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가 다 그러하겠지만 특히 입속의 상처는 더욱 사람을 괴롭게 한다. 다른 곳의 상처야 약을 바른 후에 외부의 자극을 차단하기 위해 밴드나 붕대를 붙이면 되겠지만 어디 입속의 상처는 그러한가. 더우기 뜨거운 국물이나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즐거워야 할 밥 때가 오히려 고통의 시간이 되어 버린다.

지난 주에 큰 딸이 입속이 헐어 음식도 제대로 못 먹는 고생을 했었는데, 그 바통을 이어받아 내가 똑같이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그마한 상처였는데, 3일 정도 지나자 밥 먹을 때는 물론 말을 하다가 혀만 닿아도 아플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딸아이가 아플 때 외가에서 발라 주었던 오라메디라는 연고를 얻어 와서 한 번  사용해 보았는데, 크게 깨달은(?) 바 있어 그냥 아픔을 참고 지내기로 했다. 아내는 왜 연고를 바르지 않냐고 말했지만 못 들은 척하고 그냥 눈물로 이 아픔을 견뎌내자고 마음 먹은 것이다.

딸아이는 그걸 바르고 금방 나았다는데, 왜 나는 굳이 아픔을 참아가며 하루 이틀이면 낫는다는 병을 거의 일주일이나 끌고 왔단 말인가. 제약회사와 원수진 일도 없고, 광고 모델이 주는 거 없이 미운 경우도 아니었고, 약값이 턱없이 비싸 화가 난 것도 아니고, 효과가 없어서도 아닌데. 글쎄... 이 약은 입속의 상처 부위에 얇은 보호막을 만들어서 일종의 밴드나 붕대 구실을 해 준다. 그런데 이 약을 바르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쾌함이 밀려왔다. 사람을 정말로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이물감. 약을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아니 이 기분 나쁜 걸 왜 먹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어쨌거나 입 속으로 밀어 넣었으니 언젠가는 녹아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리라는 생각을 하면 더욱 기분 나쁘다. 또한 약 속에 약간의 마취제도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상처 주변의 근육이 굳어져서 말도 약간씩 새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인가. 이 약의 가장 큰 단점은 온통 신경을 그 쪽으로 쏠리게 만드는 이기적인 성질에 있다. 입속의 상처가 비록 견디기 힘들지만 그래도 내내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지는 않는다. 자극이 주어질 때만 아프다. 그런데 이 약을 바르는 순간부터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온통 거북한 느낌과 함께 이놈의 이른바 보호막이 아직 다 없어지지 않고 덮여 있다는 의식(!)에 계속 사로잡혀 다른 생산적인 무언가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아픈 게 낫겠다. 제약회사와 원수진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 기분을 잡쳐가며 그 회사를 도와야 할 이유도 나에겐 없지 않은가. 그나저나 입속 상처 치료제는 어쩔 수 없는 걸까. 이렇게밖에 안 되는 걸까. 누군가는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데, 물론 난 이런 거 개선하고픈 생각은 꿈에 없다. 귀찮게 왜 내가 그런 걸... 그냥 아프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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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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