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는 것도 운전면허와 같이 필기와 실기의 시험을 거쳐 면허를 부여한다면 나는 과연 통과할 수 있었을까. 결혼하고 몇 년 동안 부부 둘만 살다가 어느 순간 아기가 그들에게 오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부모라는 타이틀. 그러나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면허가 아니라면 최소한 부모들에게 기본적인 소양 교육이라도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최근 들어 많이 든다.

오늘 봄맞이 가족 나들이를 다녀온 후 큰 딸 목욕을 시켰다. 보통은 저녁에 자기 전에 하는데, 오늘은 외출했다가 먼지를 많이 뒤집어 쓰고 돌아왔다 하여 대낮부터 씻긴 것이다. 알뜰하게 목욕하고 속옷도 다 갈아입고 머리도 말끔하게 말렸다. 그런데 그 후에 사건이 생겼다. 벌써 씻었다고 해서 애가 대낮부터 잠자리에 들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 애가 잠들지 않는다면 당연히 실내에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활동을 할 것이고... 평소와 같이 큰 딸은 오늘 목욕 후 그림을 그렸는데, 오늘따라 의욕에 넘쳤는지 너무나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나서 보니까 두 손에 연필심이 묻어 새카맣게 되었을 뿐 아니라 방금 갈아입힌 내복 상의도 덩달아 더러워졌다. 그 순간 나는 딸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아니 이게 뭐야. 손은 왜 이렇게 더러워. 그리고 이건 방금 갈아 입은 옷이잖아!"

그 때 딸은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무심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꾸했다.

"손은 씻으면 되잖아. 그리고 새옷으로 갈아입고, 이 옷은 빨면 되잖아."

그렇다. 그러면 된다. 딸은 명쾌하게 해법을 내 놓았다. 우문현답이라더니... 너무나도 똑 부러진 딸의 말에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허허... 그러면 되는구나. 그래 어서 손 씻고 옷 갈아입자."

사실 별 거 아닌 상황이다. 애들이 더러워지면 씻기고 갈아입히고 세탁하고... 그러면 된다. 그러나 애들 키우면서 이런 거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머리 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방금 씻겨 놓은 게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날 뿐...

어디 좋은 부모 소양 교육 시켜 주는 데 없나. 그런 데라도 가서 교육을 받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딸에게 미안해서 어디 고개를 들 수가 있나...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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