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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03 걸음마
  2. 2006.01.29 직립보행

걸음마

패밀리 2006. 2. 3. 02:01
딸의 걸음마가 사흘 전부터 갑자기 늘었다. 근 한 달째 세 걸음에서 다섯 걸음 사이를 지루하게 반복해 왔었다. 그런데 사흘 전부터 갑작스레 뒤뚱뒤뚱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온전히 방을 가로질러 아빠 품에 안기는 모습이 어찌 그리 예쁜지 모르겠다. 이런 데에도 변함 없이 양질전화(良質轉化)의 법칙은 작용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몇 달 동안 하루 한 시간씩 러닝머신과 싸우는 이 아빠도, 지금은 몸무게에 아무런 변화도 없고, 그리하여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정말로 의심했었지만, 이젠 어느날부터 미친듯이 하루에 1 킬로씩 감량되는 기적을 일으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도 옷장 속에 고이 자고 있는 옛날 바지 좀 입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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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보행

패밀리 2006. 1. 29. 14:32
나의 유아기 시절에 대한 기억력은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 길지 않은 인생이나마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만큼 유아기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난 어머니의 젖을 먹던 시절을 기억한다. 어머니의 젖의 감촉도 기억한다. 그 시절 난 오른쪽으로 눕는 자세를 훨씬 더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어머니의 손길, 누워서 양손에 분유병을 쥐고 바라본 천장의 벽지 무늬...
내가 생각해도 참 별일이다.

이제 내가 딸을 키우는 입장이 되니, 내가 요만할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참 재미있다. 지금 생각하기로도 난 분명히 키우기 쉬운 아기는 절대 아니었다. 밤늦게까지 안 자고 울어댔으며, 목욕하기 싫어서 난리를 치고, 도망도 다니고...
자식 키워 보면 부모님 마음을 안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만큼은 아닐 거다. 현재 내 딸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난 나의 어릴 때 모습과 직접 비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의 나와 놓고 보면 정말이지 우리 어머니는 대단하시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것은 내 기억력이 미완성의, 아주 중요한 부분은 잃어버린 기억이라는 점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난 비교적 또렷하게 유아기 시절의 내 일련의 행동을 기억하긴 해도, 정작 중요한 그 행동의 동기, 즉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는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거다.
행동의 동기가 왜 중요한가. 바로 현재 딸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분명 그 때 나도 특정한 상황에서 엄청 많이 울었고, 지금의 딸도 비슷한 상황에서 울어댄다. 근데 화가 나는 것은 왜 이놈이 우는지는 전혀 모르겠다는 점이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그시절 이맘때 그랬듯이, 딸도 현재 걸음마를 배우고 있다. 몇 걸음 못 가서 바닥에 나동그라지기도 하고, 탁자 모서리에 찧어서 자지러지게 울기도 한다. 분명히 지금 상태로선 기어가는 것이 훨씬 정확하고 빠르다. 기는 게 별로 맘에 안 들면 걷는 것보다는 안전한, 무릎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기를 쓰고 험한 길을 가려는 것일까. 신생아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냥 누워 있으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을텐데, 왜 굳이 뒤집으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쓰는 것일까. 뒤집는다고 해서 뭐 먹을 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껏 뒤집어놓고는 숨쉬기조차 어려워하지 않는가 말이다.

인간의 특징 중에 하나가 직립보행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그렇지만 딸을 보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직립보행 자체가 아니라 그 의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혀 아쉬울 것 없는 현재를 넘어서려는 그 본능과 같은 의지가 아니었다면 인간이 두발로 땅을 딛고 설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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