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부터 목이 아파 오더니 일요일부터 본격적으로 몸살감기가 시작되었다. 목이 아픈 것은 물론이거니와 온 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고 다리에 힘이 주욱 빠졌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 만사를 제쳐두고 쉬고 싶었으나, 그날이 작은 딸 첫돌 행사가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강행군을 했더니, 결국 일요일 오후에는 비명 소리가 날 정도로 온 몸이 아파왔다.

보통 때는 감기 정도는 집 앞의 이비인후과에 가곤 했는데, 그 때마다 약이 잘 듣지 않아 불만이었으나 딱히 대안이 없어 다신 안 간다고 다짐하면서도 문지방이 닳도록 그곳에 드나들었다. 그러나 이번 감기의 증상은 워낙 심각할 뿐만 아니라 요 며칠 전에 보아둔 병원이 있어 그곳으로 가려고 맘 먹었다. 작은 딸이 코감기에 걸렸을 때 버스로 몇 정류장 떨어진 곳까지 갔으나 예약을 안 하는 바람에 결국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섰던 그 병원이었다.

이곳이 얼마나 대단한 병원인지, 오전 9시에 병원 문을 열고 두 시간이 지나면 하루에 받을 환자의 예약이 모두 끝난다는 것이다.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화로 예약을 받을 정도의 싸가지는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월요일 9시 정각에 진료를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이놈의 인기가 보통이 아닌지 두 개의 전화번호를 돌아가면서 걸어 보아도 30분이 지나도록 계속 통화중이란다. 성질 급한 거 티 낸다고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를 무렵 간신히 통화가 되어 오전 11시에 약속을 잡았다. 11시 10분 전에 병원에 도착했으나 정각에 진료를 받지 못하고 15분 정도 하릴없이 대기실에 내팽개쳐져 있었던 것은 얘기하지 말자. 어쨌거나 이놈의 대단한 의사 선생을 만날 수 있었잖은가. 게다가 이런 걸로 간호사들에게 괜히 성질을 부리면 결국은 내 손해라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꾸욱 눌러서 참았다. 손님이 왕이라지만 병원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의사가 왕이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가 왕인 경우는 없다. 환자는 그냥 약자일 뿐. 의사 이놈이 진료비는 많이 받아내면서 병은 안 고쳐줄지도 모른다는 불안 요소가 존재하는 한 환자가 큰소리 칠 여지는 없다.

병원에 오면 신기한 게 하나 있는데,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릴 때엔 진료실에 들어간 환자가 어쩜 이렇게 오래 진료하나 싶을 정도로 버티고 버티다가 나오는 반면, 정작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가면 5분이 다 뭔가, 3분이면 나가라고 한다. 이건 대체 뭐냐. 내가 그렇게 쉬운 사람인가. 의사가 나가라니 나가긴 하는데, 그러면서도 기분이 상쾌하진 않다.

각설하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의사 선생이 뒤통수에 대고 한 마디 던진다.

"약 먹고 푹 쉬세요. 일단 사흘치 약을 드릴테니 목요일에 봅시다."

목요일에 봅시다? 사흘치 약을 먹고 낫지 않는 큰 병이라는 얘긴가. 아니면 의사 선생이 목요일에 내 얼굴을 다시 보고 싶어서 약을 연하게 준다는 얘긴가. 난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이런 대단한 병원에 우여곡절 끝에 왔으면 다른 병원과는 뭔가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

암튼 의사 선생의 그 얘기 때문인가. 약을 받아와서 이틀째 먹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마치 7년 가뭄의 논바닥처럼 목소리가 쩍쩍 갈라진다. 정말로 우린 목요일에 다시 만나야 하는 운명인가...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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