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침대 위에서 벽을 보고 옆으로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아내 생각, 두 딸들 생각,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친구들 생각, 먹고 살 궁리, 하고 싶은 일들, 보고 싶은 책들, 듣고 싶은 음악들, 가 보고 싶은 곳들... 혹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서 벽만 바라보기도 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이렇게 강제로 세상과 격리되어 면벽하는 40분이, 생각해 보면 온전히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다른 것들이 침범하지 못하는 시간, 외부의 다른 유혹에서 벗어나는 시간,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오히려 다행스러운 시간들이다. 평소에는 왜 이런 시간들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까. 저렇게 강제적으로 주어지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내 앞에 준비되어 있는데 말이다.

내일은 아침부터 책 한 권 들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볼까. 그러고 보니 봉화산역에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다. 하긴 뭐 은평구민에게 중랑구라는 동네 자체가 낯설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내일 아침 일어나면 만사 귀찮을 가능성이 99.9%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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