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단백질

롤플레잉 2006. 4. 24. 11:22
오늘 아침 버스를 타고 학교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고기가 땡기기 시작했다. 온통 머리 속은 두 글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고기 고기 고기 고기 고기... 라디오의 뉴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다음 정차할 곳이 어디라는 방송도 들리지 않았고, 주위 사람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 속에 잠자고 있던 고기에 대한 그리움이 어떤 계기에 의해 불붙어버린 것인가. 내 몸에 고기 못 먹어 죽은 귀신이 들어온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기생충들의 시위인가.

근래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한가. 그렇지도 않다. 끼니때마다는 아니지만 생선도 많이 먹고, 처가에서 먹는 저녁상에는 고기 반찬도 많다. 그런데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요즈음 먹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긴 하다. 학교 식당이 아주 테러블한 것이다. 맛이 없는 수준을 넘어 구역질까지 나려 한다. 밥투정 안 하기로 소문난 나로서도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이 맛없는 식사를 4년을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다고 학교 밖으로 나가자니 시간도 부족하고 비용도 만만찮다. 아 우울한 봄날...

한때는 모든 것을 동물성 단백질로 환원시키는 마빈 해리스가 경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소한 오늘은 그 양반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그 무엇도 아닌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오늘 저녁 S랑 삼겹살 먹자는 약속을 잡았다. 근데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는 거냐. 무사히 서울에 도착해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참 M이랑 T도 시간 나면 좋을텐데. 말 나온 김에 수기 아저씨도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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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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