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마님 들어오세요."
"예..."
집 근처 정형외과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진찰실에 들어갔다. 세상에나... 거리에 노인들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병원 대기실에 다들 모여 있는 것이다. 시장바닥과 다름 없다. 이렇게만 장사가 된다면야 의과대학 안 갈 이유가 없다. 요새 문 닫는 병원도 많다던데 다 거짓말인가...
"어디가 아프신가요?"
"예. 양 무릎이 아파서요."
"어디봅시다. 자~ 바지를 올려 보세요."
"..."
"여기가 아픈가요."
"아얏!"
"흠... 언제부터 아픈거죠?"
"며칠 되었어요."
벌써 두 달째 러닝머신 위에서 하루 한 시간씩 걷고 있다. 갑자기 몸무게가 10킬로 정도 늘었기 때문이다.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강호동이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런데 요 며칠 사이 아침에 일어날 때 무릎이 시큰거린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로 아프다.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영 나아지지 않아서 혹시 러닝머신 때문인가 하고 동네 병원을 찾은 것이다.
"러닝머신을 두 달째 하고 있어요."
"그것 때문이네요."
"여태까지 멀쩡했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아프네요."
"그동안 무릎의 피로가 누적되어 온 거겠죠. 암튼 사진을 찍어 봅시다."
두 시간 기다린 것도 모자라 또 얼마간을 기다려 엑스선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무릎 연골이 문제네요."
"며칠 쉬면 나아질까요?"
"빨리 치료해야죠. 이 방 옆의 물리치료실 봤죠? 이대로 두면 거기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돼요."
"그게 무슨 소리죠?"
"관절염이 된다는 얘기죠."
이 나이에 관절염이라... 아직 딸 유치원도 안 보냈는데 그놈의 '글루코사민' 신세를 져야 한단 말인가.
"그럼 치료하면 완치되는 거죠?"
"음... 일단 증상은 완화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몸무게를 줄여야죠."
"어떻게요?"
"다이어트에는 걷는 운동이 좋아요."
"그럼 러닝머신을 계속 하라는 건가요?"
"아뇨. 지금은 무리죠. 몸무게를 줄인 다음에요."
'이 인간을 확 그냥~!!'
다행이다. 역시 교육의 효과는 오래 간다. 사람이 모든 일에 성질대로 하고 살 수는 없는 거다. 그래 참자...
"저어 선생님... 그러시면 무릎을 치료하자니 다이어트를 해야 되고, 다이어트를 하자니 러닝 머신을 해야 되고, 러닝 머신을 하자니 무릎이 아프고... 어쩌면 좋은가요?"
"에~ 그런 문제점이 있죠..."
도그마 성질 많이 죽었다.

'롤플레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과 가기가 두려운 이유  (0) 2006.02.24
덧글 유감  (0) 2006.02.23
훈고학의 추억  (0) 2006.02.22
TV와 씨름하다  (0) 2006.02.19
황당한 오해들  (0) 2006.02.17
Posted by 도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