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털기 놀이

패밀리 2006. 3. 25. 23:05
이제 돌 지난지도 한 달이 된 딸은 엄마 아빠가 하는 것을 금방 따라 배운다. 브러시를 손에 들고 머리 빗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수화기를 들고 전화 받는 시늉을 한다. 그 중에서도 전화기 줄을 목에 거는 것은 딸의 특기이자 자랑이다. 딸의 흉내 내기 중에서 엄마 아빠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이 TV를 켜고 끄는 행동인데, 특히나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결정적인 순간을 어찌나 잘 포착하는지, 딱 그 순간에 전광석화처럼 TV에 달려들어 전원을 꺼 버린다. 엄마의 비명 소리가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딸이 오늘 새로 배운 게 하나 있다. 엄마가 세탁기를 돌린 후 빨래줄에 옷을 걸기 전에 몇 번 터는 것을 본 것이다. 세탁기 쪽으로 달려오는 딸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손수건 하나를 건넸더니 이놈이 이걸 가지고 엄마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숨까지 헐떡거리면서 빨래 털기 놀이를 하는데 오늘 제대로 필 받은 것 같다.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는다. 얼마나 열심이었으면 나중에 빼앗아 보니 손수건의 거의 다 말라 있었다.

어쨌거나 오늘 이놈 기분이 유난히 좋다. 덕분에 엄마 아빠의 휴일이 모처럼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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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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