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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16 지난 토요일 오후 아빠와 큰딸이 광화문광장에 다녀왔다.

황사도 물러간 것 같고 햇볕은 쨍한 토요일 오후. 원래는 외출할 생각이 없었으나 하늘을 보니 이런 날 밖에 안 나가면 왠지 잘못하는 것 같아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에 큰딸과 광화문으로 나섰다. 지난 겨울 광화문광장을 한 번 뚫어보려 하였으나 그날따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치킨만 먹고 철수하면서 날씨 좋을 때 꼭 재도전하리라 마음 먹었다.

오후도 꽤 늦은 시각이었지만 여전히 햇살은 눈부시다. 선글라스를 낀 아빠와는 달리 큰딸은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따가운 햇살과는 달리 바람은 왜 이렇게 세게 부는지. 혹시하는 마음에 점퍼를 가지고 간 게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딸도 그렇지만 아빠로서도 광화문광장 위를 걸어보긴 처음이다. 딸은 광장 위의 동상이 본인이 아는 인물인지라 신이 났다. 책에서 본 할아버지가 서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 뒷편에 앉아 있는 세종대왕도 어디선가 들어본 인물임에 틀림없다. 물론 뭐하는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 딸을 가장 흥분시키는 것은 이순신 장군상 앞의 분수다. 마음 같아서야 그 자리에서 뛰어들고 싶으나 갈아입을 옷이 없는지라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다음엔 정말 옷을 가져와서 제대로 한 번 놀고 싶다.

광화문광장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세종대왕상 뒤에 펼쳐진 잔디밭이었다. 여긴 다른 곳과 달리 원래 들어가도 되는 곳인지, 입장금지 팻말 같은 게 없다. 그렇다면 놀아 줘야지 뭐. 딸은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풀밭 위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 후에는 지하에 있는 세종대왕 전시관까지 둘러보고 이 할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지 오늘 알게 되었다.

광화문에 놀러온 또 하나의 이유는 딸에게 수학책을 한 권 사주기 위함이었다. 최근에 자기 전에 아빠와 딸이 수놀이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책을 사서 체계적으로 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교보문고에 들렀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 교재를 한 권 샀는데, 딸 수준으로서는 조금 쉽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책 후딱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책을 산 후에는 서점에 왔으니 당연히(!) 초코아이스크림 하나 먹어 주시고, 푸드 코트 옆에 있는 전자기기 전시 코너에 들렀는데 거기서 그만 아빠와 딸이 아이패드에 꽂혀 버렸다. 잠깐만 보고 가려 했는데 도무지 딸은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는 눈치. 이제 그만 가자고 몇 번을 얘기한 다음에야 간신히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의 버스 안에서 아빠는 완전히 방전되고, 딸은 피곤하긴 하지만 오늘 신나게 놀았던 것을 되새김질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딸이 하는 말,

"아빠, 아이패드 언제 살 거야? 오늘? 지금?"

오늘 당장 사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아이패드 사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듯. 가격이나 알아봐야겠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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