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쇼핑인데, 그 이유가 새롭게 뭘 사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다리품을 팔기 싫어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것이, 다리가 안 아픈 대신 눈이 아프다. 화면 가득 '날 사주쇼~!' 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쏟아져내리는 이미지의 홍수... 저걸 다 클릭해 봐야 한단 말인가... 간단하게 티셔츠 하나 사려고 들어간 쇼핑몰에서 두어 시간 눈을 혹사시키고 나면 애초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까먹어 버린다. 이렇게 물건 하나 사기는 쉽지 않은 반면 내게는 다른 미덕이 주어졌는데, 그것은 일단 주어진 것에는 군말 없다는 거다. 쇼핑 같은 거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제발 누가 대신 좀 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누가 나 대신 사 주기만 하면 정말 잘 쓸텐데...

    사이버 세상도 쇼핑과 다를 바 없다. 넘쳐나는 컨텐츠들,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수도 없는 유익한 사이트들... 그러나 그걸 내 손으로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이 제발 이러한 수고로움을 대신해 주길 바랄 뿐이고, 소셜 북마크가 기특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요 며칠 이러저러한 북마크를 훑어 보았다. Delicious가 단연 이 동네에서 앞서간다고 하고, 나도 물른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며칠 전부터 이용하고 있는 StumbleUpon이 정말로 압권이다. 일반적인 소셜 북마크에 stumble 기능을 특화시킨 것 같다. 특정한 주제(물론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를 정해주면 여러 사용자가 북마크해 놓은 사이트 중 하나를 무작위로 방문하는 것이다. 다른 서비스도 물론 랜덤 북마크 기능이 있지만 StumbleUpon이 뭐랄까, 제대로 간을 했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다. 거기다가 요새 유행하는 네트워크 기능까지 적당히 버무리는 센스. 딱 좋을 만큼의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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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이 안 되는 치명적인 약점만 보강한다면 더 필요한 게 있겠나 싶다. 그러므로 한글 사이트를 북마크해두는 기능보다는, 관심 있는 주제의 영어권 사이트를 무작위로 돌아다니기에는 이만한 서비스가 없는 것 같다. 정말로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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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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