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가 가끔 내 꿈에 나온다. 그렇다. 배우 봉태규 말이다.

가끔 나오는데 매번 역할은 고정되어 있다. 우리 둘의 관계는 처남과 매부 사이다. 즉 봉태규가 아내의 오빠로 등장한다. 이 시점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를 하자면, 아내는 딸만 넷인 집의 맏딸이다. 그러니 오빠가 있을 리 만무하다. 남동생도 없는데 하물며 오빠라니. 그런데도 내 꿈 속에서 봉태규와 나는 아무런 어색함이 없이 반갑게 만난다. 봉태규가 나더러 형님이라고 부르는 걸로 보아, 꿈 속에서의 설정으로는 아내와 나의 나이 차가 좀 나는 듯 싶다. 물론 현실에서는 한 살 차지만...

어쨌거나 우리 둘은 만나서 차도 마시고 당구도 치러 가는 등 극히 일상적으로 논다. 그러면서 주로 하는 얘기의 주제는 아내에 관한 것이다. 우리 부부 사이는 좋은지도 물어봐 주고, 다투었다면 오빠로서 동생에 대한 얘기도 해 주고, 여자들은 공감할 수 없는, 즉 남자들끼리만 통하는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 맞장구도 쳐 준다.

이 꿈의 패턴을 살펴보면 아내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지인도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 둘만 등장한다. 아내랑 오빠(?), 그리고 남편이 함께 등장하지 않음으로 인해 어색하지 않아 좋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다.

이런 꿈을 꾸고 나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내보다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 배우가 오빠 노릇을 하는 것도 우습고, 그 오빠라는 인간이 우리 부부 사이에 좋았던 일, 안 좋았던 일들을 다 들어주는 것도 우습고, 시시콜콜 다 얘기하는 나도 우습다. 게다가 그 오빠가 하필 왜 봉태규냐. 참 모를 일이다...

Posted by 도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