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5.3

롤플레잉 2006. 2. 13. 01:40
서핑 중 우연히 예전에 컴퓨터 통신 시절에 사용하던 '이야기'를 발견했다. 도스용 게임 때문에 깔아 놓은 DosBox를 이용하여 실행해 보았더니 의외로 잘 되는 게 아닌가. 물론 모뎀은 찾을 수 없다고 나오지만...

반갑기 그지 없는, 도스 화면이 갈라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니, 90년대 초반의 일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월동 준비로 부엌 한쪽에 천장까지 연탄을 쌓아두고 흐뭇해하던 일이며, 석유 곤로에 불을 댕겨 밥 해먹던 일이며, 연탄불 꺼뜨리지 않으려고 불광동 전철역에 버스를 내리자마자 산동네 비탈길을 한달음에 올랐던 일이며...
하숙비가 아까워 판자촌 자취 생활을 해놓고선 통신비가 아까운 줄도 몰랐으니, 방세에 식비와 교통비, 통신비를 더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체 무엇에 그렇게 홀려 그 시절을 홀라당 다 태워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참으로 우습게도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공부 외에는 별로 한이 맺힌 게 없다. 해 볼만한 거 대충은 다 해 본 것 같다.

가슴이 아프다.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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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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