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작스런 감기몸살로, 두 딸로부터 탈출하여 초저녁부터 방에 불도 넣지 않은 큰 방 침대에 누워 묵직한 이불 뒤집어쓰고 비몽사몽 잠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을 때였다. 밖의 거실에서 도란도란 들리는 목소리들이 처음엔 분명 아내와 딸들의 것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의 목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시작했다.

이게 아내 목소리 맞나...
혹시 지금 이 순간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낯선 세계의 낯선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는 건 아닐까...

물론 이성의 끈은 끝까지 놓지 않고 있었던고로 이 공상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냥 지금 이불을 박차고 문을 열고 나가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당연히 저들은 내 가족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볼 것이다.

문득 나도 소설을 써 볼까 하는, 쓸데없기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생각이 머리 속을 아주 잠깐이나마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아픈 와중에도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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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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