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추석날 낮잠을 좀 잤다. 한 시간만 잘 생각으로 누웠는데 일어나 보니 무려 네 시간이 지나 버렸다. 이러니 밤에 잠이 오겠나. 하지만 새벽 4시까지 못 자는 건 좀 심하다. 자리에서 뒤척이는 것도 지겨워서 운동복을 입고 불광천을 나섰다. 이 시각에 안 자고 달밤에 쌩쇼를 하는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려나.
지난밤에는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잘 안 보이더니, 새벽에 서쪽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은 정말로 크다. 큰딸은 어제 구름에 가려진 달이라도 그걸 보며 뭔가 빌었는데 난 이 달을 보고 뭘 빌까. 모르겠다. 이런 것도 평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나 보다.
잠이 올 때까지 잠깐만 돌고 오겠다고 맘 먹었으나 너무 많이 와 버렸다. 응암역에서 월드컵경기장까지 왔다.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아득하다. 평소에 운동 안 하다가 이렇게 하루 미친듯이 몰아서 하면 무슨 효과가 있겠나.
돌아오는 길에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온다. 남들은 이제 시작하려는 하루를 난 지금 마감하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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