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후프

롤플레잉 2010. 1. 21. 22:55

훌라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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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도구의 일종. 지름 1m 안팎의 플라스틱제(製)의 테[輪]로서, 그 속에 들어가 허리 둘레가 테의 내경(內徑)어느 부분에 닿은 상태로 몸을 흔들어 그 테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계속 돌게...

출처 : 두산백과사전 En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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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우리 집에 훌라후프가 왔다. 그렇다 문제의 훌라후프 말이다. 큰 딸이 느닷없이 훌라후프를 하고 싶단다. 예전에는 사 준다고 해도 싫다던 딸아이가 값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훌라후프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뭐 비싼 것도 아닌데, 운동을 하겠다는데, 불건전한 것도 아닌데 못 사줄 건 없잖은가. 그래서 당장 사 줬다.

그런데 큰 딸, 허리에 얹고 돌려보자 마자 바닥으로 툭 떨어져 버리는 훌라후프를 보며 엄청 실망한다. TV 같은 데서 봤는데 남들은 잘하는데, 그래서 멋있어 보여서 해 본 건데 왜 자기는 안 되는 건지 알 수도 없고 속상하기도 한 거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엄마와 아빠는 생산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것이, 엄마 아빠도 도무지 훌라후프는 젬병인 것이다. 그러니 딸아이에게 '요런 식으로 해 봐라...'는 얘기는 못 해주고 아주 일반적인 수준의 멘트밖에 날릴 수 없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될 거야.
하지만 이런 말도 사실은 확신이 없다. 열심히 하면 정말 되긴 되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엄마는 몰라도 최소한 아빠라는 인간은 어렸을 때부터 훌라후프에 좌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딸에게 자신있게 열심히 연습하면 잘 될 거라는 말을 해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 기회에 큰 딸이 안 하는 틈을 타서 나도 훌라후프를 살짝 돌려 보았는데, 여지없이 두 바퀴를 돌리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직행이다. 여전히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훌라후프에 왜 좌절하는지를 살짝 돌이켜 보자면, 훌라후프를 잘 돌리는 기술이 있는데 내가 그걸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그런 기술은 없으며, 농업적 근면성으로 우직하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몸이 알아서 만들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당장 안 되는 이 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인지, 아니면 기술도 모르고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건지를 모르는 불안에 떨어야 하고, 그러니 이놈의 훌라후프가 재미가 있겠나 말이다.

암튼 딸아이는 엄마 아빠의 확신 없는 접대용 멘트를 곧이 곧대로 믿고 계속 연습중이니 조만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부디 딸이 성공해서 아빠에게도 희망을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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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서커 대리인

감독 조엘 코엔

출연 팀 로빈스,제니퍼 제이슨 리,찰스 더닝,폴 뉴먼

개봉 1995.04.29 영국,미국,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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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후프를 보니 팀 로빈스 아저씨의 유쾌한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이 생각난다. 옛날에 볼 때에도 훌라후프 돌리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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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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