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가 본 건 아니고, 실은 매일 옥상에 올라간다. 지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도대체 누구 입맛에 맞춘 것인지 알 수 없는 기가막힌 맛의 커피를 뽑아 들거나 혹은 빈손이거나, 어쨌거나 사무실 사람들 죄다 빌딩 옥상에 올라가서 일광욕 잠깐 해 주고 내려온다. 그러니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두 번이나 올라간 셈이 된다.
구로공단 볼 거 없는 거야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일이다. 그나마 요샌 옥상 위로 스쳐가듯 낮게 지나가는 비행기 구경하는 거에 맛들였다고 해야 하나. 며칠간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우중충함을 더하더니, 바람은 차도 어제 오늘은 하늘이 쨍하다. 심지어 오늘은 날도 제법 풀려서 이렇게 바람 쐬기에는 딱 좋다.
이 동네에 올라가는 건물들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미 지어놓은 빌딩도 방이 텅텅 비어있는데 왜 또 건물을 올리는지 알 수가 없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런가. 나더러 돈 내라는 건 아니니 뭐라 할 말은 아니지만, 이 동네 건물주 다 먹여살리려면 한국 정보통신업계 정말로 분발해야 된다.
예전에 이 동네에서 직장생활 할 때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들이지만, 그 와중에도 아직 예전의 빨간벽돌의 공장건물들이 남아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약간 반가운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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