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의 꿈

롤플레잉 2006. 2. 4. 22:57
어깨에 부딪히는 사람들로 미루어 시장 바닥이었을 수도 있지만 장소는 확실치 않다. 나를 뒤쫓는 것은 바로 사복 경찰들이었고, 내달리는 나는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잡힐 듯한 아슬아슬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나는 용케도 그들의 손길을 살짝살짝 피하며 인파 속을 헤엄쳐 나갔으며, 결국 그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나는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 온 것이다...
대개가 그렇듯이 어머니들의 꿈은 용한 데가 있다. 아버지들의 꿈에 대해선 아는 바도 없고 들은 바도 없다. 그렇다. 어머니들이다... 자식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고들 하지만 아무래도 그 밀도에선 아버지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이가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위의 내용은 십수년 전 친구 어머니의 꿈이다. 그런데 그 꿈의 주인공이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아들 친구인 바로 나였다. 신기한 일이다. 그 친구 어머니의 꿈은 꽤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었던 터라 그 얘기를 들은 나로선 예사롭게 넘길 수가 없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가... 성적 처리 기간은 이미 끝났으며 세 번째의 학사경고를 예상한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들려온 얘기인지라 별 기대는 안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학기에 수강했던 과목의 담당 교수님의 현황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회학과 교양 과목의 교수님이 바쁜 일정으로 인해 성적 처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바로 교수님께 달려갔다. 구차하고 뻔한 핑계과 읍소에 어이없어 하던 교수님은 마침내 순전히 귀찮은 마음에(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며칠을 쫓아 다녔다) 레포트 제출을 허락하셨고, 그렇게 그 학기를 극적으로 패스할 수 있었다.

얼마전 고향의 어머니께서 내 꿈을 꾸셨다 한다. 길을 가다 내가 거름 구덩이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을 어머니가 팔을 뻗어 구해 주신 것이다.
올해는 또 어떤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며, 난 또 어떻게 그것을 헤쳐나갈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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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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