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외모에 대한 취향 또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 주위 사람들이 특정 인물에 대한 외모의 평가를 놓고 의가 상한다든지 원수진 일이 없는 걸로 보아, 어느 정도의 공통분모는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아직 학생이었을 때 TV에 방영되었던 외화 시리즈 중에서 '미녀와 야수', '늑대 미녀' 두 편을 보고 친구들과 대체적인 합의를 본 부분이 있는데,

        "왜 야수는 나오는데 미녀는 안 나오는 거지?"
       "늑대는 없고 미녀만 있더군..."


의 두 가지였다.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다면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이른바 미녀란 '린다 해밀턴' 아줌마였다. 터미네이터에서 한 터프하던 아줌마 말이다. 모르면 외운다고... 아무리 미녀라고 마인드 콘트롤해 봐도 잘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거의 불가사의로 통하는 신비한 여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킴 베이싱어(또는 킴 베신저)라는 사람이다. 이 아줌마가 나오는 영화마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소개글이 대부분 '미모의...', '절세의 미녀...', '환상적인...' 등등이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면 대체 영화 어디에 절세의 미녀가 나온단 말인가?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안 보였다. 설마 화면에 보이는 저 씩씩해 보이는 각진 아줌마를 말하는 건가...




샤론 스톤이 '원초적 본능 2'를 찍는단다. 인터넷 뉴스에 올라온 기사 중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해외 영화전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원초적 본능 2'의 영화 스틸에는 샤론 스톤의 변함없는 미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from 네이버 뉴스]

기자 눈이 삔 건가, 내가 뭔가 잘못된 건가... 왠 중년의 아지매가 부담스럽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건만... 혹시 기자는 '원초적 본능'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게 아닐까? 변함없는 미모라니...
'원초적 본능'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영화팬들을 위해서라면 샤론 스톤이 한 번 더 활약해 주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난 좀 그렇다. 난 '원초적 본능'에서 치명적인 미인을 보고 싶은 거지 샤론 스톤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이제 왠만하면 젊은 배우에게 자리를 좀 내 주면 어떨까... 그걸로 충분히 고마울텐데...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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