범상치 않다는 점이다. 문도 큼직큼직하고 담장도 아까 본 통일부처럼 까마득히 높은 것도 있고 CCTV들이 눈을 부라리고... 암튼 좀 산다 하는 사람들은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넘나들며 부부의 평소 운동량에 비해 과하게 걸었더니 안국역에 다 왔을 때엔 다리가 풀렸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지만 어디 시원한 데서 땀 좀 식혀야겠기에 커피집을 찾아 들어갔다. 커피맛에 비해 좀 비싸다 싶은 가격이었지만 에어컨 값이려니 생각했다. 아내의 방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부부가 놀러 나오는 것도 오늘로서 끝이다. 주말에 애들 데리고 나가는 것은 제외하고...

올 때는 지하철로 왔다. 전에도 그랬지만 애들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는 시간을 맞추려면 여유있는 외출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언제까지 집에 도착해서 언제까지 애들 데리러 가야 하고... 놀면서도 머리 속에는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우린 언제쯤 애들 신경 안 쓰고 놀러 다닐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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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원래 날씨가 좋으면 둘째 딸 걸음마를 시키러 동네 아파트 놀이터에 가기로 했었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여 다음에 가자고 했었다. 그런데 선풍기 바람을 쐬었더니 머리가 아픈데다가 때마침 두통약이 다 떨어졌길래 운동도 하고 그 김에 약도 사 오려고 외출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걸 본 애들 엄마가 지금 비가 그쳤으니 다함께 놀이터에 가자고 해서 갑작스럽게 온가족이 출동하게 되었다.

16개월 난 아기에게 사실 따로 걷기 연습이 필요한 건 아니다. 지금도 잘 걷는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은 다들 열심히 걷는데 우리 딸은 좀처럼 걸으려 하지 않는다길래 따로 연습을 시켜서라도 걷기에 재미를 좀 붙여주려는 것이다.

해가 쨍한 날보다 이렇게 흐린 날이 오히려 외출하기엔 더 좋다.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갈까 하다가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오늘 외출의 취지를 살려 그냥 가기로 했다. 중간에 애가 힘들어하면 그때마다 잠깐씩 안아주면 되지 뭐. 큰 딸은 놀이터에 간다니까 미끄럼틀 탄다고 신났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오늘 계속 비가 내려서 미끄럼틀이 젖었다. 물론 옷을 버릴 요량으로 나갔기 때문에 타긴 탔는데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동생은 언니가 타는 미끄럼틀 당연히 자기도 탈 수 있다며 나섰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실내 미끄럼틀과는 달리 쉽지 않다. 지금 신고 있는 샌들로는 그 경사를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하늘어 어두워지더니 이내 비를 뿌린다. 우산도 없이 나왔는데 어쩌나. 놀이터 옆으로 비를 피할 공간은 충분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이래선 집에 갈 수 없다. 엄마 아빠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동안 딸들은 밖에서 보는 비가 반가운 눈치다. 심지어 둘째는 비 맞는 게 더 좋은지 거침없이 나선다.

지나가는 소나기였는지 비는 10분도 안 돼 그쳤다. 빨리 집에 돌아가려 했으나 큰 딸은 좀 더 놀고 싶은가 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또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알 수 없다. 돌아오는 길에 애들이랑 엄마는 집에 보내고 약국에 들러 두통약을 사려 했는데, 젠장... 주머니에 있는 돈이 부족하다. 주말에 머리 아파도 그냥 참으라는 얘긴가 보다.

이 이야기의 비극적인 결말. 빈 손으로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지갑 뒷편에 천원 짜리 지폐가 한 장 더 있다는 사실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는 법이다. 머리 아파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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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부부가 놀러 나갔다. 녹색극장이 아트레온인가 뭔가 하는 아스트랄한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 표를 끊으면서 알게 되었다. 원래는 영화까지 보겠다는 생각은 아니고 그저 여름인데 냉면 한 번 먹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소박한 계획이었으나, 고작 냉면 먹으러 은평구에서 서대문구까지 그 먼 길을 나간다는 건 확실히 우리 부부의 세계관과 충돌한다. 그리하여 덤으로 영화 한 편을 집어넣게 된 거였다.

신촌 가는 버스를 타니 가스통 폭발 사고가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떠올랐으나, 그렇다고 어쩌겠나 뭐. 우리같은 가난한 부부들은 주차할 곳도 마땅찮은 신촌에 차를 끌고 나가느니 그냥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 속에 몸을 맡기는 게 더 경제적이지 않겠나.

영화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지만 조조로 보는 건 더 오랜만이다. 아마 이병헌과 송강호, 이영애가 나왔던 JSA가 마지막이지 않나 싶은데 자세한 건 모르겠다. 아무튼 요새 표 한 장에 8000원이나 하는데 조조는 5000원이라니까 왠지 많은 혜택을 본 것 같다. LG카드 할인도 기대했으나 요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난 3개월 평균 카드 사용 실적이 30만원 이상이어야 된단다. 영화 한 편 할인 받으려고 30만원을 쓰는 게 말이 되나. 당연히 패스.

원빈이 나오는 '아저씨'라는 영화를 봤다. 무슨무슨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맘먹고 있었던 게 아니라 순전히 우리의 메인 이벤트 냉면 계획에 영화는 꼽사리를 끼는 형국인지라 약간은 성의 없이 골랐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막상 고르려 했더니 별로 볼 영화가 없긴 없더라. 그래서 그다지 맘엔 안 들지만 남들 많이 본다는 영화로 골랐다.

극장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평일 조조인데 당연하지 뭐. 우리 부부 말고도 단체로 보러 온 사람들이 몇 있긴 했는데 좌석을 지정한 게 의미 없을 정도의 규모였다. 극장 안은 전반적으로 쾌적하지 못한 상태. 팝콘 냄새인지 와플 냄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심히 느끼한 냄새가 건물 전체적으로 짙게 깔려서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다. 영화 시작하니까 냄새가 가시긴 했지만 아트레온, 청소 좀 잘 하자.

영화 보는 내내 사실 좀 힘들었다. 남들은 박진감 넘친다는데 내가 보기엔 불필요하게 잔인한 액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었다. 영화를 보며 느낀 점, 주위의 아저씨들한테 함부로 시비 걸지 말자는 것. 멋도 모르고 까불다간 죽는다 정말... 그리고 또 하나. 무릇 아저씨라면 배가 좀 나와 주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감...

힘들게 영화를 봐서 그런지 다 보고 나오니 허기진다. 오전에는 구름이 많았는데 극장 밖으로 나오니 구름 속으로 해가 많이 나왔다. 곧장 오늘의 메인 이벤트, 냉면을 먹으러 갔다. 사실 어제 집에 있으면서 냉면 생각이 나서 시켜 먹었는데, 이게 입맛을 확 버렸다. 아무 말도 없이 주문한지 한 시간 만에 배달해 주질 않나, 맛으로 승부하는 대신 양으로 승부하려는 비빔냉면 때문에 헛배만 부르고 기분 제대로 잡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비빔국수 삶아먹는 건데 그랬다. 사정이 이러해서 오늘 제대로 된 냉면을 먹지 않으면 가슴에 응어리가 질 것 같아서 굳이 날도 더운데 신촌까지 나온 것 아니겠는가.

부부가 신촌에서 자주 가는 냉면집은 현대백화점 후문 쪽에 있는 '함흥냉면'인데, 맛이 그럭저럭 괜찮다. 신촌에서는 '고박사집 냉면'이 더 유명하다는데, 거긴 확실히 맛이 없다고 보증할 수 있다. 그 집에서 파는 건 사실 냉면이라 하기 좀 민망하다. 신촌 '함흥냉면'은 고향 부산의 '원산면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냉면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맛은 지키고 있다. 비교적 무난하달까. 비빔냉면에 나오는 육수도 그럴듯하다. 부부가 이번 여름에 부산에서 먹은 밀면 맛이 별로였다는 얘길 하면서, 만두까지 시켜 먹었더니 배도 부를 만큼 부르다.

점심을 해결했으니 신촌은 언제 떠도 아쉬울 게 없으나, 부부가 언제 또 이렇게 나오겠나 싶어 잠깐 걷기로 했다. 냉면 가게 옆에 있는 팬시점에 들러 딸에게 사줄 만한 게 뭐가 있는지 구경도 하고, 맞은 편의 현대백화점에도 잠깐 들렀다. 예나 지금이나 현대백화점은 역시 정이 안 간다는 결론을 뒤로 하고 학교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 커피라도 한 잔 하자는 생각에 찻길에서 한 블럭 뒷쪽으로 가 봤다. 예전에 자주 다니던 만화방, '까페 차리려다 실패한 만화동산'은 PC방으로 바뀌었다. 감자탕을 많이 먹으러 갔던 '보은집'도 없어졌다. 정말로 많이 변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 '여우사이' 정도일까. 돌아보는 김에 대학 1학년 때, 입학하자마자 처음으로 살았던 하숙집이 있던 곳도 가 봤는데, 예전의 낡은 단층집이 헐리고 3층집을 짓고 있었다. 아쉽다.

찻길이 아닌 그 뒷골목은 완전히 변해서 커피나 차를 마실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큰길로 나와서 자리를 잡은 곳이 'Angel in us Coffee'.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곳이더라. 커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야 맛을 구별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다 똑같다. 그래도 이렇게 커피 한 잔 하게 되니까 부부가 오랜만에 마주보며 얘기하게 된다. 결혼 생활 해 본 사람들이야 다 알겠지만, 신혼 때 아니면 부부가 얼굴 마주보면서 얘기할 기회가 어디 그렇게 많던가. 한 사람은 TV 보고, 한 사람은 컴퓨터 들여다 보면서 짤막하게 한 두 마디 얘기하는 정도. 집에서는 커피를 마셔도 각자 한 잔씩 들고 알아서 마시지 이렇게 마주앉지는 않는다. 아내가 며칠 전 오랜만엔 친구들 만나서 논 얘기, 애들 키우는 얘기, 집 문제 얘기, 내가 하고 있는 공부 얘기... 이런저런 얘기 속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조조 보느라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하루가 짧다.

커피점을 나설 때에는 해가 완전히 나와서 선글라스 없이는 눈도 못 뜰 정도로 햇살이 따갑다. 학교쪽으로 올라와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신촌은 그래도 접근성이 좋다. 갈아타지 않고 버스 한 번에 이렇게 다녀올 수 있으니 말이다. 방학이라 학생은 얼마 없어도 학교 앞으로 지나가는 차는 여전히 많다.

집에 가서 치우고 뭐하고 하면 애들 데려올 시간이고, 저녁 먹고 애들 씻기로 재우면 또 하루 끝. 오늘 공부는 공쳤다. 아내는 내일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쇼핑하러 나간단다. 애들 데리고 하는 쇼핑은 정신이 없다. 내일은 여유있게 둘러볼 참이란다. 내일 점심은 혼자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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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심

  • 군것질은 하지 않는다.
  • 과일과 채소만 먹을 것이다.
  • 저지방우유만 먹을 것이다.
  • 너무 많이 먹지 않을 것이다.
  • 몸짱이 될 것이다.
  • 다이어트를 꼭! 하고 말 것이다.
  • ♥건강하고 튼튼해질 것이다.♥
  • 대표우유인 서울우유만 먹을 것이다.

정인이가 쓴 것

오늘 저녁 큰 딸이 TV를 보더니 문득 느낀 바 있는지 종이를 가져다가 뭔가를 열심히 적길래 그 내용이 궁금했는데, 다 적어서 큰 소리로 읽더니 벽에 붙여 놓았다. 특히 저지방우유를 강조하는 걸로 보아서는 아마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특정 상표를 딱 집어 얘기하는 마지막 문구는 원래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데, 결심 문구를 써 내려가면서 옆에 아빠가 다 먹고 남긴 빈 우유팩을 보고 추가한 내용임에 틀림없다.

벌써부터 다이어트 운운하는 것이 재밌다. 과자를 좋아하는 딸로서는 첫번째 결심부터 지키지 못할 공산이 큰데, 아무튼 본인은 진지하니, 뭐 지켜보는 수밖에. 기대는 하지 않지만, 열심히 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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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눈 뜨면 옆에 엄마가 있을 줄 알았던 딸은 아빠밖에 없자 아침부터 한바탕 울어 주셨다. EBS의 Lazy Town을 보느라 울음을 그친 후에도 아빠더러 어디 가지 말고 옆에 딱 붙어 있으란다.

한 이틀 정도 쨍한 날씨를 안 보여 주더니 오늘은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그래도 일어나자마자 숨막히는 공기가 몰려오는 건 아니라 견딜 만하다. 물론 좀 있으면 다시 더워지겠지...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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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이 좋아요

패밀리 2010. 8. 9. 01:43

작은 딸은 요즘 쿠션에 제대로 꽂혀서 틈만 나면 거실에 있는 쿠션 위로 쓰러진다. 푹신한 맛을 알았는지 표정도 제법이다.

아빠는 요새 날이 더워지면서 게을러져서 며칠 전 찍은 사진을 이제사 올린다.

그건 그렇고 A80 이거 감도를 올려 찍으니까 노이즈가 장난 아니네. 그냥 밝은 날 야외에서만 찍으라는 얘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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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부산 갔을 때 눈에 들어온 어머니의 재봉틀. 낡고 군데군데 녹슬긴 했어도, 이번에 손녀들 서울서 내려온다고 어머니가 손수 모시 내복을 지어주실 정도로 아직도 현역에서 뛰는 물건.

쥐꼬리만한 월급을 집에 던져주면 그 후에는 집안 살림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돈 나올 구석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등은 도통 알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아버지 덕에 어머니는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이 재봉틀은 두 아들 대학 보내면서 등록금 마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커튼 가게를 하시면서 마련하신 거다.

작은 아들은 집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어머니 커튼 일을 여러모로 도울 수 있었지만, 철없는 큰 아들은 서울서 대학 다니면서 이놈의 등록금이 어떻게 올라오는지도 몰랐다. 그저 어머니가 일을 하나 보다 생각만 할 뿐... 그런 면에서 아버지와 큰 아들은 공범이다.

지금이야 커튼 가게 그만두신지 오래 되었으니 당연히 예전만큼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재봉틀. 지난 번에 부산에 갔을 때만 해도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는데, 이번엔 손녀들 내복 만드는 일에 재봉틀이 나섰다. 이제 또 한동안은 먼지를 뒤집어쓰며 거실 한 쪽을 차지하고 있을 터. 이렇게 다 낡아빠진 걸 보며 새 재봉틀을 하나 사 드릴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해 봤다. 자주 쓰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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