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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7 Eurythmics -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

사람의 기억이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라서, 하나의 기억과 그것으로 인해 연상되는 기억 간의 관계가 합리적으로 묶여 있으리라는 기대따위는 하지 않는다. Eurythmics의 Sweet Dreams도 그러한데 이 노래는 항상 나의 중학교 2학년 시절과 묶여 있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부산의 문현동 언덕에 위치한, 그 당시로도 꽤 낡은 사립학교였다.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래서 건물이나 시설 등이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학교에 다니다가 이곳으로 전학을 와서 첫날에 너무나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쩌면 시설이 이렇게 낡은 곳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책상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고 건물은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낯선 얼굴들... 전학생에게 그렇게 적대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반겨주는 분위기도 절대 아니었던 같은 반 학생들. 영어 수업 시간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젊은 선생님 밑에서 회화 중심의 영어 교육을 받아오던 나로서는 to 부정사의 부사적 용법이니 형용사적 용법이니 하는 말을 난생 처음 들어 봤다. 아니, 실은 부정사라는 말조차 그 전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영어가 내 인생에서 우호적이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같은 재단의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붙어있음으로 인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필요한 공포감이 있다. 고등학생들은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자꾸 중학교에 내려와서 애들을 집적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회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훨씬 많다.

그런데 그게 이 노래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그러게 말이다. 허나 어쩌랴. 이 노래만 들으면 내 머리 속은 자동으로 중학교 2학년의 어느날로 돌아가 있는 것을...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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