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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다운그레이드

컴퓨터 2009. 2. 3. 17:24
하루에도 최소 두어 번 씩은 알뜰하게 뻗어 주시는 컴퓨터 때문에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생활이 이어진지 어언 한 달. 성질 같아선 모조리 밀어버리고 OS를 다시 설치할까 생각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OS의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 사양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 상황이었다. 물론 현재 쓰는 컴퓨터도 처음엔 쌩쌩 잘 돌아갔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그대로인데 가면 갈수록 프로그램의 덩치가 커져가는 데다가 이놈의 윈도우는 서비스팩이니 보안 패치니 하는 걸 깔면 깔수록 어째 더 느려지는지 모르겠다. 젠장...

아무튼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살겠다 하는 생각과, 새로 컴퓨터를 사려고 하니 이것 저것 고르는 귀찮음과, 아무리 요즘 가격이 싸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왕 살 바엔 구입 당시에 가장 좋은 것 다음 사양으로 사서 오래 쓰자는 방침으로 살아온 나로선, 새롭게 하나 장만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 장학금을 타면 그걸로 어떻게 해 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결과가 시원찮고 해서 이래저래 절망적이었다.

물론 현재 하드웨어 사양 전체가 비스타는 아니더라도 XP를 아예 못 돌릴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현재 문제점의 원인 중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부분이 메모리 용량이다. 요새 나오는 떡대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감당하기엔 512MB는 아무래도 좀 딸린다. 파란 화면도 화면이지만 최근에는 메모리 용량이 부족해서 어지간한 프로그램은 함께 돌릴 수가 없다. 특히 동영상 플레이어와 웹브라우저를 동시에 돌리려면 '참을 忍자' 여러 번 마음 속에 되새겨야 한다. 그렇다면 메모리만 넉넉하게 추가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근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놈의 메모리 시장이 웃기는 것이, 요즘 가격 폭락이 어떻고 해도 중고 RAM 값은 요지부동인 것이다. 최근 나오는 1~2GB 짜리는 싸지만 예전에 나온 PC3200은 예나 지금이나 그때 그 가격 그대로다. 그러니 2GB 정도 살 돈으로 조금만 더 보태면 새 컴퓨터 가격이 얼추 맞춰지는 것이다. 게다가 메모리를 추가했을 때 성능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서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일껏 중고램 비싼 가격에 사서 끼워 넣었는데 여전히 겔겔거리면 어쩔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이틀 전 한참 작성하던 문서가 날아가는 바람에 드디어 뚜껑 열리고 말았다. 그래서 결정을 내린 것이 윈도우 2000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XP도 무난하게 돌아가던 시스템인데 설마 2000이 안 돌아가랴. 그리하여 CD장 속에 처박혀 있는 낡은 CD 하나를 집어들었다. 노모뎀이 준 영문 윈도우 2000인데 XP 이전까지 잘 쓰던 놈이다. 1999년도에 세상에 나왔으니 벌써 10주년이 된 OS인데 하드웨어를 잘 잡아줄까 걱정이었지만 의외로 기특하게 잘 되었다. 사실 내가 XP를 쓰기 시작한 것이 SP2가 나오고서도 한참 이후의 일인지라, 사용한 기간만 놓고 보면 이놈을 가장 많이 사용했었다.



결과는 그럭저럭 쓸만하다. 응용 프로그램의 덩치는 어쩔 수 없는고로 여전히 메모리 압박은 있으나 OS의 덩치가 줄어든 만큼은 빈 공간이 생기지 않았겠는가. 역시 날렵하고 튼튼한 2000.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XP 이상이 아니면 아예 설치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들도 있다는 사실... 특히나 Windows Live Writer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또 하나, 그동안 Clear Type에 길들여져 있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투박한 화면 글꼴을 참아줘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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