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미학

뷰파인더 2008. 8. 26. 01:48
    누가 뭐래도 8월 한 달 볼거리를 제대로 제공해 주던 올림픽이 끝났다. 스포츠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를 굳이 말하진 말자. 스포츠가 우민화 정책에 어떻게 이용되든 간에, 인간의 육체와 땀이 주는 원초적인 감동은 분명 객관적 실체이다. 특히 역도 같이 경기가 단순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세상을 들 수 있는가와 없는가로 나누는 이 단순함의 미학. 장미란이 그토록 무거운 바벨을 번쩍 들어올리는 그 순간 만큼은 시청자와 선수 사이에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 약간의 안타까움과 감탄과 신기함이 마구 뒤엉켜, 꼭 우리나라 선수가 아니라도 무사히 들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평소 애국주의를 증오하는 사람도 우리나라 선수가 선전하면 기분 좋은 일이고, 그 결과가 메달 집계로 나타나는 이상 메달 순위에 한 번쯤 눈이가는 것도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 좋다. 사상 최다 금메달 획득도 좋다. 아무튼 선수들은 그들의 있는 기량을 힘껏 떨치고 돌아온 거다. 그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벌어진 선수단 국민환영식 어쩌고 하는 행사를 TV에서 보면서,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 같은 느낌을 받은 사람은 정말 나뿐일까? 이 순간 스포츠가 우리에게 있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즉 스포츠가 현실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가 너무나 분명해진다. 감동의 드라마가 주던 몽환적 분위기에서 갑자기 싸늘한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전쟁터에 나갔던 군인들이었다. 반드시 이겨야만 되는 전쟁터였기에,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는 카메라 앞에서 눈물로 국민에게 사죄해야 했으며, 열심히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것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무리들. 저들에게 스포츠 강국이 왜 필요한지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노무현처럼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을 척척 해내는 저들.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놓는 데에 한점 주저함이 없는 그들. 그들은 얼마나 용감하고 뻔뻔한가...

    단순함의 미학... 갑자기 저들이 운동선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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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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