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거의 구직활동을 위해 가산역에 다녀왔다. 가산 어쩌고 하는 긴 이름은 영 익숙하지 않다. 첫 직장이 바로 이 가리봉역 주변의 구로공단에 위치한 작업장이었다. 물론 본사는 대학로에 있었지만 내가 들어간 교구校具사업부는 생산라인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구로공단에 있는 공장으로 떨어져 나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는 틈만 나면 공장 옥상에서 담배를 피워대면서 시내에서 일하는 대학 동기 녀석들을 부러워했다. 나만 이런 외진 곳에서 유배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며...

구로공단도 많이 변했다. 내가 처음 이곳에서 일하던 당시만 해도 높은 건물은 거의 없었고 구로물류센터가 제일 공룡같은 건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개 들어 올려다 보기가 힘들 정도로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있고, 또 새롭게 올라가고 있다. 덕분에 일하던 공장이 있던 자리도 가늠이 안된다.

아무튼 기분이 묘하다고 해야 하나... 길다면 긴 시간을 돌고 돌아서 다시 가리봉역에 올 일이 생기다니. 다시 이곳에 돌아오려고 지난 5년을 헛되이 흘려보냈단 말인가. 물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늘이 구직활동 첫날이고, 이곳에서 다시 일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래, 아직 감상에 젖을 때는 아니다.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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