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씨름하다

롤플레잉 2006. 2. 19. 20:09
TV의 리모컨이 고장나서 며칠을 열받아 하다가, 처가에 들렀을 때 다른 리모컨으로도 아무 문제 없이 TV를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길 듣고 남는 걸 하나 가져왔다. 아니나 다를까 잘 되는 게 아닌가. 오히려 이전 것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번호를 눌러 원하는 채널로 바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진 6번 SBS를 보다가 33번 OCN으로 가기 위해선 원하지 않는 많은 채널을 거쳐가야 했던 것이다.

또하나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덤으로 축복이 내렸는데, 바로 갑작스레 시청 가능한 채널이 많아진 것이다. 리모컨을 교체하기 전까지는 집에서 my favorite channel인 바둑TV, 온게임넷 등은 볼 수 없었다. 프리미엄 채널이라서 안 나온 것인지, 아니면 리모컨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제껏 볼 수 없던 채널이 갑자기 잡힌다는 것은 아무래도 나쁜 일 같지는 않다.

그리하여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기념으로 오늘 하루 종일 TV 앞에 모로 누워 씨름을 했는데...
바둑TV에서 내가 좋아하는 서봉수 아저씨가 hangame 팀으로 나와서 가뿐하게 불계승한 것도 보고, 스포츠 채널에서 농구, 축구도 보고, 게임 채널에서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도 보고, 그 와중에 짬짬이 낮잠도 자고...

오늘 또 누군가가 새롭게 모험을 떠났는지도 모르고, 오늘 또 세계는 누군가에 의해 구원 받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저 방에서 뒹굴뒹굴... NPC의 하루는 정말 잘 간다. 세상은 정말 평화롭다. 이제 늦은 저녁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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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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