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여유를 가질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래서 잠깐이라도 주위를 돌아보라는 뜻에서 이렇게 눈이 오는 건가. 차로 출근하는 사람들이야 난감하겠지만 난 뭐 괜찮다. 출근길도 좀 천천히, 조심조심 걷게 되잖아. 물론 넘어지면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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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저씨들끼리만 갔다는 점에서 정서적인 데미지를 먹긴 했지만, 남이섬 들어가는 배 안에서 둘러보니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팀은 우리들밖에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인공적으로 조성한 섬이라는 사실이 그간 이곳을 평가절하하는 데에 어느 정도는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인간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은 곳을 내가 어찌 알고 가 보겠나. 게다가 인공적인 관리가 안 된 곳에서 내가 또 얼마나 불편을 느꼈겠나. 편하게 생각하자.

물론 은행나무 한 그루 나지 않는 곳에, 분위기를 위해(?) 서울에서 은행나무 잎을 가져와서 깔아놓은 캐오버질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하기 힘들다. 그리고 메타 세쿼이어길이 인기를 끄니까 다른 곳에 그 비슷한 컨셉으로 나무를 한 줄로 주욱 심어 놓은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오버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난 음식 잘 먹고, 따끈한 방에서 적당히 몸 지지고, 돌아오는 눈길에서 적당히 스릴(?)도 즐기고... 몸은 피곤하지만 꽤 유익한 하루. 피곤하지 않았으면 이보다 한 열 배쯤 수다를 떨텐데, 지금 상태가 상태이니 만큼 그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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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돌아보면 어느 한 해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으랴만, 올해는 유난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게 많다. 몇 년 동안 공부한 것도 허사가 되질 않나, 경제적으로도 압박감을 느끼질 않나,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질 않나...

오늘 갑작스런 사고로 컴퓨터를 날렸다. 이런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래서 낯빛이 변한 날 보고도 아내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저 인간 가끔 저러지... 오늘 좀 예민하겠군...' 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다른 날보다 내 절망의 강도가 높다는 걸 알아차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물었다.

"컴퓨터가 망가졌어."
"그래? 아예 망가진 거야?"
"응. 그런 것 같아."
"어느 정도로 망가졌는데?"
"... 완전히, 싸그리, 모조리, 깡그리, 전부다 ..."
"어쩌다가?"
"몰라. 갑자기 그래."
"OS를 다시 깔면 안 되나?"
"그러면 되겠지만 데이터는 못 살려."
"그 정도야?"
"파티션이 아예 없어졌어."

그렇다. 파티션이 없어져 버렸다. 이런 일이 다 생기나. 가끔씩 컴퓨터가 망가질 때는 있었지만, 그때마다 용케도 하드 디스크의 데이터는 살렸다. 그래서 OS를 재설치한 후에 몇 가지 번거로운 작업들을 거치면, 수고스럽고 피곤하다는 것만 감내하면 그래도 세상이 그렇게 어두워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파티션이 아예 날아가 버려서 다른 컴퓨터에 붙여도 파일시스템이 아예 인식조차 되지 않게 되었다.

여기까지 말해도 아내는 비록 고개는 끄덕이지만 어떤 사태인지 체감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일하던 거 다 날린 거야?"
"그런 건 괜찮아."
"그럼 뭐가 문제야? 아 그렇구나. 공인인증서 다시 받아야 되겠네."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 딸들 찍어놓은 사진이 다 날아갔어."
"그럼 문제가 크구나."

아내의 얼굴도 역시 어두워졌다. 물론 중요한 자료들도 많지만 그거야 다시 고생하면 될 일이다. 이런 일 몇 번 겪다 보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자료들 그거 나중에는 없이도 사는 거 보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그렇지만 아이들 사진은 어쩔 수가 없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은가.

"다른 곳에 사진 복사해 놓는다고 해 놓고선 안 했구나."
"응."
"네이버에는 얼마나 올려 뒀어?"
"글쎄. 확인해 봐야지."
"큰딸 사진도 다 날아갔나?"
"그 정도는 아닐 걸..."

확인해 보니 다행히 올해 7월 초까지 찍은 사진은 포털에 백업해 놓았다. 다만 그 이후로 찍은 사진들은 고스란히 날려 먹은 거다. 게으름은 역시 범죄다. 미리 백업만 해 놓았다면 이런 일로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왜 있겠나.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인간은 성인군자 아니면 또라이들이라는 거 아니겠나. 나같은 보통 사람들 소 잃기 전에는 절대로 외양간 안 고치잖아.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남편이 너무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으니 위로의 말을 해 주려는 것도 있지만, 아내는 원래도 나보다는 포기가 빠르다.

"어쩌겠어. 날아간 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7월 초까진 살렸네. 11월엔 또 바빠져서 사진 찍어놓은 것도 없을테고. 그 사이 몇 달치 날렸네."
"..."
"앞으로 딸들 사진 더 많이 찍어 줘. 그리고 이젠 백업도 좀 해놓고."
"응."
"그리고 오늘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좀 쉬어."
"..."

그래도 복구가 안 되는 사고는 너무나 힘들다. 아내는 좀 쉬라고 했지만, 시커면 모니터를 바라보는 건 더 괴로울 것 같다. 그래서 뭐라도 설치하자는 마음으로 찾았더니 작년 가을에 나온 리눅스 CD가 한 장 있다. 이거라도 우선 깔자. 제기랄... 아우 힘들어. 올해 운수가 왜 이러니 정말... ㅠ

하긴 그렇다. 언제나 지금이 가장 힘들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나중에 돌아보면 그땐 그래도 견딜 만했다고 말한다. 훗날 올해를 돌아볼 때에도 아마 그렇게 말할 거다. "그땐 그래도 견딜 만했다고... 지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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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적 근면성을 믿고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안 되던 일이, 깨끗하게 포기하자고, 처음부터 없던 일로 하자고, 다른 길로 가 보자고 하는 순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반갑기도 하지만 이왕 보여줄 길, 고생 좀 안 하게 미리 보여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이 풀리는 모양이 이러하니 결국은 포기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해결 가능성이 생겼으니 일로서는 좋겠지만 나로선 괴롭다. 어쨌거나 해결을 위해서는 또다시 시간을 투여해야 하고, 그만큼 집중해야 하니. 아... 요즘은 만성적 수면부족, 딱 그거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그래서 다른 길을 뚫어보려고 시도하지 않았으면 해결책이 보일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재밌네... 됐다. 자자. 마무리는 내일 오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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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자, 내가 몇 살이더라. 이럴 수가 자기 나이를 까먹다니. 농담 삼아 하는 "몇 살 이후로는 나이를 잊었다"는 말이 현실이 될 줄이야.

자신 없는 목소리로 몇 개 받아 왔는데, 집에 도착해서 보니 한 개가 더 왔다. 이래도 되나? 원래 이쯤 되면 이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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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이어 두번째 놓는 마취주사. 치료를 할 때 아프지 않은 것은 물론 좋지만 입천장에 주사를 놓을 때의 아픔도 사실 만만찮다. 마취된 이후에 감각이 없는 걸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치료 과정에서 제일 아플 때가 바로 마취주사를 놓을 때인 것 같다. 주사를 놓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들린다고 해야 하나... 오늘 오후에 치료를 받고 지금 시각이 밤 11시를 넘었으니 벌써 몇 시간이 흐른 건가. 그런데도 아직 주사를 맞은 자리가 쓰라리다. 아무래도 입천장이 까진 것 같다.

사람이 정말로 간사한 동물이라, 월요일 오전에 병원 문을 두드릴 때만 해도 모든 신경이 온통 아픈 이에 쏠려 있었는데, 단단하고 질긴 음식 먹지 말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치료 한 번 받았다고 이렇게 또 멀쩡하다. 그걸 보면 또 이런 주사 맞고 난 상처가 너는 지금 치료중이라는, 그래서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암튼 오늘 병원에서 견적을 받는 순간 한숨이 나왔다. 월급 받아서 여기 다 때려넣으라는 얘긴가. 이러면 콘탁스는 언제 사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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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파주에 놀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헤이리에 들러서 커피 한 잔 하려고 한길사 북카페에 들렀다. 말끔하게 잘 꾸며진 1층 식당과 윗층의 카페까지 올라가는 경사로 옆에 세워 놓은 잘 정돈된 책장. 요즘 출퇴근길에 읽고 있는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머리 속으로만 진보를 생각하는 사람들. 노동계급과는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아니 이제는 가까워질 생각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왠지 진보를 팔아 돈자랑하려고 이런 거 만들어놓은 것 같아서 커피 마시는 내내 불편했다. 게다가 헤이리, 이곳이 예술마을이라고? 내가 보기엔 그냥 고급 카페촌 또는 식당가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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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가 본 건 아니고, 실은 매일 옥상에 올라간다. 지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도대체 누구 입맛에 맞춘 것인지 알 수 없는 기가막힌 맛의 커피를 뽑아 들거나 혹은 빈손이거나, 어쨌거나 사무실 사람들 죄다 빌딩 옥상에 올라가서 일광욕 잠깐 해 주고 내려온다. 그러니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두 번이나 올라간 셈이 된다.

구로공단 볼 거 없는 거야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일이다. 그나마 요샌 옥상 위로 스쳐가듯 낮게 지나가는 비행기 구경하는 거에 맛들였다고 해야 하나. 며칠간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우중충함을 더하더니, 바람은 차도 어제 오늘은 하늘이 쨍하다. 심지어 오늘은 날도 제법 풀려서 이렇게 바람 쐬기에는 딱 좋다.

이 동네에 올라가는 건물들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미 지어놓은 빌딩도 방이 텅텅 비어있는데 왜 또 건물을 올리는지 알 수가 없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런가. 나더러 돈 내라는 건 아니니 뭐라 할 말은 아니지만, 이 동네 건물주 다 먹여살리려면 한국 정보통신업계 정말로 분발해야 된다.

예전에 이 동네에서 직장생활 할 때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들이지만, 그 와중에도 아직 예전의 빨간벽돌의 공장건물들이 남아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약간 반가운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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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작은딸이 밤새도록 잠을 깊이 들지 못하고 보채고 우는 통에 계속 잠을 설쳤더니 몸이 말이 아니어서 어제는 침대방에서 혼자 잤다. 잠이 든 시각이 새벽 1시, 방 안 공기가 차긴 했지만 이불을 덮으면 못 잘 정도는 아니었다. 딸 우는 소리에 깨느니 추운 게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바로 잠이 들고서 얼마나 잤을까, 창자가 꼬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가 아파왔다. 시계를 보았더니 새벽 3시. 도저히 누워 있을 수 없어 일어났는데 배가 얼음덩어리 같았다. 추운 방에서 잔다고 배앓이를 하는 건가...

화장실에 앉아서 그저 아픈 배만 붙잡고 소리없이 울다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싶어서 아내와 딸들이 자는 방으로 건너왔다. 그러고 보니 배만 아픈 게 아니었구나. 살짝 감기 기운이 온 듯 싶었다. 콧물도 나고 머리도 지끈지끈... 역시 추운 방에서 자는 게 아니었다.

밤새도록 배를 바닥에 깔고 끙끙 앓다가 일어나 보니 아내는 이미 출근했다. 딸들 아침 챙겨 주려는데 여전히 배는 다 낫질 않았고, 머리도 계속 아프고, 날씨도 꾸물꾸물... 피로를 풀기엔 너무나 안 도와주는 주말이다. 어찌어찌 밥 한 술 뜨긴 했는데 또 배가 살살 아파온다. 어떻게 투덜대지 않을 수 있겠나.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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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게으를 권리』, 폴 라파르그, 필맥, 2009
  2. 『모두스 비벤디』, 지그문트 바우만, 후마니타스, 2010
  3. 『세계문화전쟁』,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0
  4. 『십자가 초승달 동맹』, 이언 아몬드, 미지북스, 2010
  5. 『위건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0
  6.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0

두 장의 음반 소개는 생략.

그러고 보니 한 권만 빼고는 다 올해 나온 책이구나. 한동안 배는 부르겠지만, 그만큼 등골이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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