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에 해당되는 글 152건

  1. 2008.02.23 딸의 수다 1
  2. 2008.02.20 무신경 부부
  3. 2006.04.08 부모의 마음
  4. 2006.03.26 잠의 달인
  5. 2006.03.25 빨래 털기 놀이
  6. 2006.03.19 아내와 촌지
  7. 2006.02.26 딸의 돌잔치
  8. 2006.02.18 정인이 돌 사진
  9. 2006.02.14 치한 취급을 당하다
  10. 2006.02.04 정인이 사진

딸의 수다

패밀리 2008. 2. 23. 17:20
    딸이 우리에게 온지도 이제 며칠만 있으면 세 돌이다. 그동안 별 탈 없이 자라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작년 이맘 때 어린이집 보낼 때만 하더라도 엄마 곁에서 떨어져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적응을 잘한다.

    아무튼 우리 나이로 네 살이 된 요즘은 밥상 차리는 것도 도와주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도 척척 내온다. 기특하다. 다만 아직도 밤에 잠들 때엔 엄마가 곁에 없으면 아주 괴롭다. 아빠 혼자서 재우기엔 너무 벅찬데, 언제나 엄마랑 잘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정이 생겨 그렇지 못할 때엔 온 동네에 모르는 집이 없을 정도로 한바탕 굿을 하고 자야 된다. 요것만 고치면 이제 진짜 아기 딱지를 떼고 어린이 해도 된다.

4촌동생 백일잔치에서 6촌언니들과 함께


    딸에게 정말 신기한 것이 있는데, 말 많은 거, 시끄러운 거와는 거리가 먼 엄마 아빠 사이에서 어쩜 이렇게 수다쟁이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주중에야 어린이집에 다녀오니까 괜찮지만, 주말 이틀 동안 엄마 아빠가 딸내미의 수다를 받아주고나면 몸살 날 정도다. 목소리나 조용하면 말도 안 한다. 작년 가을 무렵부터 딸이 재미붙인 게 역할놀이 같은 건데,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냥 자기가 일정 시간 동안 하고 싶은 무엇이 되어 보는 거다. 딸이 좋아하는 역할은 애기, 누나, 야옹이, 멍멍이, 삐악이 등이다. 문제는 하고 싶은 거 그냥 하면 될 것을, 꼭 엄마 아빠에게 그걸 보여주려 한다는 데에 있다.
"엄마, 엄마~!"
"왜?"
"나는 누나 아니고 애기 할래요~! 응애, 응애..."
"응, 알았어..."
"엄마, 엄마~!"
"또 왜?"
"나는 이제 애기 아니고 고양이 할래요~! 야옹, 야옹..."
"그래 알았으니까. 엄마한테 얘기하지 말고 그냥 하렴."
"야옹, 야옹..." (고양이라 인간의 말을 못함)
"엄마 아빠 과자 먹을 건데..."
"야옹!!!" (자기도 달라는 뜻)
"뭐라고? 엄마는 고양이 말을 못 알아 듣는데..."
"나는 이제 고양이 아니고 누나 할래요~! 저도 주세요~! 많~이 먹을게요!" 

    다른 집은 어떨지 몰라도 잠의 달인인 아내는 주말에 낮잠을 안 자면 우울증에 걸릴 것이다. 당연히 한 잠 자고 싶은데 에너지가 넘치는 딸은 전혀 협조해 줄 생각이 없으므로 낮에 두 여자가 잠을 두고 한바탕 힘겨루기를 한다. 어르고 혼내기도 해서 어렵사리 딸을 자리에 눕히는데, 그래도 아직은 대부분 엄마가 이기니 얼마 다행인지 모르겠다.

    모녀가 달게 낮잠을 자고 있는 토요일 오후, 지금이 나로선 제일 한가한 시간이다.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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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경 부부

패밀리 2008. 2. 20. 11:26
    오늘 아침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깼다. 어제 분명 아내가 휴대폰 모닝콜을 해제시켜놓으라고 했건만 또 깜빡하고 그냥 잤나보다. 어차피 내가 모닝콜을 걸어놔 봐야 끄는 건 아내의 몫이다. 그런데 내 모닝콜을 끄려면 거실을 지나 컴퓨터가 있는 작은방으로 가야 한다. 아침에 콜 소리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작은방까지 건너가야 한다는 건 아내로서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이불 속에서 뭉개는 시간 정도는 주어져야 되는 거 아닌가. 그나저나 아침부터 한마디 듣겠구만...

    근데 좀 이상하다. 내건 벨소리가 아니라 멜로디인데... 그 소리만 나는 게 아니라 다른 소리가 섞여 있다. 아니다. 실은 민방위 훈련 때나 들을 수 있는 엄청 시끄러운 벨소리에 모기소리처럼 내 멜로디가 섞여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모닝콜 정도에 내가 일어나다니... 소리가 나는 곳은 아파트 복도인 것 같았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혹시 소화전 경종인가."
"아우 시끄러..."
"딱히 불이 난 것 같진 않은데, 소화전이 고장인가..."
    아내가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오더니,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자리에 눕는다. 나도 작은방으로 건너가서 휴대폰을 수습하고 돌아오는 길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 보았다. 그 전에 잠깐 창밖을 보았는데 오늘따라 앞이 뿌연 것이, 불 때문에 나는 연기인지 안개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과연 소화전 경종은 엄청난 강도로 귀를 때렸다.
"이거 장난 아니구나. 귀가 멍멍하네..."
    혹시 불이 난 건가 하고 코를 킁킁거려 보기도 하고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가 있나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그런 낌새는 없었다. 그런데 계단 위쪽이 갑자기 소란해지더니 반장 아주머니가 계단을 급히 내려왔다.
"무슨 일이죠?"
"좀전에 소방서에 신고했어요."
    신고했으니까 잘 되겠지 하는 생각에 현관문을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래?"
"몰라. 신고했대."
    고장인지 아니면 누가 장난친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곧 경종이 그쳤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시간이 흘러갔다. 나중에 부부가 아침을 먹다가 다시 그 소동이 생각났다.
"근데 우린 불나면 뭘 갖고 뛰지?"
"그것도 그거지만 우리 아침에 너무한 거 아냐? 진짜로 불났으면 어쩔 뻔 했어?"
"그러게 말야..."
    정말로 무신경한 또는 무던한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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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음

패밀리 2006. 4. 8. 17:14
딸이 오늘 처음 치과에 갔다. 어디가 아파서가 아니라 예방과 점검 차원에서 간 것이다. 영유아때 방심하다가 이빨 전체가 상해서 영구치까지 엉망으로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주위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는데 안 가볼 수도 없다. 그렇잖아도 혹시 벌써 이빨이 썩지 않았을까 걱정하던 차였다.

향후 유망 업종은 모조리 어린이 관련 사업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치과라고 찾아간 곳은 예약 아니면 받아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대기실에도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로 넘쳐난다. 역시 적게 낳는 만큼 귀하게 키우려나 보다. 나만해도 본인의 이빨은 관리를 못해 신경치료까지 받으러 다니면서도 딸 건강은 미리 챙기게 된다.

대기실 중앙엔 커다란 화면의 TV가 걸려져 있고 그 밑으로 매트를 깔아놓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벽으로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무심한 책이 책장에 꽂혀 있었다. 매트 위엔 벌써 노는 아이들로 정신이 없었다. 처음엔 딸을 안고 있었으나 팔도 슬슬 아파오고 입고간 점퍼 때문에 덥기도 해서 매트 위에 조심스럽게 딸을 내려놓았다. 치과에 온 아이들 중에서 나이가 단연 어렸으므로 내심 걱정이 되었다. 큰 아이들 틈에 끼어서 주눅이 들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웬걸, 주눅이 다 뭔가. 성큼성큼 걸어다니더니 자기보다 큰 남자아이가 가지고 놀던 공을 냉큼 빼앗아버린다. 순간 당황하는 그 아이의 모습. 그러나 상대는 너무나 어린 꼬마라 화를 낼 수도 없다. 엄마가 "오빠 공을 네가 뺏으면 안 되지. 돌려 줘." 라고 말을 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덩치 큰 아이들 틈에서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돌아다니며, 심지어 박명수식 호통개그까지 날린다.

접수할 때 아이의 성격을 체크하여 적는 게 있었다. 평소 전기청소기 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 엄마 품으로 달려들곤 해서 '겁이 많음'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나중에 어디 가서 애들 패고 다니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것이고, 속으론 그렇지가 않다. 딸이 바깥에 나가서 기가 죽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얻어터지고 들어오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말이다. 역시나 부모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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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달인

패밀리 2006. 3. 26. 02:32
결혼하기 전까진 하늘 아래 내가 제일 많이 자는 줄 알았다. 결혼 후 처음에는 어디가 아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아님을, 세상에는 정말로 고수가 있음을, 게다가 그 고수가 나랑 함께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아니지만 전성기 때는 나도 잔다면 자는 사람이었다. 맘만 먹으면 하루 열 세 시간 정도는 거뜬하게 자 주고, 주말에는 난이도 높은 이어자기, 밥만 먹고 드러눕기, 가수면 상태로 누워 있기 등 나름대로는 강력한 초식을 구사할 줄 알았다. 내 잠의 거침 없던 행보가 결정적으로 꺾이게 된 것은 더이상 낮잠을 잘 수 없게 된 까닭이 무엇보다도 크다. 언제부터인가 내 삶의 크나큰 기쁨이 사라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도저히 생활이 유지가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두통약 쌓아놓고 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요새는 예전처럼 낮잠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안 자는 것과 잘 수 없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전성기 때에도 나의 수면 스타일은 진정한 고수의 풍모는 아니었던 것이다. 문제는 잠의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얼마나 잠을 지배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잠에 이끌려 다니면 안 된다. 체력 저하로, 몸이 어디가 아파서 잘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우리는 이들을 잠의 달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진정한 달인은 자신의 의지로 잠을 조절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다.

잠에 관한 한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아내는 그런 면에서 진정한 잠의 달인이다. 우선 잠의 절대적인 양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잠에 대한 지배력 또한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보아온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우선 낮잠을 잤다고 해서 밤잠을 이루는 데 문제가 되는 적이 없다. 낮잠은 낮잠일 뿐, 그것이 감히 메인 이벤트를 방해할 수는 없다는 거다. 물론 잠을 많이 자는 것만으로 내가 아내를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잠을 적게 자야만 할 때엔 확실히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 이후로 난 늦잠 때문에 지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나로서는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이다.

오늘도 아내는 딸이랑 낮잠을 두 번이나 잤다. 처음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두 시간을 잤다. 이 정도는 거의 정석 플레이다. 집에서 딸이랑 놀아줄 때의 기본 코스는 오전 오후 두 시간씩 두 번 자는 것이다. 그런데 오후 5시에 두 번째 낮잠에 들었는데 저녁 7시가 되어도 두 여자가 일어나질 않는 것이다. 밤 8시가 되어도 기척이 없었을 때엔 오늘 빨래 털기 놀이를 하느라고 피곤해서 그러나 보다 했다. 결국 밤 9시가 되었을 때엔 배도 고프거니와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슬며시 들어 두 여자가 자고 있는 방의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그제서야 일어나는 아내. 무려 네 시간을 자 버렸다. 아니 이 아줌마는 배도 안 고픈가...

나라면 이런 날은 밤에 잠을 못 잘 법도 하건만 역시나 아내는 끄떡없다. 새벽 1시가 되자 여지 없이 잠자리에 든다. You Win! 좋은 꿈 꾸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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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털기 놀이

패밀리 2006. 3. 25. 23:05
이제 돌 지난지도 한 달이 된 딸은 엄마 아빠가 하는 것을 금방 따라 배운다. 브러시를 손에 들고 머리 빗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수화기를 들고 전화 받는 시늉을 한다. 그 중에서도 전화기 줄을 목에 거는 것은 딸의 특기이자 자랑이다. 딸의 흉내 내기 중에서 엄마 아빠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이 TV를 켜고 끄는 행동인데, 특히나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결정적인 순간을 어찌나 잘 포착하는지, 딱 그 순간에 전광석화처럼 TV에 달려들어 전원을 꺼 버린다. 엄마의 비명 소리가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딸이 오늘 새로 배운 게 하나 있다. 엄마가 세탁기를 돌린 후 빨래줄에 옷을 걸기 전에 몇 번 터는 것을 본 것이다. 세탁기 쪽으로 달려오는 딸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손수건 하나를 건넸더니 이놈이 이걸 가지고 엄마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숨까지 헐떡거리면서 빨래 털기 놀이를 하는데 오늘 제대로 필 받은 것 같다.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는다. 얼마나 열심이었으면 나중에 빼앗아 보니 손수건의 거의 다 말라 있었다.

어쨌거나 오늘 이놈 기분이 유난히 좋다. 덕분에 엄마 아빠의 휴일이 모처럼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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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촌지

패밀리 2006. 3. 19. 00:24
아내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이다. 요새 만인의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그 초등학교 교사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선생님을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 하면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무보다는 관리 쪽으로 일의 비중이 옮겨갈 수밖에 없고, 그 관리라는 것이 또 그만큼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일인지라, 조직에 충성하기 보다는 차라리 자객으로 살자는 생각에 아내는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임용고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다지 기대는 안 했건만 몇 달 뚝딱뚝딱 공부하는 것 같더니 재수 한 번 없이 덜컥 붙어버리지 뭔가. 기특하기도 하지... 의외로 공부 머리가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지금 내가 다시 공부하네 어쩌네 하는 것도 다 아내 덕이다.

아내는 교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촌지라는 것을 받은 적이 없다. 난 하도 신문에서 촌지 촌지 하길래 교사라는 직업이 원래 그걸 안 받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말 못하는 딱한 사정이라도 있는 줄 알았었다. 근데 알고 보니 그게 전혀 아니었다. 그런 거 안 받아도 아무도 뭐라 그러는 사람 없고, 그런 거 없이도 멀쩡하게 애들 잘만 가르치더라. 우리 부부의 궁합 중에 하나가 바로 '도덕률을 적용함에 있어 융통성을 부리지 않는다'는 점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양심적으로 산다는 얘기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내가 당하기 싫은 거 남한테 하지 않고 산다. 이런 부분이 서로 잘 맞는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날강도 남편이랑 사기꾼 아내랑 사는 게 좋은 사람도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내 세계관으로는 용납 못한다. 아무튼 그런 고로 아내는 이제껏 현금은 말할 것도 없고 그에 상응하는 유가증권이나 공연 티켓 등은 물론 자그마한 선물 하나라도 집에 들고온 적이 없다. 그런 아내에게도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바로 음식이다. 음식의 경우엔 우선 돌려 보낼 수가 없다. 상하면 아깝지 않은가. 또한 음식은 반 학생들이나 동료 교사들과도 나누어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에도 앞으로 이런 거 하지 말라는 말은 빼놓지 않는다.

올해 초 아내가 학교를 옮겼다. 집에서 안양까지 출퇴근하기가 너무 멀어 학교를 옮겼는데 일산으로 발령이 났다. 처음엔 가까워졌다고 좋아했는데 막상 출근해 보니 별로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10분 정도밖에 단축이 되질 않는다고 한다. 암튼 새 학교에서의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며칠 전엔 교실 환경미화 후에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오는 날이 있었다. 그날 퇴근길에 아내가 가지고 온 것이 어느 학부모가 아들 편에 보내온 김치였다. 학교에 냉장고가 없었는지 한나절만에 김치가 팍 시어버렸다. 아 그런데 이놈의 김치 맛이 장난이 아니다. 양념이 절묘하게 되어 있었다. 원래 반찬 가지수 많은 거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이 김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반찬이 될 정도다. 밥에 비벼 먹기도 하고, 오늘은 비빔국수에도 넣어 먹었다. 얼굴 없는 돈보다 이런 촌지가 훨씬 좋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질 않는가 말이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도 그대로 전달이 되고 말이다.

이 자리를 빌어 그 학생의 어머니께 감사 드린다. 김치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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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돌잔치

패밀리 2006. 2. 26. 20:40
금요일부터 2박3일로 부산에 다녀왔다. 딸의 돌잔치 때문이다. 남들처럼 뷔페식으로 잔치를 할까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으나, 우선 본인이 별로 원하는 눈치가 아니고, 풍악을 울려 가며 요란스럽게 하는 돌잔치치고 주인공이 힘들어하지 않는 경우를 별로 못 보았으므로 그냥 가족들끼리 밥이나 먹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간소하게 한다고 해도 돌상 차리고 친척들 부르고 하니 예상보다 거해진 면이 있다.

금요일과 일요일 이틀은 운전하느라, 토요일은 하루 종일 딸 안아주느라고 기운이 다 빠졌다. 딸은 집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가 밖으로 나가면, 즉 낯선 곳에 가면 유난히 아빠를 많이 따른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잖아도 요새 무릎이 아픈 아빠로선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평소 하는 짓으로 보아 돌잡이에서는 단연 연필이 유력했으나 쌀을 먼저 집고 다음에 연필을 잡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아무리 가족끼리 하는 것이라도 사진도 찍고 그러다 보니 역시나 주인공은 힘들다. 본인도 그러하고 엄마 아빠도 그렇지만 돌 이것도 역시나 두 번 할 짓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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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돌 사진

패밀리 2006. 2. 18. 23:17
딸의 돌 사진을 찍었다.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어 가면서 찍었으나 공주풍 보다는 보이시한 게 훨씬 잘 나온 것 같다.

모자 쓰는 걸 엄청 싫어하는지라
이 순간을 잡기가 엄청 힘들었다.
본인은 좋은지 모르겠으나,
옆에서 어르던 엄마 아빠는 지쳐가고 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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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커 가면서 하루하루가 다른 것 같다. 바로 어제까지 하던 행동을 어느 순간 완전히 잊은 듯이 안 하게 되는가 하면, 언제 이런 걸 배웠나 싶은 갑작스런 퍼포먼스로 부모를 즐겁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도리도리를 한다든지, 어느날 갑자기 바이바이를 배워 엄마 아빠는 물론 일가 친척까지 기쁨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딸이 백일 무렵부터 이제까지 늘상 하던 행동 중에 뽀뽀도 있다. 두 팔로 안아주거나 앉아서 놀고 있을 때 얼굴을 맞대고 '뽀뽀~' 라는 주문을 외면, 낯선 사람이 아닌 한에선 입술 박치기에 들어간다. 딸이 할 수 있는 많은 퍼포먼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 종목이었다. 또 하나의 인기 종목으로는 이놈이 뭘 먹고 있을 때 '좀 주세요. 아~' 라고 하면서 입을 벌리면 선뜻 자기가 먹던 걸 상대방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욕심 부리지 말고 서로 나누고 살라는 엄마의 깊은 뜻이 담긴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인기 종목을 어느날 갑자기 까먹은 걸까. 아니면 갑자기 맘에 들지 않게 된 걸까. 자기 것이라는 소유물의 개념이 생겼는지 갑자기 음식을 나누어 주지 않겠단다. 나눠 먹자고 아무리 졸라도 먹던 걸 오히려 등 뒤로 감추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거의 동시에 뽀뽀도 안 해 주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나 친척들이 이놈과 뽀뽀 한 번 하려고 몇 번을 애원해야 하는지 모른다. 멀쩡하게 가만 있다가도 입술만 가져가면 고개를 홱 돌려 버린다.
그저께는 아빠 방에서 잘 놀고 있었는데, 뽀뽀해 달라는 아빠 말을 몇 번 무시하더니 결국에는 '꺅~' 하는 소리까지 지르지 뭔가. 억지로 뽀뽀하려다 딸에게 치한 취급을 당한 것이다. 안방에 있던 엄마가 놀랄 정도였다. 밀려드는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자그마한 일에도 이러할진데 나중에 딸이 커서 부모의 뜻을 거스르거나,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없어질 때 느끼는 감정은 오죽하겠는가.

기쁜 일이 생기면 또 그렇지 않은 일도 하나씩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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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진

패밀리 2006. 2. 4. 02:17
명색이 딸 키우는 아빠로서 아기 사진 하나 키우지 않는 것은 임무 방기라 생각되어 최근 사진으로 몇 장 올린다.
TV에서 대체 뭘 봤길래 저리도 즐거운 건지...

우린 주전자도 씹어먹는다... 자랑스럽다...

아빠 없는 틈을 타서 마우스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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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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