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에 해당되는 글 239건

  1. 2006.03.13 자기소개서
  2. 2006.03.11 꿈 속의 법주사 기행
  3. 2006.03.09 도그마, 도서관에 가다
  4. 2006.03.08 신입생 환영회에 가다
  5. 2006.03.04 노래방에 대한 기억
  6. 2006.03.02 길에 버리는 시간 2
  7. 2006.02.28 길에 버리는 시간
  8. 2006.02.27 증명사진
  9. 2006.02.26 누워서 뜨는 소
  10. 2006.02.24 치과 가기가 두려운 이유

자기소개서

롤플레잉 2006. 3. 13. 01:56
글 중에서 가장 쓰기 싫은 것이 바로 자기소개서다. 쓰는 것도 싫거니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놈의 글이 실제로 만만치가 않다. 대체 나의 무엇을 소개하라는 거냐. 이건 거의 폭력이다. 서로 소개 하는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자기 소개라니. 아랫도리 내리라는 거 아닌가. 뭐가 궁금한지도 말하지 않은 채 다짜고짜 본인의 소개를 하란다. 단답형 설문지를 돌리면 모를까. 차라리 노래 한 자락 해 보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듣는 사람이 뭐가 궁금한지도 모르니 도무지 어느 한 주제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이 내가 살아온 게 궁금한가? 다년간 자기소개서를 받아서 검토해 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사실 전혀 궁금하지가 않다. 상대방의 가족 관계가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 대학 시절 해외 여행이나 어학 연수를 다녀온 것도, 봉사활동하면서도 느낀 점도 모두 다 내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많고 많은 자기 자랑 후에는 결국 요모양 요꼴이라는 거 아니냐.

그런데 이런 자기소개서를 오늘 무려 두 번이나 썼다. 언뜻 듣기엔 하나만 써서 복사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올시다. 정해준 분량도 다르고 형식도 다르다. 이런 과제 정말 괴롭다. 받아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뭐 딱히 주문할 게 마땅찮아서였겠지만... 좀 더 참신한 거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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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으로 엠티를 갔다. 속리산이 어디인가. 바로 중학교 수학여행지가 아니던가.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관광지 숙박업체의 베짱 장사는 여전하다. 화장실 변기가 막혀 물이 안 내려가는데도 들은 척 만 척이고, 형광등은 전구 둘 중 하나만 불이 들어와서 방이 컴컴하다. 식사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박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이틀째 점심은 밥이 설익기까지 하다니...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엠티는 재밌었다. 물론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내가 민폐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심히 걱정이 된다. 조별 달리기는 특히나 그렇다. 간만에 무리를 했는지 지금도 온몸이 뻐근하다. 나이 들어 애쓴다고 심사위원들이 봐주셨는지 저녁 식사 후 벌어진 노래자랑에선 1등도 먹었다.

엠티 참가원의 최대의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이튿날 아침 산행에 있었다. 내가 만나본 그 누구도 속리산 등반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문장대'라는 말은 언제나 공포가 뒤에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산행이 취소되리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데도 당연히 올라간다니. 아마도 위정자 중의 누군가는 백성의 고통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수학여행의 기억으로도 문장대는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등반의 고통과 고도에 따른 물가는 죽음의 상승작용이 된다. 아무튼 최소한 내가 아는 바로는 비가 와서 산행이 취소되기를 모두가 바랐다. 염원이 크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세차게 내리지 않고 부슬부슬 내리는 바람에 혹시나 주최측의 강행이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으나, 비는 뒷심을 발휘하여 강하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내려 주었다. 고마울 따름이다.

산행이 취소된 대신 법주사에 대한 약식 강의가 이루어졌다. 한국사 전공 선생님께서 법주사의 관련 지식을 준비해오신 것이다. 그런데 이 선생님의 강의는 졸리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이는 선생님 자신도 인정하고 계셨다. 대체 얼마나 졸리길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보통은 5분 정도면 조는 사람이 있다더니 간밤의 술로 다들 무리를 했는지 2분도 안 되어 벌써 고개가 떨어지는 사람이 몇몇 보인다.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지는지 요새는 좀처럼 조는 일이 없는 나로선 처음엔 그닥 믿질 않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5분이 넘어갈 무렵 의식 저편에서 잔잔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잠의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선생님은 인간이 어떤 조건에서 수면에 드는지를 정확히 알고 계신 듯하다. 웬만해선 이렇게 졸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꿈까지 꾸고야 말았다.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선생님의 설명이 절묘하게 겹쳐지면서 꿈 속에서 법주사를 돌아다닌 것이다. 이번 엠티는 보람이 있다. 굳이 빗속을 걷지 않고서도 구경 잘 하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엔 워낙 과 규모도 크고 한 과목에 배정된 교수 인원도 많았던 관계로 악명 높은 교수님의 경우엔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 피해갈 방법이 없다. 전공 3시간짜리 연강을 어떻게 버텨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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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교 다녔을 때 도서관과 조금만 더 친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르긴 해도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나랑은 전혀 관계 없는 곳인줄만 알았다. 내 스스로도 내가 도서관에 앉아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았다. 도서관 앞에 붙어 있는 '어제 OO실에서 제 가방을 가져가신 분께. 다른 것은 마음대로 처분하셔도 좋지만 OOO 노트만은 꼭 돌려 주세요...' 같은 글을 보면서도, '그것 봐라. 괜히 도서관에 가니까 저런 걸 잃어버리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처음엔 도서관에서 동기들을 마주치면 녀석들 얘기가 '어쩐 일이냐.'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누구 찾으러 왔니?'가 될 정도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 찾으러 갈 때가 아니면 내가 도서관에 왜 가겠는가. 참으로 웃기는 것은 그런 내가 도서관 아르바이트로 장학금도 받았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다시 학교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도서관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워낙에 도서관에 대한 선입관이 있는지라 적응하기 힘들줄 알았지만 의외로 도서관이라는 곳이 괜찮은 곳이었다. 우선 많은 책을 이것저것 골라서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대형서점에서도 가능한 일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불편하게 서서 보는 것과 여유있게 허리 펴고 앉아서 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게다가 시끄럽지 않아서 좋지 않은가 말이다. 피곤하면 졸아도 괜찮다. 친구 R처럼 자다가 침으로 빈대떡을 부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몇 번을 생각해도 이거 정말 괜찮은 장사다. 아니 왜 예전엔 이런 좋은 곳을 몰랐단 말인가.

도서 대출 코너에 앉아 있는 아저씨 또한 도서관에 대한 인상을 바꾸는 데 한몫을 했다. 영등포 도서관의 대출 담당 아저씨의 표정을 본 사람은 누구라도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을지 모른다. 아~ 그 평온한 얼굴이란...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다 털어내고 무심의 경지에 이른 듯한 그 얼굴. 느릿느릿한 손길이 책에 닿는 순간 띡~ 하고 바코드 읽는 소리가 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아... 저런 거 나한테 시켜 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이러다가 오후 5시가 되면 퇴근 준비를 하겠지. 부럽다...'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공부하면서 도서관학과로 갈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학교에서도 공강 시간에는 주로 도서관에 앉아 있다.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도서관 체질이 된 것은 아니다. 사실 어디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동아리에 든 것도 아니고 학생회실에 앉아 있기도 좀 그렇다. 학생 휴게실은 도무지 시끄러워서 10분을 앉아 있기 힘들다. 적극적으로 찾았든 혹은 다른 대안이 없어서이든 간에 어쨌거나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라 하겠다. 공부는 습관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내가 이 공간을 예전처럼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론 나중에 본격적으로 입시공부를 하게 되면 또 지겨워지겠지만...

도서관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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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신입생 환영회라고 했는데 요즘은 대면식이라고 한다. 명칭이야 어쨌거나 여하튼 월, 화 이틀에 걸쳐 대면식에 참가했다. 첫날은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이 연이틀 외박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 둘째날은 1차에서 자리를 떴다. 그래도 첫날 3차까지 참가한 걸로 만족한다. 덕분에 2학년 선배들 얼굴도 익히고, 무엇보다도 OT에 가지 못한 관계로 동기들이 낯설었던 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근데 처음엔 최소 15살 이상 차이가 나는 젊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뭔가 좀 참신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해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17년 전에는 과 환영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발식을 구경했다. 당시에도 고등학교 동문회 자리에선 있었지만 과 행사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신입생들이 순서대로 나와 냉면 사발로 막걸리를 들이킨 후 자기 소개를 하는 건데, 사실 자기 소개랄 것도 없는 것이 그냥 학번과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고 노래 한 자락 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광경이다. 그렇다. 군대식 관등성명이다. 어째서 군대보다 대학이 더 군대스러울까.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술만 해도 그렇다. 저렇게 사발로 부어 넣으면 선후배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일까. 다음날 교수님은 그런 술자리의 의의를 '해방'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셨다. 그런데 왜 해방감을 맛보아야 하는 자리에서조차 자기 마음대로, 주량대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일까.

첫 대면식이 있던 다음날 1학년 과대표를 통해 소위 '지적 사항'이라는 것이 내려왔다. 말하자면 그날 술자리에서 신입생의 행동거지에 맘에 안 든 부분이 있어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다. 교수님 말씀하시는데 지방 방송이 나온다거나, 선배를 부르는 호칭이 잘못되었다거나, 노래를 시키는데 뺀다거나 하는 내용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잡지 않고 나중에 누군가를 불러내어 지적하는 것도 영락 없는 군대식이다. 상호간의 예의는 강조한다고 해서 나쁠 것 없지만, 강요당하는 예절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선배들도 예전에 느끼지 않았을까.

아무튼 학교를 다시 들어간 게 아니라 어째 군대를 다시 간 것 같아 기분이 좀 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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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생신이라 오랜만에 처가 식구들 총집합하여 노래방에 갔다. 언제나 옛날 그대로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런 자리에 오면 그렇지도 않다. 점점 부를 노래가 줄어드는 것이다. 신곡은 당연히 알 리 없고 옛날 노래는 자꾸 내 기억 속의 리스트에서 없어져만 간다. 사위들 노래 한 곡씩 하라는데 메뉴를 붙잡고 한참을 씨름하고서야 고른 곡이라는 게 윤수일의 '아파트'라니. 그나마 학창시절의 응원가가 아니었다면 이마저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고맙다 아카라카. 너희들이 정녕 쓰레기만은 아니더구나.

젊은 사람들과 앞으로 노래방 갈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미리 최신 노래 몇 곡은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내는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한 일을 위해선 또 그만큼의 정열이 필요하다. 내 인생에서 새 노래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서태지까지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다. 가사도 궁금해지지 않는다. 에픽하이의 'Fly'라는 노래도 라디오에서 들을 때 가사를 'You can fry'로 듣고 달걀 프라이를 권장하는 노래인가 했었다. (실제로 내가 보기엔 에픽하이의 발음이 문제가 많다. 내 생각엔 얘들이 일부러 이런 장난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한때는 나도 노래방에 꽤나 자주 드나들었던 적이 있다. 군대 가기 전이었는데 학교 앞 단골 만화방 주인네가 차린 노래방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시설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만화방 단골이라 주인 아줌마의 기분에 따라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었고, 다른 노래방과 달리 배경화면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그 당시 그 노래방에서 보았던 영화 중에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제레미 아이언스의 '데미지'라는 영화다. 감정 잡고 노래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아 글쎄 화면에서 갑자기 이 아저씨가 팬티도 걸치지 않은 채 쌍방울을 딸랑딸랑 울리며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마이크를 떨어뜨렸다. 누군가 뒤통수를 확 후려치는 기분. 영화 제목이 왜 데미지인지 바로 알아버렸다.

신촌에 가 보면 노래방은 없어진 것이 확실한데 지나가면서 얼핏 보니 만화방은 아직 그대로 있는 것 같다. 주인이 그대로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에 시간 나면 꼭 들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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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던 두 과목 수업이 모두 휴강이란다. 그걸 확인하러 또 7시간이나 차를 탔다는 얘기다. 심지어 아침에는 버스가 늦게 도착해 강의실까지 헐레벌떡 뛰어 도착했는데 말이다. 교수 개인 사정에 의한 휴강이란다. 3시간 연강 짜리가 말이다. 나중에 학생 개인 사정도 봐 줄까 의심스럽다.

만약 17년전이었다면 희희낙락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다른 애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귀에 걸렸다. 하긴 고등학교에선 휴강이라는 게 없었으니... 하지만 난 이번 학기 등록금 생각이 먼저 나더라.

내일도 두 과목인데 제발 오늘처럼 허탈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누누히 말하지만 차 타는 거 절대 안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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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에 일어나 학교를 다녀왔더니 저녁 7시가 다 되었다. 순수하게 교통 수단을 이용한 시간은 7시간이고 거기에 배차 시간을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을 더하면 오늘 총 8시간을 길에다 버린 셈이다. 학교에 가서 별로 한 것도 없다. 사진과 제반 필요한 서류 작성해서 제출하고 학번 받아서 수강신청 요령 등을 듣고 온 것이다. 소요된 시간은 2시간이었다.

기차는 그래도 나은 편인데 버스는 정말 괴롭다. 버스에서는 우선 흔들림이 심해 책을 읽기가 어렵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창밖을 바라보거나 자는 것 뿐이다. 게다가 정확한 도착 시간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승객으로 하여금 조급증이 생기게 만들며 계획성 있게 이동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냥 잔다고 해도 숙면이 되지 않아 피곤하긴 매한가지다.

이번 학기 시간표를 짜 보니 하루에 두 시간만 들어 있는 날도 있다. 그 두 시간을 위해 7시간을 버려야 된다 생각하니 정말 화가 치민다.

그렇다고 자취를 할 수도 없고... 이래 저래 머리 아픈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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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

롤플레잉 2006. 2. 27. 23:12
여권 갱신을 위해 오랜만에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었다. 예전에는 증명사진을 찍을 때 필름을 함께 주던데 요새는 그런 것도 없는지 그냥 사진만 몇 장 준다. 하긴 이제껏 받은 필름을 재활용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별로 손해는 아니다. 필요하면 또 찍자.

내 손에 쥐어진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턱선이 완전히 무너진 수더분한 아저씨가 날 보고 있다. 이상하게도 매일 보는 거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세월이 사진 속에는 온전히 담겨져 있다.

이래서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또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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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뜨는 소

롤플레잉 2006. 2. 26. 22:17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다. 역시 시간은 내 편이 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치과 가기가 꺼려진다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버틴다 해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닌 것이다. 늘 그렇듯이 이빨을 너무 늦은 상태로까지 몰고 가서 결국엔 치통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서야 동네 치과 문을 두드렸다.

치과를 꺼리는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지만 실은 아주 억울하고 원초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내 치신경의 문제인데, 난 원래 이빨 마취가 잘 안 되는 타입인 것이다. 더이상 어떻게 절망적일 수가 있을까.

간밤의 치통으로 벌써 기운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지만 집을 나서면서 벌써 치과에 갈 수 없는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처음 들른 의원에서 예약 손님 때문에 오늘은 더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면서 어이 없게도 안도의 한숨을 쉬기까지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금 엄습하는 강한 통증만 아니었던들 두 번째 의원으로 발길을 향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취 들어갑니다. 잠깐 따끔할 거예요."
"예..."
하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혀끝으로 이빨을 살짝 건드려 보니 감각이 아직 살아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 치료 시작합니다. 아프면 왼손을 살짝 드세요."
"..."
윙 하는 드릴 소리가 나자마자 왼손이 번쩍하고 올라갔다. 동시에 신음소리와 함께 온몸이 뜰썩였다.
"어... 아프세요?"
"음음..."
"마취가 잘 안 되었나 보네요. 다시 합시다."
"..."
다시 마취 주사를 놓은 의사 선생은 나를 치료대 위에 버려 두고 그동안 다른 환자를 받았다. 나는 덩그러니 내버려진 채 누워서 천장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 다시 시작합니다. 아프면 말씀하세요."
"음음..."
이번에도 역시 신음소리와 함께 치료대가 요동쳤다. 마취가 되지 않은 것이다. 온몸이 공중에 뜨는 것 같았다. 허영만의 비트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이민'의 별명이 순간 생각났다. '누워서 뜨는 소'가 이런 건가... 로렌스 올리비에가 마취도 않고 더스틴 호프만을 고문하던 마라톤맨도 떠올랐다. 나만큼 그 영화에 감정이입된 사람도 없으리라... 간호사가 한마디 했다.
"선생님, 어쩌죠?"
"휴~ 큰일이네... 할 수 없군. 이빨 안으로 주사 바늘을 찔러 넣어 보자..."
이러저러한 방법을 동원하여 결국은 여섯 번의 마취 시도 끝에 의사 선생은 포기해 버렸다. 환자도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지쳤다.
"할 수 없네요. 마취가 안 됩니다. 그냥 좀 참으세요."
"!!..."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의 아픔이 떠올라 고통스럽다. 사실 순수하게 치료만 한 시간은 5분도 채 안 되었으나 의사 선생은 그동안 마취가 되기를 기다리는 나와 다른 환자들 사이를 바삐 오가는 바람에 이빨 하나 치료하는 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주말을 진통제로 버티고 내일 또 전쟁을 치르러 가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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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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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나야 그렇다 쳐도 주위에 보면 평소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 잘 챙길 것 같은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치과 가는 것만큼은 꺼려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치통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고통 중에서도 아주 날카롭고 소름 끼치는, 그러므로 어지간히 무던한 사람이라도 참기 힘든 통증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참기 힘들어 밤잠을 설치는 단계에 와서야 마지 못해 치과 문을 두드리게 된다. 대체 왜 그럴까.

내 경우에 치과가 두려운 이유는 이빨이 아파서가 아니다. 아픈 이빨을 낫게 해 주는 곳인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그렇다면 뒤로 젖혀지는 의자에 누워 윙 하는 소릴 내면서 돌아가는 드릴 소리가 겁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한두살 먹은 어린애라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정작 무서운 것은 '과연 의사 선생이 환자의 이빨을 자기 것처럼 소중하게 다루어 줄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이다. 아무리 아픈 이라지만 그래도 내 몸의 일부이다. 그런데 의자에 누워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는 환자의 귀에 의사 선생의 "빼야겠네요..." 라는 무심한 한마디가 꽂힌다. 이런 말을 들으면 과연 자기 이빨이라도 그런 생각을 할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이빨은 한 번 뽑거나 갈아내면 다시 붙일 수가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치과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게 된 데에는 두 가지 계기가 있다.

군입대를 앞두고 고향 부산에 내려와 있을 때였다. 친구의 형이 치과대학을 갓 졸업하고 동네에 개업을 했다. 달리 할 일도 없던 차라 가끔 그 치과에서 일도 도와주고 술도 얻어마시곤 했다. 의사 한 명과 간호사 한 명밖에 없는 작은 의원이라 나도 형 옆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도왔다. 그러던 어느날 한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왼쪽 아래 어금니가 심하게 상해서 신경 치료에 들어갔다. 무사히 치료를 마치는가 싶었는데 그만 형의 손이 삐끗하여 어금니 밑의 동맥을 잘라버린 것이다. 거짓말처럼 피가 퐁퐁 솟아올랐다. 내가 헉 하는 소리를 내며 한 걸음 물러났을 때 형도 당황한 듯 움찔했지만 이내 날 돌아보며 눈을 찡긋했다. 그러더니 잽싸게 실로 상처를 봉합했다. 동맥이라 쉽지 않았지만 거의 재봉틀 바느질 수준으로 몇 겹을 꿰매어 나가니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던 피도 어느새 멎어 있었다.
"집에 가시면 마취가 깨면서 많이 아프실 거예요."
"..."
"어금니가 엄청 심하게 상해서 그래요. 많이 아프시면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드세요."
"..."
아무 것도 모르는 아주머니는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남긴 채 돌아갔다. 아마 다른 의원을 찾아가지 않는 이상 그날의 의료사고는 묻혔을 것이다.

또 하나의 사건은 군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상병 계급으로 겨울을 날 때였다. 찬물을 마실 때 송곳니가 조금씩 시려 오길래 군병원을 찾았다. 군의관은 "충치구만" 이라는 한마디 외엔 별말도 없이 내 이빨을 드릴로 한참을 갈더니 다 되었다고 돌아가라는 것이다. 솜을 꽉 물고 있다가 병원 문을 나서면서 뱉었는데, 갑자기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때마침 불어온 포천의 차가운 겨울 바람 때문이었을까. 맞다. 바람 때문이다. 그런데 평소와는 느낌이 좀 다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뭔가 허전한 것 같은데... 아니 이럴수가... 이를 꽉 다물었는데도 입 속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다시 병원 문으로 뛰어들어가서 복도에 있는 커다란 거울 앞에 섰다. 노래 가사와도 같이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아 글쎄 내 송곳니가 뿌리쪽 약간만 남고 삼분의 이 가량 없어진 것이다. 군의관 이 얼빠진 놈이 기껏 했다는 치료가 아픈 이빨을 아예 갈아내 버린 것이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상대는 장교다. 그 다음 주말에 외출증을 끊어 시내 치과를 갔더니 의사 선생 말이,
"아니 대체 누가 이빨을 이렇게 망가뜨렸어요?"
"..."
"안되겠네요. 뽑아야겠는걸..."
이빨 뽑으며 속으로 많이 울었다.

환자의 이빨을 자기 것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솜씨 좋은 치과 어디 없나. 혹시라도 알고 계시는 분은 추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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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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