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눈으로 세계를 본다. 그 옛날 안동 양반들 눈에는 그 누가 뭐래도 안동평야가 제일 넒어 보였다.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야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냐만, 난 내 지인들 속에서 최고를 찾을 뿐이고, 그런 면에서 내가 제일로 치는 기타리스트는 친구 M이다. 이 욕심 많은 놈은 기타뿐만 아니라 풍물에도 상당히 소질이 있어, 꽹과리로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조선 제일이다. 남들이야 김덕수 사물놀이패 어쩌고 하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김덕수랑 밥을 함께 먹어본 일도, 손을 잡아본 일도 없거니와, 살면서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기타라고는 동생이 몇 달 학원 다니면서 집에 풀어놓은 독본을 가지고 두들겨 본 것이 전부인 나는 현란한 주법은 물론이거니와 기타의 기초 실력인 화음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런 내가 학생회실에서 기타를 쨍쨍 울리며 노래라도 부를 양이면, 고수들이 대개 그렇듯이 하수들 노는 데 별로 관여하진 않지만 가끔은 정성이 갸륵해 보였는지 M이 한 수 지도를 해 주곤 했다.

당시 M도 나도 즐겨 부르던 노래 중의 하나가 노찾사의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였는데, M이 나더러 멀쩡한 노래를 아주 청승맞게 부르는 재주가 있다고 구박을 하던 곡이다.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노래를 찾는 사람들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
해맑은 빛이 흐르고
내 가슴 지나는 바람 모두
따스한 향기 머금게 하소서
내 손길 있는 곳 어디나
따뜻한 손 마주잡고
내 발길 가는 곳 어디에나
어지런 물결 그치게 하소서
고단한 하늘 저 마루 아래
검게 드리운 어둠도
흐느끼는 강물 시린 바람조차
빛 흐르게 하소서 향기롭게 하소서

내 마음 다가오는 모두가
하나로 그리웁고
내 귀 기울이는 어디에나
고운 노래 울리게 하소서
뿌연 안개 그 그늘 속에
외로움으로 남은이
거친 바람 속에 미움으로 사는이
노래하게 하소서 노래하게 하소서
요새는 이런 노래 부르는 데도 없는 것 같다. 예전엔 엠티의 기본 준비물이 기타였지만 요즘은 노래방 기기로 해결한다. 아주 가끔은 M이랑 동기들이랑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밤새도록 술마시며 노래 부르고 싶다.

'엔터테인먼트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젠가는  (2) 2008.08.30
간만에 키키가 한 건 올리다  (0) 2008.03.30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  (0) 2006.04.07
Porco e Bella  (0) 2006.03.21
Moon River  (0) 2006.02.14
Posted by 도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