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할 때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축에 들며,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그러하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런 나도 가만히 따져보면 꽤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의 머리통의 크기에 관한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이후로 우리의 위대한 대갈장군들에 대한 편견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아직도 그 대갈장군은 내 주위에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편의상 그를 S라 하자.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바로 월드컵 최순호 사건의 그 S이다. S는 내 인생의 거의 최초의 대두(大頭)라 할 수 있다. 설마하니 그 전에도 살면서 대갈통 큰 인간을 만나지 못했으랴만 기억이 나질 않는 걸로 미루어 내게 그다지 인상적인 놈들은 없었나 보다. 암튼 S는 1학년 때부터 동기들 사이에 유명했다. 동기들을 마치 후배 대하듯 하는 막강 안하무인에다가 적재 적소에 뿌려주는 특유의 비웃는 듯한 웃음 등등. 동기들이 S의 내공을 결정적으로 체험하게 된 것은 1학년 농활 때였다. 아니 대체 누가 1학년 더러 작업 지시를 시켰단 말인가. 1학년 모두 뙤약볕에서 낫 들고 허리 끊어져라 논두렁 잡초를 베거나 거머리랑 싸워 가며 김매는 동안, 대체 누가 저더러 삽자루 들고 허리 펴가며 동기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작업을 지시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단 말인가. 너무나도 태연하고 뻔뻔한 S의 행동에 처음엔 동기들 모두 약간은 얼이 빠진 채로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정도였다. 그 이후로 대갈장군과 '뻔뻔함'은 떼어 놓고 생각 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연예계에서는 S정도는 아마추어로 만들어 버리는 대갈장군이 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김래원이다. TV에서 처음 보는 순간부터 주는 거 없이 미운 스타일이었다. 편견이라는 거 인정한다. 그래, 대갈통 크기로 저평가해온 점이 전혀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 그치만 김래원이 맡아 온 역할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출세작이라고들 하는 '옥탑방 고양이'는 울화통이 치밀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정다빈 얘는 대체 대가리에 뭐가 들었길래 저런 싸가지를 참아 주는 걸까..."
건방진 것과 싸가지 없음은 좀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 난 건방진 것 자체에 대해서는 별 유감 없다. 사실 건방짐은 기성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싸가지 없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인간 일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있어야 되는 거다. 최소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김래원의 모습은 전자는 아니었다.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어찌 저리 뻔뻔할 수 있는지... 나 같으면 쫓아내도 몇 번을 쫓아내었을 것이며, 그래도 기어 들어오려 한다면 경찰에 신고했을 거다. 출연작 '어린 신부', '미스터 소크라테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에서 김래원은 단 한 번도 내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다. 그런 김래원이 최근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라는 드라마로 돌아왔단다. 볼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번엔 어떤 캐릭터인지도 사실 모르는데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김래원한테 억울한 일 있냐고? 그럴 리가 있나. S가 요즘도 그렇게 사냐고? 설마!~ 그랬으면 아직까지 목숨이 붙어 있을라구... 그러길래 처음부터 편견이라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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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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