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혼자서 이 둘을 모두 잘 보는 건, 특히 이렇게 더울 땐 너무나 힘들다.

엄마가 학교 가는 토요일, 아빠랑 딸 둘 이렇게 셋이서 집에서 뒹구는 하루. 사실 애 둘을 본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잖아도 멀티태스킹이 현저히 떨어지는 남자들이 혼자 집에서 애들을 먹이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면서 동시에 애들이랑 놀아준다는 건 이론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거기다가 애들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라고 하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간의 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언니는 경우에 아빠에게 그다지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따라서 혼자 TV 보며 엄마가 올 때를 기다릴 줄 안다는 것. 그러나 그러한 내막을 알 길이 없는 동생은 그저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칭얼댄다. 특히 오늘처럼 아침에 아무 것도 안 먹은 날은, 자기 혼자 배고픈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뱃속이 허한 만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두 살배기. 누가 먹지 말라고 했나... 게다가 가만 있어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 이런 더운 날엔 안아주는 게 얼마나 힘든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작은 딸을 간신히 업어서 재웠는데 인터폰이 울린다. 무슨 일인가 받았더니 101호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때려 죽일 놈을 봤나. 101과 301도 구분을 못하는 놈이 왜 집밖으로 기어나와서 이 불쌍한 처지의 아빠를 위기에 몰아넣는단 말인가...

엄마가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아빠의 신경은 최고조로 날카로워져서 그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이내 후회할 일을 벌였지만 오늘처럼 힘든 날엔 화해할 힘도 없다. 그렇게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를 다 보내고, 저녁 먹고 이렇게 엄마랑 두 딸이 자러 들어간 다음에야 한 숨 돌리지만, 기분은 여전히 별로다.

내일 비 안 오면 딸들 데리고 놀러 가겠다고 말해 두었는데, 날씨가 과연 어떨지...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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