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잘 치는 사람들 보면 부러운 것과 같은 크기로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솔직히 말해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략하지 않나 싶은 글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난 다음 그렇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글 속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들은, 아니 그 속에서 독자가 듣고 싶은 말들은 다 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 잘 짜여진 작은 프로그램 소스를 본 느낌이다.

띠동갑 작가와 독자. 글 속의 작가의 말들이 온전히 자기 속에서 길어올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세계로부터 얻어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거나 이 새파랗게 젊은 작가의 언어를 통해 독자가 작은 크기이나마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이 원래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관계 없이 존재의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

내가 이 글을 썼다면 이 작가처럼 멋지게, 그리고 괜히 복잡하게 얽지 않고서 현실과 환상의 거리를 적당하게 유지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을 적당하게 양보하게 하고 마지막에 화해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현실과 환상 중에서 어느 하나의 완전한 승리와 다른 하나의 패배를, 그리하여 파국을 만들어내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난 이 젊은 작가가 조금, 아주 조금(!) 부럽다. 많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난 퍼즐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푸는 사람이므로, 만들어내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몫이므로...

작가 같은 직업을 갖지 않은 걸 정말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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