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처럼 추리소설에 불타오를 수 있는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을 듯. 오랜만에 잡은 추리소설, 역시 잡생각이 너무 많아서 순수하게 몰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나이 먹어가면서 추리소설 읽기가 너무 피곤하다는 게 문제. 우리의 주인공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모두를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지 않은가. 이건 애초에 불공정 게임이다. 퍼즐을 배치하는 작가 입장에서야 어떤 팩트가 사건 해결에 실마리가 되는지 다 알고 있지만, 그것을 알 수 없는 독자 입장에서야 무엇 하나 빠뜨릴 수가 없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작가가 제시하는 팩트들을 모두 조합한다고 해도 독자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소설 속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도 마찬가지이다. 퍼즐 조각을 다 모은다고 해도 퍼즐을 풀 수는 없다. 그것은 선택받은 자들의 권리. 주어진 단서들을 꿰뚫는 비범한 통찰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솔직히 말해서 처음부터 사건 해결은 독자의 몫이 아니다. 그냥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기듯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의 전개를 따라 천재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결말에 이르러 감탄과 함께 기꺼운 마음으로 천재들에게 박수쳐 주면 되잖아. 그럼에도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주어지는 단서로 이리저리 조각을 맞추지 않는다면 독자로서 뭔가 임무를 팽개치는 것 같은 강박에 눌린다. 그리하여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오늘도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다음부턴 좀 편하게 읽을 수 있을까? 여전히 안 될 것 같지 않나… 아참! 완전범죄에 필요한 고양이는 몇 마리더라. 어디 보자… 다 읽었는데도 잘 모르겠다. 암튼 우리의 주인공들은 역시 머리 좋더라.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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