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 첫돌 준비차 대청소까지는 아닌 약간 큰 청소를 했다. 하는 김에 지난 겨울 청주에서 가지고 올라온, 그래서 무려 몇 달이나 침대방 한쪽에 던져 놓았던 책 상자를 드디어―참 부지런하기도 하다―책장에 옮겨 꽂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없는 살림에, 그래서 당연히 모자라는 책장 공간에,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책들이 가려지는 것이다. 몇 년을 한 번도 안 보면서 염치도 없이 책장 한 자리를 차지하던 책들이 갑자기 긴장한다. 이 구조조정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책인지를 주인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잘리는 법. 이번에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책장의 한 쪽을, 너무나도 당당하게, 그러나 지금 보면 대체 얘들이 무슨 똥배짱으로 여기 꽂혀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한 무리의 책들이 레이더에 포착되었다. 이른바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해라..." 류의 책들이다. 주는 월급 아깝지 않도록 발이 안 보이게 뛰어 다니라는 책들... 엠파스에 다닐 때 경영진이 직원들 읽으라고 들이민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이 책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경영진 그들이 읽어야 할 책이었다.

어쨌거나 도합 두 상자의 책들이 포장되어 창고로 밀려나는 와중에, 이 여덟 권의 책은 그 대열에도 끼지 못하고 완전히 폐기되어 오늘 밤 재활용 쓰레기가 되어 실려 나가야 될 운명이 되었다. 나로선 현재 스코어 아무 짝에도 쓸모 없고, 사람이 살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겪게 될지 모르나 누군가가 권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가고 싶은 책이다. 꼭 필요한 순간이 오면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읽지 뭐.

  1. 『초보 팀장이 알아야 할 모든 기술』
  2. 『탁월한 조직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
  3. 『일 잘하는 법,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배운다』
  4. 『크게 생각하라, 크게 행동하라, 크게 되라』
  5. 『실행에 집중하라』
  6. 『정유진의 웹 기획론』
  7. 『마케팅 전쟁』
  8. 『상식이 통하는 웹사이트가 성공한다』

잘 가라 얘들아. 그 동안의 밀린 하숙비는 특별히 받지 않으마...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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