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

패밀리 2006. 4. 8. 17:14
딸이 오늘 처음 치과에 갔다. 어디가 아파서가 아니라 예방과 점검 차원에서 간 것이다. 영유아때 방심하다가 이빨 전체가 상해서 영구치까지 엉망으로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주위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는데 안 가볼 수도 없다. 그렇잖아도 혹시 벌써 이빨이 썩지 않았을까 걱정하던 차였다.

향후 유망 업종은 모조리 어린이 관련 사업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치과라고 찾아간 곳은 예약 아니면 받아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대기실에도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로 넘쳐난다. 역시 적게 낳는 만큼 귀하게 키우려나 보다. 나만해도 본인의 이빨은 관리를 못해 신경치료까지 받으러 다니면서도 딸 건강은 미리 챙기게 된다.

대기실 중앙엔 커다란 화면의 TV가 걸려져 있고 그 밑으로 매트를 깔아놓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벽으로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무심한 책이 책장에 꽂혀 있었다. 매트 위엔 벌써 노는 아이들로 정신이 없었다. 처음엔 딸을 안고 있었으나 팔도 슬슬 아파오고 입고간 점퍼 때문에 덥기도 해서 매트 위에 조심스럽게 딸을 내려놓았다. 치과에 온 아이들 중에서 나이가 단연 어렸으므로 내심 걱정이 되었다. 큰 아이들 틈에 끼어서 주눅이 들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웬걸, 주눅이 다 뭔가. 성큼성큼 걸어다니더니 자기보다 큰 남자아이가 가지고 놀던 공을 냉큼 빼앗아버린다. 순간 당황하는 그 아이의 모습. 그러나 상대는 너무나 어린 꼬마라 화를 낼 수도 없다. 엄마가 "오빠 공을 네가 뺏으면 안 되지. 돌려 줘." 라고 말을 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덩치 큰 아이들 틈에서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돌아다니며, 심지어 박명수식 호통개그까지 날린다.

접수할 때 아이의 성격을 체크하여 적는 게 있었다. 평소 전기청소기 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 엄마 품으로 달려들곤 해서 '겁이 많음'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나중에 어디 가서 애들 패고 다니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것이고, 속으론 그렇지가 않다. 딸이 바깥에 나가서 기가 죽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얻어터지고 들어오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말이다. 역시나 부모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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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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