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같이 사용하는 포털에서 오래된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할 때마다 귀찮은 마음에 다음에 하겠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비밀번호 바꾸는 일이 어디 작은 일인가. 이건 거의 이사가는 것만큼이나 귀찮은 일이다. 게다가 나중에 내가 기억해낼 수도 없는 걸로 바꾸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비극인가. 사실 그런 사례가 없진 않다. 야후 초창기에 만들어 놓은 계정은 비밀번호를 잊어먹어 사용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비밀번호를 다 때려넣어도 모조리 실패하고, 결국은 최초의 ID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용하긴 했지만, 로그인할 때마다 잊어버린 비밀번호 생각이 나서 그 때부터 야후가 시들해져 버렸다. 물론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다른 서비스가 야후를 압도하게 되면서는 그 동네에 들어갈 일 자체가 아예 없어졌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러한 아픈 기억도 있고 해서 비밀번호를 여러 개 만들지 않고 두어 개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맘이 놓이지 않긴 또 마찬가지인 것이, 하나가 뚫리면 다른 것들도 프리 패스 아닌가. 그렇다고 사이트마다 다른 패스워드를 쓰자니 그 많은 걸 기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의미 있는 비밀번호를 쓰자니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말이다.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컴퓨터가 상황마다 다른데 비밀번호 파일을 가지고 다녀야 하나. 그렇다고 온라인으로 비밀번호를 저장하는 서비스는 말이 안 된다. 내 자신도 못 믿는데 어떻게 그런 서비스들을 믿는다는 건가. 다음 이메일 누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인 정보나 중요한 데이터는 절대 누출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불행한 사고는 언제나 생길 수 있으며, 그런 사고가 생긴다고 해도 서비스 제공자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그뿐인 것이다. 괜히 온라인에 크리티컬한 데이터를 보관했다고 사고가 나면 자기만 손해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어제서야 할 수 없이 귀찮더라도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쓸만한 게 없나 하고 찾아보았다. 제일 많이 쓴다는 RoboForm은 일단 제외했다. 돈을 달라는 데 어쩔 수 있나. 굳이 써야 한다면 돈 안내고 쓰는 방법이 어디 없으랴만, 그렇잖아도 이런 프로그램을 써서 비밀번호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마뜩잖은 마당에 돈을 내라니... 좀 더 찾아 보다가 발견한 Password Generator Pro라는 놈은 더욱 어이가 없다. 비밀번호 자동 생성이 뭐 그리 대단한 재주라고 29.95 달러나 받는다는 거냐. 가까스로 결정한 것이 KeePass라는 프로그램이다. RoboForm처럼 특정 사이트에서 비밀번호를 자동으로 입력해준다거나 하는 편리함은 절대 없지만, 일단 돈 내라는 소리 안 하고, 비밀번호 자동 생성 기능도 있고, 다른 파일로 백업도 되고... 게다가 요새 많이 나오는 포터블한 기능까지... 적당히 쓸 만하다.

이리하여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부터 비밀번호를 바꿔 나가고 있는데, 역시 귀찮긴 하다. 또한 마음이 아픈 것이, 나도 비밀번호를 모른다는 것, 그래서 거침없이 로그인해서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결정적으로, 비밀번호 데이터베이스 파일을 항상 들고 다니거나, PGP 같은 비대칭 암호화를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올려놓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

역시 오픈 아이디가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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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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