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번 유명환 사건은 그 자체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현대판 음서제도가 이미 우리에게 깊숙히 내면화되어 있다는 거다. 드라마에서 매일같이 보는 건 뭔가. 사장님 아들 실장님 말이다. 우린 학교에서 엄연히 주식회사의 요유제도, 즉 소유과 경영의 분리에 대해 배우지만, 초등학생도 그런 건 믿지 않는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소유와 경영은 하나다. 유명환에게는 발끈하는 사람들이 왜 이건희 아들 딸에게는 별 얘길 안 하는지. 걔들은 그냥 엄친아라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면서...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철공소나 어머니가 하시는 국밥집에 자식이 들어가는 건 아무 말 안 한다. 그거야 그야말로 개인회사 아닌가. 그렇지만 주식회사는 이미 사장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린 부모 잘 만나서 그런 회사에 척척 들어가는 건 둘째 치고 초고속 승진과 경영권 승계를 보장받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아침부터 열이 좀 받는고로 이에 대해 한 마디 남기려 했는데, 생각해 보니 너무나 귀찮다. 그리하여 글 잘 쓰는 다리미에게 대신 좀 써 달라고 의뢰해 봐야겠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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