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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9 그래픽 시대의 미니멀리즘, Q10
남들이 도스 시절에 윈도우 3.1을 설치하여 지뢰 찾기도 하고 마우스 따라가는 고양이 프로그램도 실행시켜 보면서 신기해하던 무렵에, 나와 몇몇 대학 동기들은 짐짓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우습게 보며, 이른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단적으로 말해 GUI는 장난감일 뿐이라는 논리로 말이다. 실제로 윈도우 3.1 시대에는 그러한 면이 없지 않았다. 잠깐 눈요기하기에는 더없이 좋았으나 카드 게임 몇 번 하고 나면 그 다음엔 대체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생산성의 면에서 당시 윈도우용 프로그램은 도스용의 그것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마우스질과 키보드 단축키의 차이는 컸다.

물론 아직까지 도스용 프로그램을 쓰는 건 미련한 짓이다. 지금도 내 컴퓨터에는 어지간한 도스용 프로그램은 다 돌릴 수 있는 에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것은 도스용 게임을 할 때나, 아주 가끔씩 도스 시절의 향수에 젖고 싶을 때 가 보는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아직도 dBASE III나 로터스 1-2-3를 사용할 순 없잖은가.

보통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하면 워드 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그리고 데이터베이스--최근엔 이 자리를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이 차지했다--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나 예전에 컴퓨터 통신을 많이 하던 사람들은 워드보다 에디터를 더 많이 사용했다. 손에 잘 익은 에디터는 마치 기본 작업 환경과 같아서 컴퓨터를 옮겨 다니면서 작업할 때에도 그것부터 먼저 세팅해 놓아야만 뭔가를 할 수 있다. 현재의 내 기본 에디터는 EditPlus이지만, 도스 시절엔 qedit를 썼다. 처음엔 esc키누르면 뜨는 메뉴를 이용했으나 나중엔 거의 대부분의 단축키를 다 익혀서 사용했다. 컴퓨팅 환경이 달라지면서 이젠 쓸 이유가 없어진 에디터지만 아직도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WriteMonkey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타자기 환경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나...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타자 치는 소리가 날 뿐 아니라 화면 구성도 글 쓰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란다. 즉 그래픽 환경의 이러저러한 메뉴, 아이콘, 다른 창 등의 환겨에 노출되어서 글 쓸 때 집중력을 잃기 쉬운 현대인(?)을 위한 신석기 느낌의 물건이랄까... 이런 소개글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컴퓨터판 도닦기 프로젝트인가...'
'뭐라도 없으면 불편한 거지 집중력이 올라갈 것까지 있을라구...'

그런데 쓰기 전에는 뭐 그럴까 싶었지만 막상 써 보니 그렇지가 않다. 간단함이 주는 장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단순하다 못해 아무 것도 없는 썰렁한 화면이지만 글 쓰는 데에 필수적인 기능은 다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 아주 맘에 든다. 뭐랄까, 그래픽 환경에서 다시 만난 그 예전의 qedit랄까...

그리하여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는데, 결론은 Q10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 본 WriteMonkey나 DarkRoom 같은 것들은 닷넷 프레임워크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탈락되었다. 난 닷넷을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저런 프로그램이 좋다고 한들 도리가 없다. 나중에 윈도우 7로 갈아타면 그 땐 한 번 써 보리라. Q10도 좋은 물건인데 WriterMonkey처럼 한글을 칠 때 타자기 소리가 나지 않으므로 이 문제는 따로 키보드 소리만 내어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했다. 두 개의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는 게 귀찮긴 하지만 어디 닷넷이 주는 무거움이 비하랴...

기본 설정에서 글자색과 단락의 넓이만 약간 바꾸어 보았다.

다시 글자색과 배경색을 Markdown 분위기로 바꾸었다.


어쨌거나 Q10으로 처음 쓰는 글이 바로 이 글... 워낙 변덕이 심한 나인지라 며칠이나 이 환경에 만족할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주는 이러한 변화가 컴퓨팅 라이프에 나름의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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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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