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야 토끼야 산 속의 토끼야
겨울이 되며는 무얼 먹고 사느냐
흰눈이 내리면은 무얼 먹고 사느냐
겨울이 되어도 걱정이 없단다
엄마가 아빠가 여름 동안 모아 논
맛있는 먹이가 얼마든지 있단다
    생일을 맞아 우리 세 식구가 외식도 하고 다 떨어진 내 운동화도 하나 새 것으로 바꿀 겸하여 저녁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노래 좀 틀어달라는 딸의 요청에 동요 테이프를 틀어 주었는데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몇 살 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 때가 갑자기 떠올랐다.

    다른 아이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난 절대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 노래를 알기 전까진 토끼가 겨울에 무얼 먹고 사는지도 몰랐고, 겨울이 걱정되지도 않았다. 모든 토끼 가족이 여름 동안 맛있는 먹이를 충분하게 모을 수도 없을테고, 심지어 많이 모았다 하더라도 어느 먹성 좋은 꼬마 토끼가 죄다 먹어버리면 그 추운 겨울에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추운데 밖에 나와 먹이를 못 구하면 아빠 토끼는 집에 가서 뭐라고 말할지도 고민될테고, 빈 손으로 돌아온 아빠를 바라보는 나머지 가족들은 어떤 심정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어린 나이에 그러저러한 생각들로 인하여 꽤 심각하게 들었던 노래다. 그리하여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이 노래는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들어도 여전히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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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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