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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1 곡학아세
  2. 2009.01.03 역사로부터 배우기
  3. 2008.09.03 모순
  4. 2008.08.30 소비자가 나서서 꿀꿀이죽 운동을 벌이자 2
  5. 2008.08.29 왕이 되고 싶은 남자 2
  6. 2008.08.27 찜빵이 도대체 뭐냐
  7. 2008.08.26 단순함의 미학 2
  8. 2008.04.19 이승환
  9. 2008.03.17 대학 등록금 인상과 휴강
  10. 2008.03.16 살아서 돌아오라고?

곡학아세

뷰파인더 2009. 1. 11. 00:17
곡학아세 曲學阿世
[명사] 바른 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 사람에게 아첨함.
* 고리타분한 한자를 뒤섞어 중국 놈 밀가루 반죽하듯 짓이겨 놓은 글이란 대체로 혹세무민 아니면 곡학아세의 무리들이 지은 걸로 보아 무방할 것입니다.≪서기원, 마록 열전≫

자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일전에 다른 글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언론이 아닌 일간지 기자라면, 그래도 배운 걸로 치면 다음 아고라에서 만날 수 있는 어느 누구보다 많이 배운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배운 사람이라면 그만큼 책임도 커야 한다. 그들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해악은 못 배운 사람들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배움이 잘못 사용되는 것을 경계할 때 '곡학아세'라는 말을 쓴다.

     네이버 초기 화면 개편으로 조중동을 아예 없애버릴 수 있음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나로선 굳이 조선일보의 기사를 찾아가서 볼 리는 없었으나, 프레시안 기사를 보고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링크를 따라 들어가 그 문제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조선일보: 하마스 "국경봉쇄 풀어라"... 이스라엘 "로켓공격 중단하라"
    기사 첫 문장부터 실소가 나온다. 얼굴도 모르는 기자이지만 왠지 기사를 쓰는 모습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 나름대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실에 합리적 이유를 부여하려고 있는 대로 폼을 잡고 쓴 흔적이 보인다.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의 강경 이슬람 무장 정파) 모두에 이번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창설 이념 자체가 '이스라엘 파괴'인 하마스에 작년 6월부터 6개월간 유효했던 휴전은 '파괴의 유예'를 의미할 뿐이었다. 이스라엘도 자국을 향해 시도 때도 없이 로켓포를 날리는 '테러 집단'을 방치할 이유가 없었다.
......
    기자의 논리라면 역사도 이렇게 쓸 것이다.
"1910년 일본에 의한 조선의 강제 합병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국의 자본 수출을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일본 제국주의는 누가 집어삼켜도 삼킬 조선을 방치할 이유가 없었다."

"1950년 한국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남북 모두에게 전쟁에 의한 통일이 가장 손쉬운 길이었음은 물론, 이른바 미국이 애치슨 라인, 즉 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시킨 마당에, 북한으로서는 더이상 남한을 방치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에서는 힘없는 영혼들이 아무런 저항도 못해 보고 야만의 총칼 앞에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학살이 필연적이라고? 창설 이념이 어떻다고? 아니 그렇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무장 독립군들도 창설 이념 자체가 '일본 제국주의의 파괴' 아닌가? 논리를 갖다대도 어쩜 이런 천박한 논리를 갖다 대는지... 가르쳐주신 선생님한테 죄송하지 않은가? 집에 가서 애들 얼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최소한 나보다는 공부 많이 한 기자 아닌가?

    난 지금 공부 많이 했으니 멍청해선 안 된다는 얘길 하는 게 아니다. 많이 배운 만수보다 덜 배운 백수가 더 나은 세상 아닌가. 충분히 멍청할 수 있다. 다 이해한다. 난 공부 많이 한 놈들은 최소한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얘길 하는 거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그냥 입 닫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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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PALESTINE!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시간이 흐른 뒤에 역사는 이스라엘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 내가 역사를 쓴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슬픈 민족"이라고... 디아스포라 이후 중세 십자군의 제노사이드, 게토 격리와 수많은 차별, 그리고 가까이는 아우슈비츠의 야만을 겪은 민족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저들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누군가는 말한다. 이스라엘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렇게 만든 유럽 열강과, 서남아시아의 패권 장악을 위해 그 앞잡이로 이스라엘을 내세운 제국 미국을 비난해야 한다고. 또 누군가는 말한다.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유와 피를 볼모로 권력과 부를 쌓기에 여념없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도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그렇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그러나 그것들이 120% 맞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이스라엘이 받아야 할 비난과 책임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택은, 행위의 주체는 결국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문득 중학교 음악 수업시간이 생각난다. 유대교인들이 들으면 피식 웃었겠지만, 나름 유대교와 기독교가 형제라고 믿었음에 틀림 없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셨던 음악 선생님은 중동전쟁에서 용감한 이스라엘이, 머리 수만 믿고 덤비는 사악하고 멍청한 이슬람 국가들을 어떻게 멋지게 물리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윗과 골리앗의 비유를 들어가면서 침을 튀겨가며 우리에게 해 주곤 하셨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린 자연스럽게 정의의 편에 선 이스라엘과 악의 무리 이슬람이라는 도식을 우리 속에 만들었다.

    2009년 현재, 홀로코스트를 가르치면서 오늘날의 팔레스타인의 만행을 가르치지 않는 주일학교 교사가 있다면, 당신은 한국 땅에 또다른 이스라엘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근현대사 시간에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것들에 대해서는 치를 떨면서, 우리도 일본처럼 재빨리 문호를 개방하여 근대화하고 만주 땅을 경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교사가 있다면, 당신은 학생들을 또다른 제국주의자들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특히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SAVE PALESTINE!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서명: http://nanum.com/palestine/


관련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http://blog.naver.com/satyagraha21/9003982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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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뷰파인더 2008. 9. 3. 17:32
    평소에 Firefox를 쓰건 IE를 쓰건 간에 플러그인 또는 애드온 등을 통해 광고 차단은 기본으로 하는 편이라, 자주 가는 사이트나 블로그라 할지라도 광고가 들어가 있는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학교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접속하면 그동안 들르던 사이트에 이렇게 많은 광고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란다.

    그런데, 어떤 블로그를 보면 분명 그 주인장은 Firefox의 AdBlock Plus 같은 걸로 광고를 차단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작 본인의 블로그는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는 걸 보면 좀 씁쓸하다. 블로그 광고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며, 자신의 블로그나 사이트에 광고를 거는 건 절대적으로 주인장의 권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긴 남의 광고를 보기 싫어 차단하면서 자신의 것은 보여준다는 것은 뭔가 불합리하지 않나? 결국 이 광고를 보는 사람은 브라우저 플러그인 같은 건 쓸 줄 모르는 사용자들일텐데...

    세상 사는 게 원래 다 그렇잖냐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는 사람만 당하는 세상인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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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것 자체로 이미 충분히 불편한, 그래서 차라리 외면해 버리고 싶은 프로그램이 바로 MBC의 불만제로다. 8월 28일 방영된 '누룽지의 불결한 진실' 편은 다시 한 번 시청자로 하여금 진실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더욱 우울한 것은 소비자가 이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저런 게 무서워서 집에 틀어박혀 살 수는 없잖은가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외출은 해야 하고, 나가서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 해 주는 밥을 먹어야만 하는 현실. 밖에 나갈 때마나 도시락 싸서 다닐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되겠나.

   예전에 아내 친구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을 종종 하였는데,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남은 음식을 한 데 모아 마구 휘저어서 꿀꿀이죽을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 남은 음식으로 다른 손님한테 또 내면 안 되니까...'라고 말한다. 당시 생각으로는, 충분히 그럴듯한 가정이긴 하지만 일부 극소수 식당의 경우를 가지고 너무 과잉 반응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방송을 통해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런 일이 너무나 공공연하고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TV리포트: 누룽지, 알고보니 남은 밥 재활용 '쇼크'
    과잉 반응이 아니라 이제 정말로 식당을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들이 남은 음식을 재활용할 수 없도록, 이른바 재생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지금 내가 먹는 음식은 장담할 수 없지만, 최소한 내가 남긴 음식이 다른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지는 못하도록 말이다. 엄청난 결심이나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밥 다 먹고 남은 밥과 반찬을 한 데 섞어서 휘저어 주고 나오자. 우리가 장난을 좀 쳐서 제발 저들이 손님들한테 장난을 못 치도록 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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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3000년에 한국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2008년을 어떻게 얘기할까. 글쎄. 1948년 자유총선거를 실시하여 민주공화국 체제를 수립한 이후 내내 그랬다고 할 수 있을까.
왕정복고 [王政復古, Restoration]
혁명이나 기타의 사정으로 일단 폐지되었던 왕정(王政: 왕이 다스리는 정치)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 대표적 예는 1660년 영국의 스튜어트 왕조의 부활과 1814년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의 부활이 있다.

부르봉 왕정복고
프랑스의 왕정복고(프랑스어: Restauration)는 1814년 나폴레옹 1세가 실각함에 따라 프랑스 제1제정이 몰락하고 프랑스 혁명으로 폐지되었던 기존의 부르봉 왕가가 복귀하여 세운 왕정이 통치한 시대이다. 선거권 제한과 로마 가톨릭의 복권 등 반동적인 정책을 지향했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는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다. 형식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이지만 그 내용은 왕정에 가깝지 않을까. 그것도 입헌군주제가 아닌 전제군주제라고 해야겠다. 2008년 현재 한국 정치 시스템의 정점에 있는 한 양반은 아무리 예쁘게 봐 줘도 공화국의 대통령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여당조차 자신의 뜻에 반하는 것은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책의 결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에 따른 협의의 형식이 아니라, 어느새 신하가 임금에게 간하면 그것을 허락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소신껏 해라"... MB, 국제중 '허락' 발언 파문
    어느새 우리는 공화국의 시민이 아니라 왕국의 신민이 되어버렸다. 그는 일개 대통령이 아니라 정말로 왕이 되고 싶었나 보다. 아니 실제로 왕과 같은 지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불경죄도 부활할 조짐이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100년이었다. 이러하니 그가 저 자리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남들이 왕노릇(?) 하는 걸 보며 얼마나 배가 아팠을까.

   윤은혜가 나왔던 드라마 '궁'을 보면서 잠시나마 왕정복고를 꿈꾸던 철없는 인간들 요새 만족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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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도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예전에 대학 다닐 때에는 4학년 중에서 이른바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있었다. 설마 사법고시처럼 어려우랴 하겠지만 그래도 기자의 길을 걸으려면 쉽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하여 나처럼 공부와는 담 쌓았던 인간들은 꿈에라도 그쪽 길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자 누구누구 라는 얘길 들으면 '저 사람 학교 다닐 때 그래도 나름 공부 좀 했겠구나...' 하는 선입견 또한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래서 저런 시스템이 좋다는 건 절대 아니다. 공부 좀 못한다고 좋은 기자가 될 수 없겠나. 기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공부가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분일 뿐이다. 언론고시라는 시스템이 기존의 언론에게 주었던 특권은 이제 모든 사람이 기자가 되는 세상 앞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포털 뉴스 리스트에 올라오는 이런 기사들을 보면 그래도 여전히 기자라면 어느 정도는 공부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투데이: 임요환-마재윤 없는 올스타전, 앙꼬 없는 찜빵?
    찜빵? 내가 모르는 사이에 새롭게 생겨난 빵인가? 트집을 좀 더 잡자면 앙꼬라는 단어도 순화시켜야 하겠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자. 하지만 찜빵은 좀 괴롭다. 그나마 아마추어 블로그라면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는 수준이겠으나, 스포츠 투데이라면 그 내용은 찌라시 수준이라 하더라도 겉으로는 멀쩡한 제도권 언론 아닌가 말이다. 이런 수준의 글을 '무단전재 및 재배포' 하고 싶겠나.

    읽는 사람의 정신건강을 고려한다면, 게다가 익명도 아니고 이름 걸고 쓰는 기사라면 최소한의 국어 실력은 갖추고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신문사들 요새 기자 공부 안 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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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미학

뷰파인더 2008. 8. 26. 01:48
    누가 뭐래도 8월 한 달 볼거리를 제대로 제공해 주던 올림픽이 끝났다. 스포츠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를 굳이 말하진 말자. 스포츠가 우민화 정책에 어떻게 이용되든 간에, 인간의 육체와 땀이 주는 원초적인 감동은 분명 객관적 실체이다. 특히 역도 같이 경기가 단순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세상을 들 수 있는가와 없는가로 나누는 이 단순함의 미학. 장미란이 그토록 무거운 바벨을 번쩍 들어올리는 그 순간 만큼은 시청자와 선수 사이에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 약간의 안타까움과 감탄과 신기함이 마구 뒤엉켜, 꼭 우리나라 선수가 아니라도 무사히 들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평소 애국주의를 증오하는 사람도 우리나라 선수가 선전하면 기분 좋은 일이고, 그 결과가 메달 집계로 나타나는 이상 메달 순위에 한 번쯤 눈이가는 것도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 좋다. 사상 최다 금메달 획득도 좋다. 아무튼 선수들은 그들의 있는 기량을 힘껏 떨치고 돌아온 거다. 그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벌어진 선수단 국민환영식 어쩌고 하는 행사를 TV에서 보면서,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 같은 느낌을 받은 사람은 정말 나뿐일까? 이 순간 스포츠가 우리에게 있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즉 스포츠가 현실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가 너무나 분명해진다. 감동의 드라마가 주던 몽환적 분위기에서 갑자기 싸늘한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전쟁터에 나갔던 군인들이었다. 반드시 이겨야만 되는 전쟁터였기에,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는 카메라 앞에서 눈물로 국민에게 사죄해야 했으며, 열심히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것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무리들. 저들에게 스포츠 강국이 왜 필요한지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노무현처럼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을 척척 해내는 저들.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놓는 데에 한점 주저함이 없는 그들. 그들은 얼마나 용감하고 뻔뻔한가...

    단순함의 미학... 갑자기 저들이 운동선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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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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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뷰파인더 2008. 4. 19. 14:34

    이승환은 대단한 가수다.
    누구는 말한다. 동안이 인상적이라고. 물론 그렇다. 이승환과 동안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나이를 잊은 가수. 얼굴만 그런가. 집에 해 놓고 사는 걸 보니 영락없는 아동이다. 또 누구는 말한다. 라이브의 왕자. 그렇다. 라이브 하면 이승환이다. 사실 한국에서 티켓파워를 가진 라이브 가수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구매력 있는 아저씨 아줌마들을 타겟으로 장사하는 심수봉 아줌마, 나훈아 아저씨 등을 위시한 나이 지긋한 가수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이승환과 비길 정도라면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김장훈 정도일까. 그러고 보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기특한 장윤정도 있다는 걸 깜빡했다. 아무튼 라이브 하면 이승환, 이승환 하면 라이브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이승환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 앞에서 말한 것보다는 발라드라는 단어야말로 이승환을 말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승환이 발라드를 떠난지는 사실 한참 되었다. 락을 하고 싶다고 하니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본인은 락을 하게 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얻고 팬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승환은 락보다는 발라드가 맞다. 발라드라는 장르는 좀 웃기는 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타인의 가슴에 무엇인가가 와서 콱 박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예술인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누구나 발라드풍의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이승환처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노래를 대상화시키기 힘든 가수가 얼마나 될까. 2집 'Always'의 '아무래도 좋아'나 한참 후에 나온 '천일동안' 같은 노래가 그런 분위기의 정점에 서 있다 할 수 있다. 아니, 다음 세상에서라도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데, 그 소릴 듣고 누가 의연할 수 있단 말인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한 일 아닌가. 그런 면에서 발라드는 아무나 설렁설렁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절대 아니다. 영혼을 울릴 수 없다면 그냥 동네 노래방에서 남의 노래나 따라 부를 일이다.

    이승환은 락이 좋아서 그것을 하고 있겠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좀 다르다. 그 많던 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발라드 소비층과 락의 소비층이 달라서일까.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때문만은 아니다. 이승환의 발라드 소비층이 락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이승환의 락에서 그다지 감동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 락은 이승환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한다.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난 가창력도 호소력도 없기 때문이다. 발라드의 감성이 락으로 전이되지 않겠냐고? 아니라는 게 이미 밝혀지지 않았나?

    젊은날 잠을 설치게 만드는 노래로 무한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가수 이승환. 남들도 할 수 있는 거 하지 말고, 남들이 못하는 걸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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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놓고 보니 뭔 소리야 대체... 셤공부 안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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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으로 대학사회가 난리다. 자기 가족이나 일가친척이 그 대학 이사장이 아니고서야, 대학생 치고 등록금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물가인상률 같은 건 완전히 무시하고, 다른 대학 올리니까 따라 올린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대학을 보면 우습다 못해 무섭다. 사회적 이슈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던 학생들조차 자기 밥그릇과 관련된 이 문제만큼은 확실히 다르다.

    그런데 말이다, 등록금 인상에는 그토록 반대하면서, 듣는 과목이 휴강이 되면 비싼 등록금 먹고 무슨 놈의 서비스가 이러냐고 항의는 못할망정,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학생들은 뭔가? 등록금을 한 학기 총 수업시간으로 나누면 대충 한 시간에 얼마 짜리 강의라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일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그 빈 시간을 알찬 대체 프로그램으로 채우는 것도 아니다.

    뭔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것은 학생이라는 소비자의 특성인가, 아니면 인간의 특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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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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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원래 코미디라지만 박근혜의 '살아서 돌아오라'는 멘트는 그 파괴력이 남다르다. 식사중에 이 말을 듣고 웃다가 기도가 막힐 뻔 했다. 이 양아들의 대장이라는 아줌마는, 대장질할 능력이 안 되면 그런가 보다 하고 조용히 뒷방으로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못할까. 깍두기들의 세계도 이 정도는 아니다. 살아서 돌아오라니...

    박근혜가 이제껏 정치판에서 보여준 필살기는 하나밖에 없다. 이른바 '토라지기'다. 자기 머리로는 단 하나의 생산적인 정견도 낼 능력이 없는 이 양아는--아니 진정한 양아가 될 담력도 없다--그저 남의 행동이 자기 맘에 들고 안 들고만 분별 가능할 뿐이고, 그래서 맘에 안들면 그저 토라질 뿐이다. 이 토라짐도 한 두 번이지, 자꾸 써먹으면 어디 먹힐 약발이겠는가. 이번에도 자기 동생들 죄다 모가지 꺾이는 마당에, 행여 한마디라도 잘 못 내뱉었다가 그나마 지금의 자리 보전도 힘들까 겁이나서 빈말이라도 당을 깨고 뛰쳐나간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찌질스런 대장을 모시고 있는 놈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양아들이 무슨 저능아도 아닐진대 왜 그 밑에 붙어있겠나. 이렇게 해서라도 '박정희'라는 구질구질한 레테르가 필요한 그놈들로서는 다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일 뿐이다.

    살아서 돌아오라고 하니, 그 말을 들은 양아 하는 말이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겠습니다." 뺨맞고 쫓겨나도 돌아오겠단다. 죽어도 밖에서 얼어죽을 수는 없단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움직인다는 양아들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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