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한 번 보고 다시는 안 보는 책이 있나 하면, 또 어떤 책은 두고서 여러 번 보아도 언제나 재밌고, 다시 보면 그 전에 볼 때와는 다른 맛이 나거나 그 때에는 놓쳤던 새로운 부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책이 있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당연히 후자에 속하며, 도그마 북컬렉션의 보물 1호를 다투는 후보 중의 하나다.

이 책을 살 때에 사연이 하나 있는데, 영풍문고에서 이 책을 본 순간 제목이 맘에 들었다.

"문장강화? 이걸 보면 글이 세지나? 책값도 싼데 그냥 속는 셈 치고 사 볼까?"

그런데 책을 일독하고서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두 번째 볼 때가 되어서야 '강화'가 强化가 아닌 講話임을 알게 되었다.

"어라, 강화가 그 강화가 아니네. 하하 재밌다..."

아무렴 어떠랴. 실제로 이 책은 글쓰기를 세게 만들어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우선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책값이 감동적이다. 1996년에 영풍문고에서 살 때만 해도 4,000원이었고 지금도 8,500이란다. 쓸데없이 4도 인쇄에 그것도 모자라 별색 표지를 써서 책값에 금칠을 하는 대신, 딱 받을 만큼만 받고 보라는 거다.

둘째, 가지고 다니기 좋다. 문고판이라 약속이 생겨 외출할 때 책장을 둘러보며 이번에 함께 출전할(?) 멤버들을 고르면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난다. 가방에 넣을 필요 없이 외투 주머니에 넣거나 그냥 손으로 들고 다녀도 좋다.

셋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재밌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글이지만 그 속에 예문으로 제시되고 있는 글들이 주옥같은 명작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글들을 골라내는 이태준의 안목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좋은 글 없이 좋은 편집자 나올 수 없듯이 이 책이 나올 당시의 한국문학이라는 좋은 텃밭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그리하여 좋은 글쓰기라는 원래 목적의 달성뿐만 아니라 어느 새 우리 문학을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덤으로 따라온다.

넷째, 어쨌거나 이 책은 글쓰기를 위한 책인데, 과연 이 책을 통해 글쓰기가 나아질까? 최소한 내가 보기엔 그렇다. 요샌 워낙 글쓰기가 대부분 블로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래 생각하고 글을 쓰지도 않을뿐더러 제대로 된 퇴고의 과정을 거치기가 힘들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모르게 전수받은 그 무엇이 작용한다고 믿는다. 글을 써 놓고 한 주만 지나면 맘에 안 드는 부분 주어와 술어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문장이 확 드러난다. 이럴 땐 정말 모조리 뜯어고치고 싶다.

아무튼 가격 대비 성능, 아니 효용으로 보자면 이만한 책이 없다.

하지만 이 책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1939년에 나온 책이므로 그 이후의 한국문학의 성과물은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이 책에서 박완서, 공지영, 은희경, 황석영, 조정래 등을 찾으려고 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그렇다고 상허를 다시 살려내어 최근의 글들을 소재로 해서 재출간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거야 상허의 후배들이 낸 다른 책들이 그 몫을 해 주지 않을까 한다.

Posted via email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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