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온가족이 예정에 없던 외출을 하게 되었다. 놀러 나간 건 아니고 작은 딸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서다. 돌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작은 딸의 이마에 작은 뾰루지가 생겼다 .처음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이게 날이 지나도 낫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위로 번져가고 진물까지 흐르길래 안 되겠다 싶어 오늘 병원에 데려갔다.

외출한다고 하니 신난 큰 딸에게 놀러 가는 게 아니라 동생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다, 너도 함께 가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네가 진찰 받는 것이 아니다 등등의 진정과 안심을 동시에 시키고서 온 가족이 응암동의 서부병원 맞은 편에 있는 피부과에 갔다.

원래 한산한 병원인데 오늘이 주말이라 그런지 대기실이 꽉 찼다. 오래 기다릴 것 같아 애들 엄마와 작은 딸은 거기 앉아서 기다리고 나와 큰 딸은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오겠다고 하고 큰 길로 나갔다. 병원 때문에 한 외출이지만 그냥 지나 보내기엔 햇볕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항상 50% 할인한 가격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다가 이 동네 구멍가게에서는 할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마치 노상강도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어쩌겠나. 그냥 사 먹는 수밖에...

햇볕은 따가웠으나 바람은 아직도 차다. 점퍼도 없이 길은 나선 딸은 추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보기보다는 외출하기 좋은 날씨가 아니다. 그렇긴 해도 이렇게 맑은 날씨는 오랜만이라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서부병원 앞이 결코 사진 배경으로 좋은 동네가 아님을 알지만 아무렴 어떠랴. 모델이 중요한 거 아니겠나.

그리하여 인도 한 구석에 딸을 세우고 셔터를 눌렀는데, 딸의 표정이 영 어색하다. 예전엔 자연스럽게 잘 웃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웃는 표정이 잘 안나오는 큰 딸. 웃어 보라고 얘기하면 억지 웃음이나 짓고 괜히 손가락만 브이를 만들고 그런다. 맘에 안 들지만 이걸 강요해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고... 모르겠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예전의 그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오려나...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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