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터키에 필 받은 참에 보고 있는 책이 바로 『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이다. 프랑스의 전직 기자 할아버지가 은퇴 후 실크로드를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두 다리로 걸어 횡단하며 쓴 기행문이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역사가 주(周)나라 무왕(武王)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의 도시 서안(西安)에 이르는 12,000km의 긴 여정이다. 이 노인네 할 말도 많았는지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무려 세 권이나 써냈다.

이제 막 몇 장을 읽은고로 아직 전체적으로 이 책이 어떻다 말할 입장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하나 찾았다. 저자의 서문 대신 편집자가 책의 앞부분에 글을 하나 써 놓았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긴 여행」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고, 저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얘기한 글이다. 그런데 이 글이 정말 멋지다. 글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편집자의 문체가 근래에 보기 드문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멋지게 쓴단 말인가.

혹시 이 멋진 문장력의 소유자는 편집자가 아니라 번역자의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본문을 몇 장 읽어본 바에 의하면 절대 번역자의 솜씨는 아니다. 이 책의 저자도 글솜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감탄할 정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만약 저자가 자신이 여행하며 보고 느낀 점을 구술하고, 편집자가 글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다. 하긴 간접 경험이라면 아무래도 살아있는 글이 되진 못할지도...

이 편집자는 혹시 작가로 나설 생각 없나 모르겠다. 이런 짧은 글 하나가 잠시나마 세상을 밝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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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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