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텍스트 편집기용으로 적당한 고정폭 글꼴을 발견할 때마다 한 번씩은 그것을 설치해서 써 본다. 그리고 꽤 마음에 들어하면서 한동안 그 글꼴을 쓴다. 만족한다. 그런데 한동안 그렇게 잘 쓰다가는 다시 원래 쓰던 글꼴로 돌아온다. 그것이 바로 Lucida Typewriter다. 이놈이 특별히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더 가독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반드시 돌아온다. 돌아오는 데에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곳저곳에 두루 쓰는 것도 아니다. 웹브라우저의 고정폭 글꼴에도 쓰지 않는다. 지에디트나 마우스패드 같은 편집기에서 쓰지도 않는다. 심지어 터미널 글꼴에서도 나눔고딕코딩에 밀려난지 오래 되었다. vim용 글꼴은 당연히 터미널 글꼴을 쓰므로 여기서도 탈락. 딱 한 곳, Emacs에서만 쓴다. 오로지 코딩에만 쓴다는 얘기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재밌는 것은, Windows에서는 고정폭이 아닌 가변폭 글꼴을 쓴다는 사실. 내가 봐도 웃긴데, 항상 verdana를 쓴다. 코딩하는데 가변폭이면 불편하지 않냐는 얘기를 듣는데, 맞다. 불편할 때가 있다. 그래도 그냥 그렇게 쓴다. 왜 그런지는 역시 모르지 뭐. 팔자려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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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와 엠파스가 통합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리하여 엠파스라는 이름은 이제 사람들에게 잊혀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아직도 그 존재감을 팍팍 드러내는 엠파스.

주요 포털에 접속할 때마다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그동안 귀찮아서 미루다가 오늘 갑자기 필이 꽂혀서 바꾸면서 좀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다. 네이트에서 사용하는 계정이 네이트, 엠파스, 싸이월드의 3개라는 사실도 맘에 안 들긴 하지만, 그건 쓰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고 본다. 그러나 이 3 계정의 비밀번호 정책은 최소한 같아야 하는 게 아닐까?

네이트와 싸이월드 계정의 비밀번호는 바꿨는데, 엠파스를 바꿀 때 문제가 발생했다. 비밀번호는 소문자와 영문소문자의 조합으로만 사용해야 한단다.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가. 아니 여긴 대소문자 구분도 안 되는 동네인가. 요새 그렇잖아도 남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합을 사용해서 비밀번호를 만들기를 권장하는 판에 영문소문자만 된다는 건 뭔가. 게다가 일관성도 없는 것이, 네이트와 싸이월드는 대문자도 되는데 엠파스는 소문자만 된단다. 어이 상실이다. 겉으로는 통합되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다른 사이트 같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이 동네에선 다른 비밀번호를 써야 된단다. 기분 나빠서 엠파스 비밀번호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맘에 안 드는 거 하나 더 얘기하자면, 영문자와 숫자 외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문자가 아주 적다. 왜 다른 사이트는 되는데 여기선 안 되지? 무슨 기술적인 문제가 있길래? 이러니 비밀번호 조합이 단순해지는 거 아닌가 말이다. 무슨 개인사이트도 아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털이 아직도 이런 구식 비밀번호 정책을 쓴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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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되지도 않는 '이시간 인기 토픽' 같은 걸로 메인을 어지럽히더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건지. 아니면 며칠 동안 오류가 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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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검색만 잘 하든지...

요새 하나같이 내놓는 서비스마다 애매한 포지셔닝에 개념도 잘 안 서 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내놓고선 사후 관리를 열심히 하지도 않고 말이다.

텍스트큐브, 구글 놀, 웨이브, 버즈... 게다가 일전에 없애버린 자이쿠인가 뭔가 하는 것까지... 어쩌다가 우연히 모두 하나같이 기절하도록 존재감 없는 서비스들만 오픈한 것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것보다는 대충 열어 놓고 잘 안 되면 개선할 생각도 별로 없이 방치하는 것 같아 더욱 맘에 안 든다. 구글 버즈는 처음 오픈할 때 사나흘 시끌하더니,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그런 서비스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전혀 이슈 거리를 만들지 못하는지...

워낙 구글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을 보노라면 이 사람들이 과연 이성을 가지고 있나 싶을 정도로 구글이라면 환장해서, 심지어 구글이 방치하는 서비스조차도 무슨 깊은 뜻이 있어 그러는 것처럼 미화시키는데... 또 누군가는 구글의 디자인이 너무 좋다는데, 사실 내가 보기엔, 기능적인 면은 제쳐두고, 구글의 디자인은 구글이 성공해서 익숙해진 거지 객관적으로 보자면 촌티 작렬이다.

아무튼 나도 나름 구글이라면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구글 놀에 들어가서 '역사' 관련 놀을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걸 쓴 사람들이 과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저자 인증만 되면 이런 허섭스레기 같은 글들을 올려도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여기 어디에 깊은 지식, 넓은 공감이 있단 말인가. 정말 기가 찬다.

구글이라고 뭐 고민이 없으랴. 구글이라고 뭐 실패하지 말란 법 있으며, 안 되는 서비스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법 있으랴. 하지만 인터넷 1등 기업이라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무책임해 보이는 서비스나 남들 따라가기 급급해 보이는 서비스는 좀 지양해야지 않을까.

원래 이렇게 하려는 건 아닌데, 쓰다 보니 좀 흥분했다. 아, 내 정신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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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SUSE

컴퓨터 2010. 1. 20. 14:19
어쩌다 보니 openSUSE를 사용하게 되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노트북을 포함하여 총 3대인데, 그동안 계속 죽어 있던 하나를 새로 하드디스크를 사서 복구시키면서, 늘 하던 대로 Xubuntu를 설치하려 했으나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KDE의 근황이 궁금하여 openSUSE로 가 봤다. 역시나 QT/KDE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절감하고 Xubuntu로 돌아가려는데 하늘이 내 앞을 가로막는지 자꾸만 CD 오류가 나서 설치할 수가 없단다. 아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잠시나마 한 눈을 판 데 대한 응징인가...

어쩔 수 없이 openSUSE에 눌러 앉기로 하였으나 도저히 KDE는 참아줄 수 없어 윈도우 매니저만 Xfce로 선택해서 깔았는데, 이것도 역시 openSUSE가 주력으로 밀어주는 건 아니라 그런지 완성도는 Xubuntu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불편한 몇 가지를 수동으로 이것저것 고쳐 주고 쓰다 보니 의외로 정이 간다고 해야 하나. 요즘은 3대의 컴퓨터 중에서 계속 이것만 쓰게 된다. 사실 이 컴퓨터는 아내가 쓰는 것이고, 내 것은 메모리 512MB의 Windows 2000이 깔린 vintage(?)인데, 본의 아니게 새 하드웨어를 내가 깔고 앉는 바람에 이 고풍스러운 물건은 아내의 차지가 되었다. Windows 2000 쓰는 사람은 알겠지만 각종 소프트웨어가 이 멋진 OS에 대한 지원을 슬슬 끊고 있는 형편이라 제대로 쓸만한 물건은 아니다.


Debian 계열에 비해 비주류 배포본이다 보니 확실히 제공되는 패키지 수가 적은 단점이 있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만든 물건이다 싶은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같은 Xfce 환경인데도 Xubuntu에 비해 확실히 look이 좋다는 것이 내 맘을 사로잡았다. 뭐 꼼꼼하게 환경 설정을 해 주면 Xubuntu라고 이렇게 안 될까 싶지만, 그런 수고는 내 몫이 아니고...

어쨌거나 요즘은 거의 Windows를 사용하지 않지만, 뱅킹을 제외하면 사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체감상으로는 새롭고 유용한 프로그램을 리눅스 환경에서 더 많이 더 빨리 만날 수 있다. 결론은 openSUSE, 꽤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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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도스 시절에 윈도우 3.1을 설치하여 지뢰 찾기도 하고 마우스 따라가는 고양이 프로그램도 실행시켜 보면서 신기해하던 무렵에, 나와 몇몇 대학 동기들은 짐짓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우습게 보며, 이른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단적으로 말해 GUI는 장난감일 뿐이라는 논리로 말이다. 실제로 윈도우 3.1 시대에는 그러한 면이 없지 않았다. 잠깐 눈요기하기에는 더없이 좋았으나 카드 게임 몇 번 하고 나면 그 다음엔 대체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생산성의 면에서 당시 윈도우용 프로그램은 도스용의 그것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마우스질과 키보드 단축키의 차이는 컸다.

물론 아직까지 도스용 프로그램을 쓰는 건 미련한 짓이다. 지금도 내 컴퓨터에는 어지간한 도스용 프로그램은 다 돌릴 수 있는 에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것은 도스용 게임을 할 때나, 아주 가끔씩 도스 시절의 향수에 젖고 싶을 때 가 보는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아직도 dBASE III나 로터스 1-2-3를 사용할 순 없잖은가.

보통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하면 워드 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그리고 데이터베이스--최근엔 이 자리를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이 차지했다--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나 예전에 컴퓨터 통신을 많이 하던 사람들은 워드보다 에디터를 더 많이 사용했다. 손에 잘 익은 에디터는 마치 기본 작업 환경과 같아서 컴퓨터를 옮겨 다니면서 작업할 때에도 그것부터 먼저 세팅해 놓아야만 뭔가를 할 수 있다. 현재의 내 기본 에디터는 EditPlus이지만, 도스 시절엔 qedit를 썼다. 처음엔 esc키누르면 뜨는 메뉴를 이용했으나 나중엔 거의 대부분의 단축키를 다 익혀서 사용했다. 컴퓨팅 환경이 달라지면서 이젠 쓸 이유가 없어진 에디터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WriteMonkey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타자기 환경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나...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타자 치는 소리가 날 뿐 아니라 화면 구성도 글 쓰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란다. 즉 그래픽 환경의 이러저러한 메뉴, 아이콘, 다른 창 등의 환겨에 노출되어서 글 쓸 때 집중력을 잃기 쉬운 현대인(?)을 위한 신석기 느낌의 물건이랄까... 이런 소개글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컴퓨터판 도닦기 프로젝트인가...'
'뭐라도 없으면 불편한 거지 집중력이 올라갈 것까지 있을라구...'

그런데 쓰기 전에는 뭐 그럴까 싶었지만 막상 써 보니 그렇지가 않다. 간단함이 주는 장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단순하다 못해 아무 것도 없는 썰렁한 화면이지만 글 쓰는 데에 필수적인 기능은 다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 아주 맘에 든다. 뭐랄까, 그래픽 환경에서 다시 만난 그 예전의 qedit랄까...

그리하여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는데, 결론은 Q10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 본 WriteMonkey나 DarkRoom 같은 것들은 닷넷 프레임워크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탈락되었다. 난 닷넷을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저런 프로그램이 좋다고 한들 도리가 없다. 나중에 윈도우 7로 갈아타면 그 땐 한 번 써 보리라. Q10도 좋은 물건인데 WriterMonkey처럼 한글을 칠 때 타자기 소리가 나지 않으므로 이 문제는 따로 키보드 소리만 내어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했다. 두 개의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는 게 귀찮긴 하지만 어디 닷넷이 주는 무거움이 비하랴...

기본 설정에서 글자색과 단락의 넓이만 약간 바꾸어 보았다.

다시 글자색과 배경색을 Markdown 분위기로 바꾸었다.


어쨌거나 Q10으로 처음 쓰는 글이 바로 이 글... 워낙 변덕이 심한 나인지라 며칠이나 이 환경에 만족할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주는 이러한 변화가 컴퓨팅 라이프에 나름의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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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시 유감

컴퓨터 2009. 2. 26. 11:58
정확히 뭐라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의상 메타블로그 범주에 넣는 믹시라는 사이트가 있다. 날이면 날마다 챙겨서 들를 정도로 알찬 사이트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몇 달에 한 번 정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띄엄띄엄 가 주는 곳인데...

며칠 전부터 봄맞이 대청소 하듯이 비밀번호를 말끔히 갈아주고 있는데, 이놈의 사이트에서 문제가 생겨 버렸다. 비밀번호 변경 페이지에서 제대로 변경했다는 내용까지 확인했는데도 다시 로그인하려니까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단다. 아무래도 주의 사항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비밀번호에 특수문자를 사용하면 오류가 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좋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치자.

비밀번호가 틀렸으면 가입할 때 등록했던 메일로 초기화 링크를 보내준단다. 최대 3분이 걸린단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메일이 오지 않는다. 이런 젠장... 스팸통까지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메일은 오지 않는다.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다 몇 시간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을 확인해 봤더니 도착해 있다. 어럽쇼 이게 뭐냐. 초기화 링크를 보내 온 메일은 유효기간이 딱 30분이란다. 대체 어쩌라는 거냐...

다시 비밀번호 변경 페이지에서 초기화 메일 보내기를 해 봐도 역시 메일은 오지 않는다. 혹시 믹시랑 네이버랑 싸운 적 있나? 암튼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메일이 와야 될 거 아니냐고... 대체 비밀번호를 어떻게 바꿀 거냐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이트에 시간 낭비 말아야겠다. 갈 데가 거기밖에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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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같이 사용하는 포털에서 오래된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할 때마다 귀찮은 마음에 다음에 하겠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비밀번호 바꾸는 일이 어디 작은 일인가. 이건 거의 이사가는 것만큼이나 귀찮은 일이다. 게다가 나중에 내가 기억해낼 수도 없는 걸로 바꾸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비극인가. 사실 그런 사례가 없진 않다. 야후 초창기에 만들어 놓은 계정은 비밀번호를 잊어먹어 사용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비밀번호를 다 때려넣어도 모조리 실패하고, 결국은 최초의 ID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용하긴 했지만, 로그인할 때마다 잊어버린 비밀번호 생각이 나서 그 때부터 야후가 시들해져 버렸다. 물론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다른 서비스가 야후를 압도하게 되면서는 그 동네에 들어갈 일 자체가 아예 없어졌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러한 아픈 기억도 있고 해서 비밀번호를 여러 개 만들지 않고 두어 개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맘이 놓이지 않긴 또 마찬가지인 것이, 하나가 뚫리면 다른 것들도 프리 패스 아닌가. 그렇다고 사이트마다 다른 패스워드를 쓰자니 그 많은 걸 기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의미 있는 비밀번호를 쓰자니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말이다.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컴퓨터가 상황마다 다른데 비밀번호 파일을 가지고 다녀야 하나. 그렇다고 온라인으로 비밀번호를 저장하는 서비스는 말이 안 된다. 내 자신도 못 믿는데 어떻게 그런 서비스들을 믿는다는 건가. 다음 이메일 누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인 정보나 중요한 데이터는 절대 누출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불행한 사고는 언제나 생길 수 있으며, 그런 사고가 생긴다고 해도 서비스 제공자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그뿐인 것이다. 괜히 온라인에 크리티컬한 데이터를 보관했다고 사고가 나면 자기만 손해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어제서야 할 수 없이 귀찮더라도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쓸만한 게 없나 하고 찾아보았다. 제일 많이 쓴다는 RoboForm은 일단 제외했다. 돈을 달라는 데 어쩔 수 있나. 굳이 써야 한다면 돈 안내고 쓰는 방법이 어디 없으랴만, 그렇잖아도 이런 프로그램을 써서 비밀번호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마뜩잖은 마당에 돈을 내라니... 좀 더 찾아 보다가 발견한 Password Generator Pro라는 놈은 더욱 어이가 없다. 비밀번호 자동 생성이 뭐 그리 대단한 재주라고 29.95 달러나 받는다는 거냐. 가까스로 결정한 것이 KeePass라는 프로그램이다. RoboForm처럼 특정 사이트에서 비밀번호를 자동으로 입력해준다거나 하는 편리함은 절대 없지만, 일단 돈 내라는 소리 안 하고, 비밀번호 자동 생성 기능도 있고, 다른 파일로 백업도 되고... 게다가 요새 많이 나오는 포터블한 기능까지... 적당히 쓸 만하다.

이리하여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부터 비밀번호를 바꿔 나가고 있는데, 역시 귀찮긴 하다. 또한 마음이 아픈 것이, 나도 비밀번호를 모른다는 것, 그래서 거침없이 로그인해서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결정적으로, 비밀번호 데이터베이스 파일을 항상 들고 다니거나, PGP 같은 비대칭 암호화를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올려놓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

역시 오픈 아이디가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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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다운그레이드

컴퓨터 2009. 2. 3. 17:24
하루에도 최소 두어 번 씩은 알뜰하게 뻗어 주시는 컴퓨터 때문에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생활이 이어진지 어언 한 달. 성질 같아선 모조리 밀어버리고 OS를 다시 설치할까 생각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OS의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 사양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 상황이었다. 물론 현재 쓰는 컴퓨터도 처음엔 쌩쌩 잘 돌아갔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그대로인데 가면 갈수록 프로그램의 덩치가 커져가는 데다가 이놈의 윈도우는 서비스팩이니 보안 패치니 하는 걸 깔면 깔수록 어째 더 느려지는지 모르겠다. 젠장...

아무튼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살겠다 하는 생각과, 새로 컴퓨터를 사려고 하니 이것 저것 고르는 귀찮음과, 아무리 요즘 가격이 싸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왕 살 바엔 구입 당시에 가장 좋은 것 다음 사양으로 사서 오래 쓰자는 방침으로 살아온 나로선, 새롭게 하나 장만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 장학금을 타면 그걸로 어떻게 해 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결과가 시원찮고 해서 이래저래 절망적이었다.

물론 현재 하드웨어 사양 전체가 비스타는 아니더라도 XP를 아예 못 돌릴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현재 문제점의 원인 중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부분이 메모리 용량이다. 요새 나오는 떡대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감당하기엔 512MB는 아무래도 좀 딸린다. 파란 화면도 화면이지만 최근에는 메모리 용량이 부족해서 어지간한 프로그램은 함께 돌릴 수가 없다. 특히 동영상 플레이어와 웹브라우저를 동시에 돌리려면 '참을 忍자' 여러 번 마음 속에 되새겨야 한다. 그렇다면 메모리만 넉넉하게 추가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근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놈의 메모리 시장이 웃기는 것이, 요즘 가격 폭락이 어떻고 해도 중고 RAM 값은 요지부동인 것이다. 최근 나오는 1~2GB 짜리는 싸지만 예전에 나온 PC3200은 예나 지금이나 그때 그 가격 그대로다. 그러니 2GB 정도 살 돈으로 조금만 더 보태면 새 컴퓨터 가격이 얼추 맞춰지는 것이다. 게다가 메모리를 추가했을 때 성능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서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일껏 중고램 비싼 가격에 사서 끼워 넣었는데 여전히 겔겔거리면 어쩔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이틀 전 한참 작성하던 문서가 날아가는 바람에 드디어 뚜껑 열리고 말았다. 그래서 결정을 내린 것이 윈도우 2000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XP도 무난하게 돌아가던 시스템인데 설마 2000이 안 돌아가랴. 그리하여 CD장 속에 처박혀 있는 낡은 CD 하나를 집어들었다. 노모뎀이 준 영문 윈도우 2000인데 XP 이전까지 잘 쓰던 놈이다. 1999년도에 세상에 나왔으니 벌써 10주년이 된 OS인데 하드웨어를 잘 잡아줄까 걱정이었지만 의외로 기특하게 잘 되었다. 사실 내가 XP를 쓰기 시작한 것이 SP2가 나오고서도 한참 이후의 일인지라, 사용한 기간만 놓고 보면 이놈을 가장 많이 사용했었다.



결과는 그럭저럭 쓸만하다. 응용 프로그램의 덩치는 어쩔 수 없는고로 여전히 메모리 압박은 있으나 OS의 덩치가 줄어든 만큼은 빈 공간이 생기지 않았겠는가. 역시 날렵하고 튼튼한 2000.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XP 이상이 아니면 아예 설치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들도 있다는 사실... 특히나 Windows Live Writer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또 하나, 그동안 Clear Type에 길들여져 있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투박한 화면 글꼴을 참아줘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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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쇼핑인데, 그 이유가 새롭게 뭘 사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다리품을 팔기 싫어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것이, 다리가 안 아픈 대신 눈이 아프다. 화면 가득 '날 사주쇼~!' 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쏟아져내리는 이미지의 홍수... 저걸 다 클릭해 봐야 한단 말인가... 간단하게 티셔츠 하나 사려고 들어간 쇼핑몰에서 두어 시간 눈을 혹사시키고 나면 애초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까먹어 버린다. 이렇게 물건 하나 사기는 쉽지 않은 반면 내게는 다른 미덕이 주어졌는데, 그것은 일단 주어진 것에는 군말 없다는 거다. 쇼핑 같은 거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제발 누가 대신 좀 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누가 나 대신 사 주기만 하면 정말 잘 쓸텐데...

    사이버 세상도 쇼핑과 다를 바 없다. 넘쳐나는 컨텐츠들,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수도 없는 유익한 사이트들... 그러나 그걸 내 손으로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이 제발 이러한 수고로움을 대신해 주길 바랄 뿐이고, 소셜 북마크가 기특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요 며칠 이러저러한 북마크를 훑어 보았다. Delicious가 단연 이 동네에서 앞서간다고 하고, 나도 물른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며칠 전부터 이용하고 있는 StumbleUpon이 정말로 압권이다. 일반적인 소셜 북마크에 stumble 기능을 특화시킨 것 같다. 특정한 주제(물론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를 정해주면 여러 사용자가 북마크해 놓은 사이트 중 하나를 무작위로 방문하는 것이다. 다른 서비스도 물론 랜덤 북마크 기능이 있지만 StumbleUpon이 뭐랄까, 제대로 간을 했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다. 거기다가 요새 유행하는 네트워크 기능까지 적당히 버무리는 센스. 딱 좋을 만큼의 서비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글이 안 되는 치명적인 약점만 보강한다면 더 필요한 게 있겠나 싶다. 그러므로 한글 사이트를 북마크해두는 기능보다는, 관심 있는 주제의 영어권 사이트를 무작위로 돌아다니기에는 이만한 서비스가 없는 것 같다. 정말로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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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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